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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벼락부자의 꿈을 지닌 '구민'들로 북적이는 시난증권 위베이루영업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조금이라도 투자금이 있는 대부분의 중국 도시민들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날마다 벼락부자의 꿈을 지닌 '구민'들로 북적이는 시난증권 위베이루영업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조금이라도 투자금이 있는 대부분의 중국 도시민들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 모종혁
"별 일 없을 겁니다. 작년 영업손실이 22억위안(한화 약 264억원)에 달하지만,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가 조만간 큰 수주건이 발표될 거라 했거든요."

지난 15일 중국 내륙 충칭시 시난증권 위베이루 영업소. 30℃를 오르내리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200여 평의 영업소 안을 달구고 있다.

이 날 아침 상승세로 장을 개시한 상하이 A주 지수는 오후가 되면서 급락세로 전환, 3.64%가 하락한 3899.18로 마감하며 40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는 B주 지수는 장중 9%까지 급등했지만 막판에 급락, 310.68로 1.93%가 하락했다.

선전 성분지수 또한 2.71%가 하락한 1만1414.54로 마감하여, 위베이루영업소에 몰린 1000명에 가까운 '구민(주식투자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영업소 안에서 만난 자오천(38)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3일 전 4만여위안의 투자금 모두를 ST바오숴에 '올인'했다는 그는 "순식간에 2000여 위안이 날아갔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5월 들어 ST바오숴주가 연일 7% 이상의 급등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며 "확실한 증권사 소식통이 전하는 정보에 따른 투자이기에 2~3일 더 묻어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오는 "작년 9월 2만 위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8개월도 안 돼 2배 이상 수익을 냈다"며 "1주일 단위로 급등주를 쫓아 사고 되파는 것이 내 투자 노하우"라고 자랑했다.

지난 반년간 상하이 A주 지수 변동 그래프.
지난 반년간 상하이 A주 지수 변동 그래프. ⓒ 출처: 시나닷컴
지난 반년간 상하이 B주 지수 변동 그래프.
지난 반년간 상하이 B주 지수 변동 그래프. ⓒ 출처: 시나닷컴
중국증시 약진의 일등공신, 1억 '구민'

중국 대륙이 주식투자 광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물밀듯이 몰려들고 13억 중국인들의 눈과 귀가 증시 동향에 쏠리고 있다.

상하이 A주 지수가 4000선을 처음 돌파한 9일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거래대금은 49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같은 날 세계 3대 증시 가운데 하나인 일본 거래액인 269억 달러의 2배에 달하고, 일본을 제외한 한국·홍콩·호주·싱가포르·대만·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증시의 거래대금 총합인 165억 달러의 3배 규모이다. 중국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거래대금 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6개월 전 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 증시의 거래대금은 3월 30일 164억 달러를 기록한 뒤, 두 달도 안 되어 490억 달러의 신기록을 작성하는 경이적인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8일 세계 최대의 주식시장인 미국 증시의 거래대금인 1220억 달러에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영국의 거래액 294억 달러보다 훨씬 많다.

중국 주식시장이 일본과 영국을 제치고 미국과 더불어 세계 양대 증시로 자리매김 했다. 중국 증시의 눈부신 약진은 이 달내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민'의 힘에 따른 것이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4월 30일 현재 상하이와 선전 양대 증시에 계좌를 개설한 주식 투자자 수는 9395만 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장세만큼 1월 326만명, 2월 127만명, 3월 405만명, 4월은 무려 670만명이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5월 들어서는 노동절 7일 연휴로 증시가 장기 휴장을 하자, 8일부터는 이를 보상받으려는 듯 날마다 30만명 이상이 새로 증권계좌를 열고 있다.

일반 직장인 뿐만 아니라 주부·대학생·퇴직 노인·식당 종업원 심지어 스님까지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13억 중국인 가운데 8억이 농촌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도시에 사는 성인들 대부분이 주식 투자를 하는 셈이다.

자오천은 "주변 친척이나 친구들 대부분이 주식 투자를 한다"면서 "은행에서 구좌 개설도 제대로 못하고 컴퓨터·인터넷을 다루지 못했던 노인들도 주식에서 돈을 벌기 증권사 영업소로 몰린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들어서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승장세에 주식 투자 않는 이는 바보"라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후난성 창사시 타이양증권 황씽중루영업소에서 만난 천징(27·여)은 "1998년 어머니가 3만 위안의 여윳돈으로 주식에 손을 댄 뒤 2002~2004년 기간 동안은 투자금의 절반까지 손실을 봤다"면서 "재작년 말부터 전체 장세가 상승하면서 지금은 본 투자금은 회수했고 2만여 위안의 수익까지 냈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3월 다니던 직장을 휴직한 뒤 지금은 주식 투자에만 전념한다"면서 "올해 안에 4만 위안 이상의 수익은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는 타이양증권 황씽중루영업소 창구. 날마다 30만명 이상이 새로 증권계좌를 열고 있다.
신규 계좌 개설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는 타이양증권 황씽중루영업소 창구. 날마다 30만명 이상이 새로 증권계좌를 열고 있다. ⓒ 모종혁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변화 그래프.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변화 그래프. ⓒ 출처: KOTRA 보고서
거침없는 활황장세의 복합적 요인

