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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4일 오후 염창동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와 `4자 회동`을 가졌다. 4자회동을 끝낸 박근혜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를 수용할 것을 이 전 시장에게 요구했다. 경선룰을 바꾸면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라며 이명박 전시장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은 대선후보 경선 중재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정권교체와 당화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이 무너진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양측은 그동안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두고 싸워왔다. 한쪽은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했고 한쪽은 국민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내세웠다.

여론조사에서 큰 점수를 내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당내 세력에서 큰 이점을 가진 박 전 대표는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을 위해 끊임없이 경선안 개정을 요구해 왔고, 또 반대해왔다.

그 와중에 원색적인 비난이 오고 갔으며,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이 무색하게 두 살림을 차린 집처럼 분열되고 있다. 매번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던 그들은 밥그릇 싸움을 통해서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음을 국민들에게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발표된 강 대표의 중재안을 두고 여론에서는 이 전 시장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자신의 의견이 좀 더 수용되어 유리해진 이 전 시장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고, 불리해진 박 전 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한국미래연합의 박근혜를 기억한다

2002년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운영위원이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치권이 원칙을 지키는 것을 국민에게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박 전 대표는 "원칙을 걸레로 만들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며 당지도부와 이 전 시장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시계를 2002년으로 돌리면 지금의 입장과 반대되는 박 전 대표를 만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당과 이회창 전 총재에게 경선룰 개정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과감히 탈당하여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당시 박 전 대표가 요구했던 수정안은 지금의 이 전 시장이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내 기반에서 열세적 입장이였던 당시 국민과 일반당원의 참여확대를 요구했던 박 전 대표는 현재 당내 기반에서 우세적 입장이 되자 "당헌"과 "원칙"이라는 말만 고수하고 있다. "원칙을 바꾸자"고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룰을 파괴했던 그가 지금에 와서 "정치인의 솔선수범"을 내세우며 원칙을 지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2002년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던 그,는 만약 이명박 전 시장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위해 판을 엎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형국이 지속된다면 이 전 대표가 판을 엎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5년 사이에 박 전 대표에게 '국민이 원하는 정치'의 의미는 '많은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치'에서 정치가가 '처음 만든 원칙을 고수하는 정치'로 바뀌었다. 박 전 대표가 기자들에게 던졌다는 "내 원칙이 바뀐 게 있나요"라는 질문은 들은 국민들은 원칙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불리해진 판에 끼어들 수 없다며 끝까지 원칙을 고집하며 2002년과 같은 결정을 내릴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박근혜#대선#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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