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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가락하던 18일 하늘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저수지가 있다. 오늘 같은 날 저수지는 어떤 모습일까? 집을 나섰다. 계수저수지에 도착했다. 2~3일 전에도 난 그것들을 만나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노랑색 꽃창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저수지 한가운데에 마치 배를 타고 서서히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노랑색꽃 창포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한걸음에 그곳 가까이에 갔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예쁜 그것들을 사진기에 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노랑색꽃창포였다.
노랑꽃창포을 따라 저수지 주변을 맴돌았다. 주변에도 노랑색꽃창포는 그만의 단아하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노랑꽃창포가 있는 곳엔 경사가 드리워져 있었다. 약간 경사진 그곳에서 두 남자분이 사진기에 꽃을 담고 있었다. 나도 그곳을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들의 사진 찍는 것을 부러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노랑꽃창포를 찾아 건너편 저수지로 갔다. '그곳에도 있을지 몰라. 있다면 내손이 닿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바라는 마음으로 굴 밑을 지났다.
그러면 그렇지 저수지 주변 땅 위에 노랑꽃창포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카메라를 들고 뛰었다. 이리 저리, 앞 뒤, 위 옆등을 돌면서 꽃창포를 찍었다. 샛 노랑 꽃색깔과 진초록의 이파리는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보고 보고 있어도, 찍고 찍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꽃이 핀 모습들은 모두 다른 모습들이었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반쯤 피어 있는 모습, 붓처럼 돌돌 말아 피기 직전의 모습. 어디 하나 나무랄 때가 없이 곱고 예쁜 모습의 노랑창포꽃이다. 반쯤 무릎을 꿇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는 한방울 두방울씩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비를 맞는 것보다 카메라가 비 맞는 것이 더 걱정이 되었다. 조금 내리다가 그치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정자에 몸을 피했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왠지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앉아서 기다렸을까? 드디어 비 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노랑꽃창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강태공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잠시 비를 피했던 어느 강태공이 나를 보고 "아까 많이 찍던데 찍을 것이 더 남았어요?"하고 묻는다. "그러게요. 이대로 가긴 왠지 아까워서요."
비가 그친 후 만난 꽃이라 그런지 더욱 선명해 보였다. 돌돌 말아 올린 노랑꽃창포의 꽃봉오리가 마치 그림 그릴 준비를 마치고 있는 듯했다. 꽃봉오리는 흐린구름, 하얀구름, 파란구름들을 골고루 한 점씩 찍어 멋진 그림을 그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