중국 주식시장이 거침없는 활황장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은행의 낮은 이자율에 있다. 오랫동안 중국인들은 잦은 정치적 변혁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안전한 은행 저축을 선호했다. 그러나 지난 6년이래 은행 이자율이 3% 아래에 머무르면서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보고서에서 "작년 11월부터 2001년 6월 이래 5년여만에 가계저축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4월 중 가계예금은 2280억위안(한화 약 27조3600억원)이 감소했다"면서 "일반인들의 가계저축이 증권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중국인들에게 남아도는 여윳돈을 투자할만한 마땅한 대상이 없다. 2000년 이래 부동산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과 중산층에게 큰 투자 매력을 주었지만, 작년 초부터 중국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투자 열기가 급격히 식었다. 적어도 30만 위안(한화 약 3600만원) 이상이 필요한 부동산 투자 자금도 일반 중국인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고 유동성마저 적다는 점은 부동산 투자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에 비해 주식은 적은 자금으로 투자를 하면서 수시로 투자금을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연간 10%를 웃도는 경제성장률, 1조 억 달러가 넘어선 외환보유고, 연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 세계 2위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은 중국 내의 유동성 과잉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추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의 핫머니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 하지밍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 1/4분기 유동성은 과잉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려 하지만 대체성이 적고 임시변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증시의 거품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넷째, 중국 상장기업들이 실적이 급속히 호전된 데 있다. 4월 25일 <중국증권보>는 "올 1/4분기 증권감독위원회(CSRC)에 실적을 제출한 381개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85% 증가했다"면서 "높은 경제성장으로 사업 기회가 커진데다 영업관리를 엄격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증권감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실적 보고를 완료한 680개 상장기업의 순익이 4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은 2조1000억 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21.6%나 증가했고 순이익은 1305억 위안에 달했다.

시황 컴퓨터를 통해서 자신이 산 주식 종목의 시황을 주시하는 한 여성.
시황 컴퓨터를 통해서 자신이 산 주식 종목의 시황을 주시하는 한 여성. ⓒ 모종혁
중국 주식시장 시가총액(단위:위안)

 

2005년말

2006년말

2007년 5월 11일

상하이 증시

2조 3096억

7조 1612억

12조 4451억

선   전 증시

      9334억

1조 7792억

  3조 8202억

합계

3조 2430억

8조 9404억

16조 2653억

ⓒ 재정경제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고음, 그러나...

중국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져가면서 이에 대한 경고 또한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정부 관료로는 처음으로 청쓰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고음을 보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70%는 이윤과 배당 등 각종 지표에서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3월 1일 발표된 담화에서 "중국 증시가 견고하지 못하며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원 총리는 "중국 기업들이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한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정보공개 등 투명성을 제고해 주식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달 6일에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중국의 증시 과열을 걱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물가와 자산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국가정보센터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거시경제가 과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인민은행이 적당한 시기를 찾아 금리를 인상하고 이자소득세를 없애 이자율을 올라가는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에는 중국에 진출한 골드만삭스 등 6개 외국계 투자은행은 일제히 "중국 증시가 고점에 왔다"면서 "20~30% 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무려 50.18배에 달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급등한 한국 증시의 12.8배보다 4배나 높고 미국의 18.2배, 영국의 14배, 일본의 26.3배에 비해서도 상당히 고평가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주가이익비율이 25배에 달하면 거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은 기록적이다. 시가총액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중도 2005년말 18%에서 지난달 말 76.8%로 확대되어 대부분의 신흥시장을 따라잡았다.

미국 월가의 거부였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는 어느 날 월가에서 구두를 닦다가 구두닦이들이 주식투자 정보를 나누는 것을 보고 주가 상승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가 주식을 팔아치운 뒤 얼마 되지 않아 1929년 미국은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기나긴 대공황을 경험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식당 종업원, 은행 계좌도 개설하지 못하던 70~80대 노인들까지 증권사 객장으로 몰리는 지금의 중국. 13억 중국인들은 오늘도 오직 벼락부자의 환상을 지닌 채 눈귀와 전 신경을 주식 단말기에 쏟고 있다.

증권사 영업소에는 중년 이상의 나이든 '구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이제 주식투자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증권사 영업소에는 중년 이상의 나이든 '구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이제 주식투자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 모종혁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지난 1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작성, 송고된 것입니다.


#중국 경제#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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