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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골프장 모습(자료사진)
서울의 한 골프장 모습(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고는 날짜가 잡혀서 다섯 부부가 필드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는 골프장에 머리털 나고 처음 가 본 것이지요.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아내는 제발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군대생활에서 한 '유격훈련'보다 힘들었습니다. 운동화처럼 생긴 골프화를 조금 큰 것을 신어서인지 미끄러운 잔디에 신발은 벗겨지려 하지, 공은 이리저리 좌우로 날지, 뒤에서 다른 팀이 늦다고 불평하니 공 주우러 사방으로 내달린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아내는 다른 조에 편승했는데 팀장이 연방 "뛰어! 뛰어!" 소리치는 통에 거의 넋이 나간 듯 보였습니다.

결국 아내는 18홀을 끝내지 못하고 그냥 팀을 따라다녔고 저는 골프코스가 그리도 많고 지루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뒤풀이로 중국식 뷔페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내는 너무도 고단한지 별로 음식을 먹지 못했고 저도 햇살에 너무 노출되어서인지 열이 올라서 식욕도 나지 않더군요.

어쨌든 그날로 아내는 골프계를 영원히 은퇴했고 저는 오기로 두어 번 더 필드로 나섰습니다.

세 번째인가 나선 골프장의 마지막 홀은 요상하게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 입구 주차장 옆에 배치되어 있었죠.

'언제 18홀을 다 도냐…' 내심으로 얼른 마치고 싶은 마음뿐인 제가 휘두른 공이 그냥 주차장으로 뻗어가더니 아스팔트에 맞아 크게 한번 튀어오르더군요.

어느 차 지붕에라도 튀었는지 대충 살폈지만 공은 보이지 않고 흠이 간 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형, 그냥 갑시다!"

흥이 깨진 양 팀장이 그 말을 남기고 얼른 골프채를 챙기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날로 골프계를 은퇴했습니다.

골프채도 녹이 스는지 아직 모릅니다. 한번도 그 이후에 골프채 세트를 열어보지 않았으니까요.

무엇보다 아까운 것은 골프장에서 5달러만 주면 빌려 쓰는 골프채 운반용 카트까지 제 것, 아내 것 2대를 샀는데 부피도 커서 세탁소 한편에 처박아 둔 것이 자리를 차지하여 괘씸합니다.

그래도 심심하면 아내와 저는 마주보고 깔깔 웃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요.

"골프도 했단다. 우하하…."

덧붙이는 글 | 캐나다 이민자의 골프 경험담입니다.


#골프#세탁업#캐나다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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