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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친구 아홍이 만들어온 '깐저쉐이' 건더기의 색깔이 참 예뻤는데 국물도 달콤하니 맛있었습니다. 딸내미가 한그릇 다 비웠거든요.
중국인 친구 아홍이 만들어온 '깐저쉐이' 건더기의 색깔이 참 예뻤는데 국물도 달콤하니 맛있었습니다. 딸내미가 한그릇 다 비웠거든요. ⓒ 전은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내용물을 살펴보니 깐저(수수대), 마티(사전에는 올방개라고 나옴), 홍로보(당근)를 넣고 푹 끓인 거였습니다. 일단 먹어보지 못한 것이니 먼저 국물을 조금 떠서 맛을 봤습니다.

음∼ 진짜 달짝지근했습니다. 혹시 설탕을 넣었는지 물어보니, 전혀 안 넣었고 깐저(수수대)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랍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과자나 사탕 같은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열기가 많아지는데, 이 깐저쉐이를 끓여서 먹이면 몸에 열기를 내려준다고 했습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오후 두 시 반에 다시 출근해야 하는 그녀는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라고 일러주며 돌아갔습니다.

아홍이 간 후 둘째딸 은혜에게 국물을 따라서 주었습니다. 혀를 내밀어 맛을 확인하더니 요 녀석 단맛이 맘에 들었는지 한 그릇 다 마셨습니다. 그사이 저는 건더기 몇 개 건져 먹었지요.

깐저쉐이 말고도 아홍에게 받은 것이 참 많습니다. 한번은 광서 지방 출장 갔다 오면서 샀다며 그곳 특산품인 위에 좋은 차를 주기도 했고요. 그녀의 남편이 허위엔 지방 갔다가 사왔다며 삶은 밤이며 새콤한 무 등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나눠 주었습니다.

또 아홍 집에 갔다가 마셔본 차가 향이 좋아 감탄을 했더니 며칠 있다가 '산차'라는 그 차를 큼지막한 봉지로 두 봉지나 가져온 적도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 살면서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늘 해먹는 음식은 김치 담가서 김치찌개나 볶음, 아니면 된장찌개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중에 이런저런 중국 광동 음식을 아홍 덕에 맛볼 수 있게 되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놀다가 저녁 8시 반쯤 아홍과 딸 즈이는 다음날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냥 보내기가 미안해서 김치 몇 포기 싸주었습니다. 매운 걸 잘 먹진 못하지만 그녀는 시큼한 걸 좋아하기에 적당히 잘 익은 김치로 주었습니다.

알고 지내는 몇몇 중국인 친구 중에 유일하게 김치를 잘 먹는 아홍. 그녀에게 받기만 하고 줄 게 마땅치 않은데 김치를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뭐 받을 때마다 매번 김치로 대신하다 보니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주는 김치입니다. "김치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라고 했더니 그녀는 알았다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보이기만 하면 큰소리로 "아화!"(이름의 끝 자 앞에 '아' 자를 붙여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하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하는 친구 아홍. 저보다 나이가 두 살 정도 많은데도 절대 언니라고 부르지 말랍니다. 그냥 이름을 부르라고 합니다. 그게 더 듣기 좋다면서요.

하루하루 적응하며 살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곳에 이렇게 털털하고 붙임성 좋은 친구가 있으니 그냥 뭔지 모르게 참 든든하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 유포터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깐저쉐이#중국 광동#아홍#즈이#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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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속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과 김정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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