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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웃을지 모르지만 물고기도 우리네 인간처럼 위궤양이나 암에 걸린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병에 걸리는 것은 물고기도 예외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생물체인 까닭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에 이미 물고기의 위궤양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한 학자가 있었다. 일본 홋카이도 근해에서 잡힌 대구 중에서 많은 양을 직접 해부하여 위를 관찰한 사람이 있었는데, 조사 결과 대구의 위점막에는 사람과 같은 위염이나 위점막결손(궤양 등)을 볼 수 있었다고 보고한 것이다. 원래 대구는 탐식성 물고기로, 위에는 보통 정어리나 명태·게 등의 먹이가 가득 들어있으며 관찰한 대구의 약 절반 가량은 위점막이 위축되어 있었다. 위점막이 없어진 것도 있었고 또 손상을 받은 것도 꽤 있었다고 한다.

주위가 붉게 충혈되고 부종이 나타나 있었으며 점막 면에는 분비가 많아서 흡사 그 성격이 사람의 원형성궤양과 같았다고 한다. 사람의 위궤양 원인에 대해서는 기계적 자극설 및 위산이나 기타 이에 상반되는 여러 가지 설이 구구하다. 대구의 위궤양이 기계적인 자극에 의해서 일어난 것을 발견한 이 학자의 연구는 위궤양의 원인에 대한 이론에서도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수백 마리의 대구를 해부해본 다른 어류학자의 경험으로는 대구를 해부할 때마다 항상 큰 게 5~6마리에 문어·가자미류 두세 마리가 위 속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이 먹다 보니까 식도에서 위로 들어가는 부분까지 가자미 머리가 반쯤 소화된 채로 남아있거나 꼬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탐식성이 강하다 보니 대구도 위궤양에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그 탐식성과 소화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입이 큰 고기여서 대구(大口) 또는 대구어(大口魚)라고 하는 만큼, 과연 이름값을 하는 대식가이다. 사람도 입이 큰 사람이 많이 먹거나 공격성이 강한 것이 일반적이다. 입이 큰 사람은 성격도 괄괄하고 저돌적이므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하지만 반대로, 쾌활하고 호탕한 맛은 있다.

한편 물고기에게 암이 생긴다는 것 역시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9세기 말에는 제럴드 매시와 같은 당시 선진국의 여러 학자들이 연어과 어류에 갑상선 암이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대구와 명태의 머리에 선세포암(腺細胞癌)이 생긴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물고기에게 암이 생긴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긴 하지만, 이 암덩어리를 다른 동물에 이식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고기 이하의 하등동물에 암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면 더욱 재미 있지 않을까?

이 외에 바이러스나 세균 또는 기생충과 같은 기생성 질병에도 잘 걸린다. 무지개송어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VHS)에 잘 걸린다. 14℃ 이하의 수온에서 급성 및 만성 출혈병으로 사망률이 높으며 연어도 전염성 조혈기괴사증이라는 질병이 있다. 1940년대 북미 태평양산 연어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15℃ 이상의 수온에서는 이 병은 발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어나 송어류가 부화 직후에 췌장세포가 괴사하는 전염성 췌장괴사증이라는 질병도 있고, 잉어와 붕어 1~2년생에게는 봄철 17℃ 수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봄바이러스병이라는 것이 있다.

피부나 지느러미 또는 아가미에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블루길바이러스병이 1969년에 발견되었는가 하면 은어에게 나타나는 비브리오병도 있다. 감염부가 희게 되거나 발적(發赤, 붉어지는)하는 질병이며, 뱀장어에게는 에로모나스병(궤양성 질병)이 있다.

이 외에도 물고기의 신장과 간이 침해당하는 세균성질병인 에드와드병이 있고 복어의 구백병(口白病)이라는 독특한 질병도 있다. 이 병에 걸린 복어는 무리에서 이탈하여 움직이는 물체만 보면 무조건 뒤쫓아가서 무는 광견병과 같은 특이한 행동을 한다. 주둥이가 문드러지고 궤양이 생기며 심하면 치판과 악골(턱뼈)이 노출되는 병이며 주둥이가 희게 변하는 데서 구백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잉어의 수면병(睡眠病)은 양어장에서 유행되는 특이한 질병으로, 특히 가두어 둔 지수지에서 사육되는 잉어나 비단잉어에 유행된다. 이 병에 걸리면 바닥에서 잠자는 것과 같이 누워서 죽는데 이 때는 건드려도 반응이 거의 없다.

이 병은 당년생 또는 2년생 잉어에 특히 많고 금붕어나 붕어에도 유행되므로 양어장이나 가정에서 입는 피해가 크다. 이 수면병은 봄·가을 수온이 15~25℃가 되는 시기에 녹색 양어지(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은 양어지)에서 맑은 못이나 정원의 못에 옮기면 3~7일만에 발생된다. 이 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몸을 가장자리의 벽에 비벼대다가 점점 못 바닥으로 내려가 머물면서 나중에는 눕게 되고, 그 상태에서 2~3일이 지나면 그냥 죽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coe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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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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