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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


재잘대며
타박타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 피천득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시다.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재미있게 쓰러지는 것이 때로는 그 아이 몸에 멍이 들거나 피가 흐르게 하거나 자칫 잘못해 다리가 삐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가는 길

소곤대며
몰래몰래
정보수집 가려다

한달음에
휘릭휘릭
기술유출 보내려다

으악하며
들켜버려
쓰러집니다.
/ 원작: 피천득 각색: 양중모


얼마 전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해 넘겨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견물생심’이라고 돈 앞에 무너지지 않을 장사가 얼마 없다는 생각에 한 편으로는 동정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동정보다 많은 이들이 분노를 한 까닭은 무엇일까? <똥개>에서 보면 정우성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김갑수가 이런 말을 한다.

“난 그래도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는 않았어.”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고, 남에게 돌 던질 때 정말 돌을 던질만한 자격이 되는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똥개>에서 김갑수가 했던 말에는 깊이 되새겨 볼 만한 점이 있다. 자신도 사람인 만큼 너보다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자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인구가 채 1억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내수 시장만으로 경제가 돌아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이다. 한동안은 싼 인건비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럴 시대를 지났다.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기술을 다른 나라에 돈을 받고 팔았다. 그것도 우리나라나 국민에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닌 단지 몇 명의 이익을 위해서만 판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국가적 피해로 돌아올 때는 그 몇 명의 이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단지 기술을 넘겨주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단지 기술을 넘겨 준 그 행위가 우리나라에는 천문학적인 액수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그리고 그 피해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악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사람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행위가 점차 국가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아니라 자기들 기술 끊임없이 팔다 무너져버린 한심한 한국인으로 기억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좋을까?

이번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등 우리나라 핵심 기술을 노리는 나라는 많다. 특히 인건비가 싸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핵심 기술 등이 굉장히 갖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만을 채우겠다고 날름 돈을 받고 팔아버리면 어찌되겠는가.

아이는 길을 가다 왜 쓰러졌을까? 앙감질은 한 발로 뛰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균형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두 발로 바로 걸어야 하듯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적어도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배반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마음가짐이 돈 앞에 한 명 두 명 무너질 때 대한민국이라는 아이는 비틀비틀 쓰러지고 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질 때 대한민국은 깔깔대며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거나 ‘으악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며 쓰러질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 나도 그럴 수 없고, 당신도 그럴 수 없고 천사 같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가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아이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는 말자. 그것은 곧 내 눈물이며, 당신의 눈물이며, 우리 가족이 뿌리는 피눈물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초등학교 교과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여러 가지 면을 보고자 연재하고 있습니다.


#기술유출#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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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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