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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OI훈련을 위해 부산 3함대에 정박중인 길이 332m의 핵추진항공모함 레이건호.2007.03.22
RSOI훈련을 위해 부산 3함대에 정박중인 길이 332m의 핵추진항공모함 레이건호.2007.03.22 ⓒ 김보성
2.13합의가 도출된 5차 6자회담에서 미국은 별도의 발언을 통해 BDA 문제를 30일 이내에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30일이 지나고도 BDA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 또한 막대한 규모로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지난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훈련(RSOI)과 독수리 훈련(FE)은 대북 선제공격의 내용이 담겨있는 작전계획 5027의 일환으로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절차를 연습하는 훈련이다.

올해 진행된 RSOI훈련은 해외에서 참여하는 미군 6천여명에 총 3만여명의 미군병력과 핵 항공모함, 스텔스 전폭기 등 최신식 전쟁무기들이 동원된 역대 최고의 대규모 훈련이었다. 지난 2005년 권영길 의원이 폭로했듯이, 이 훈련은 사실상 평양점령을 상정하고 평양 근처의 남포해안과 비슷한 남쪽의 충남 만리포 해안에서 진행되었으며 유사시에 북을 단기간에 점령하기 위한 실전공격훈련이다.

2.13합의의 합의문 6항을 보면 ‘참가국들은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을 할 것을 재확인하였다’는 문구가 있다. 그런데 2.13합의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미국과 남측 정부가 합동으로 대규모 전쟁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이 진정으로 북과의 관계개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 : 용감한 방패, 림팩

림팩훈련차 부산 3함대에 입항한 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2006.7
림팩훈련차 부산 3함대에 입항한 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2006.7 ⓒ 김보성
이 뿐이 아니다. 5월 10월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에도 태평양 서부 괌 인근에서 대규모 기동군사훈련인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과 환태평양해군연합훈련(림팩)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미 태평양 사령부가 지난해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괌 인근해역에서 실시한 ‘용감한 방패 2006’ 내역을 보면,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인 3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소속함정 28척, 전투기 280대, 병력 2만 2천여명이 참가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6월 26일부터 7월 28일까지 미국은 하와이 인근에서 아시아 태평양 연안 8개국과 함께 환태평양해군연합훈련(림팩 2006)을 실시하여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이러한 훈련은 미군의 신속기동화와 세계재배치를 목표로 한 것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무심히 지나칠 일이 못된다. 이 또한 한반도 유사시에 '신속히' 전쟁에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북측이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군사적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고조되는 통일열기, 찬물 끼얹는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이후 8월 말에는 대북침략훈련으로 한미연합 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이 실시될 예정이다.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은 76년 이후, 매년 해오는 것으로 한반도 전쟁 시 한미 합동으로 북을 공격하여 평양을 접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13합의에 담긴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할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나 올해는 2.13합의를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발을 떼었고, 민족 내적으로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지난 5월 1일에는 북측의 노동자들이 남쪽 창원에 와서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같이 치러냈고, 5월 17일에는 역사적인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시험운행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8월 15일 전후로는 통일대축전행사 참가를 위해 북측 대표단이 남쪽에 내려올 예정이고, 이후 8월 29일부터는 남측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예선전에 북측 청소년 대표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렇듯 남북 화합과 통일의 열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대규모의 한미 군사훈련은 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다.

평화와 관계개선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대적인 나라들 사이에서는 그 관계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간의 불신이 깊었던 만큼 그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는 하나하나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당장은 미국이 2.13합의의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인 BDA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나아가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BDA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북이 추가적인 조치 즉, 핵을 동결하고 영변시설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군사훈련은 응당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앞에서는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전쟁연습을 역대 최대의 규모로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말로만 평화와 관계개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들을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다

덧붙이는 글 | 조장원 기자는 <파병철회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와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RSOI#림팩#반전평화#한반도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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