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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에 있는 어떤 할머니 집에 갔더니 그 뒤쪽으로 멋진 수풀이 우거져 있었어요. 뻘겋게 달아 오른 단풍나무만 뺀다면 온통 천지가 초록잎 풀 빛이 아닐까 싶네요. 저 속에 있으면 눈과 코를 비롯해 정신까지 모두 맑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수풀이 우거진다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밑뿌리가 튼튼하게 박혀 있는 까닭이겠지요?
곤지암에 있는 어떤 할머니 집에 갔더니 그 뒤쪽으로 멋진 수풀이 우거져 있었어요. 뻘겋게 달아 오른 단풍나무만 뺀다면 온통 천지가 초록잎 풀 빛이 아닐까 싶네요. 저 속에 있으면 눈과 코를 비롯해 정신까지 모두 맑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수풀이 우거진다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밑뿌리가 튼튼하게 박혀 있는 까닭이겠지요? ⓒ 권성권
산과 들온 천지가 초록 잎 풀빛을 띠고 있다. 집 앞 포도나무도 그렇고, 길거리 은행나무도 그렇다. 고속도로에 멋지게 뻗어 있는 메타세콰이어도 예외가 아니다. 울창한 산속의 수풀림도 두말할 나위 없이 눈이 부신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빛깔이 다르겠지만 난 초록 잎 풀빛을 좋아한다. 그 빛깔로부터 생명이 움트고 알알이 열매를 맺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그 생명의 빛깔은 절로 나오는 법이 없다. 어딘지 모르게 감춰져 있는 흙속 밑뿌리로부터 나온다. 겨우내 죽은 듯한 케케묵은 고목에서 나온다. 때론 움푹 패인 검은 흉터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그렇듯 드러내지 않고 뽐내지 않는 곳에서 생명도 그 빛깔도 움트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생명의 빛깔은 언제나 아래에서 시작된다. 위에서 시작되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 뿌리가 말라버리면 생명의 근본조차 찾을 수 없다. 밑가지가 말라버리면 윗가지도 싹터 오를 수 없다. 그렇듯 생명은 언제나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식의 영광도 어머니의 태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연일 계속 비가 와서 고추나무와 파프리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옆에 심은 포도나무도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답니다. 해가 뜨지 않나 우중충한 날씨에 찍은 포도나무인데, 한 가운데 뽀얗게 올라오는 잎이 보이지요? 그게 더 커질 무렵이면 열매도 하나 맺힐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우리 모두 밑가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일 계속 비가 와서 고추나무와 파프리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옆에 심은 포도나무도 새 잎이 돋아나고 있답니다. 해가 뜨지 않나 우중충한 날씨에 찍은 포도나무인데, 한 가운데 뽀얗게 올라오는 잎이 보이지요? 그게 더 커질 무렵이면 열매도 하나 맺힐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우리 모두 밑가지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권성권
조직이나 공동체나 한집안도 그와 다르지 않다. 공동체가 살아있고 조직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어머니처럼 밑가지가 되는 까닭에 집안의 족보가 이어질 수 있다. 드러내지 않고 뽐내지 않는 그 누군가에 의해 아름드리 큰 나무와 같이 한 나라의 역사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산과 들과 집과 거리의 싱그러운 풀빛 초록 잎들을 다시금 눈여겨보자. 가지 사이에 활짝 피어오른 이파리들은 그저 존재하는 법이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흙 속에 뿌리가 살아 움직이는 까닭이요, 밑가지가 위에 솟아 있는 윗가지들을 묵묵히 받쳐주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의 가정들도,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어머니 같은 그 누군가의 희생정신이 깃든 밑가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을 바라보는 너와 내가 무엇으로 살아야 할지는 자명하다. 모두가 울창하게 솟아오른 윗가지들이 되기보다 내일을 향한 밑뿌리로 그리고 밑가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에만 조직이든 공동체든 가정이든, 우리나라의 역사든 진정 밝고 튼튼한 아름드리나무와 숲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풀빛#초록잎#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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