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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로가 잠시 멈칫하다가 급히 그에게 짓쳐들자 능효봉은 또 다시 급하게 방향을 틀어 그들의 좌측을 타고 넘었는데 그가 향하는 곳은 아직까지 백철등을 마지막으로 들고 있는 사내 쪽이었다.

“이런 쥐새끼처럼 약은 놈...!”

장로 중 한 명이 미처 능효봉의 움직임을 따라붙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역시 문주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애써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들어오게 한 것이나 단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들을 따로 보낸 것은 상대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계산해 놓은 것이다.

허나 놈의 움직임을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분명 일장을 맞았음에도 그 기세가 늦춰지지 않는다. 저 놈을 처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 싶었다. 그런 와중에 이미 수하들이 능효봉을 향해 세 개의 은사절편이 쏘아내고 동시에 단혁의 신형이 능효봉의 우측을 파고드는 것이 보였다.

슈수슈---

단혁의 날카로운 검기(劍氣)와 검영(劍影)이 허공을 덮으며 파공음을 질러댔다. 단혁의 검은 매우 매서웠고, 빽빽한 검막(劍幕)을 형성할 정도여서 그의 수련 정도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오한 경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만만치 않다....!’

능효봉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게 빗나갔음을 느꼈다. 일단은 두 장로를 계산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고, 함곡의 예상대로 철기문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도 그런 실수의 요인이었다. 비록 옥청문 부자(父子)와 옥청량이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장로들은 나섰을 것이라 생각했어야 했는데, 사실 장로들이 운중보에 들어왔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그런 실수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신형을 움직여 자신을 향해 쏘아 온 은사철편 하나를 피하고, 교묘하게 양 팔을 흔들어 다른 은사철편 한 개를 튕겨내 단혁의 공격을 임시로 늦추게 하면서 또 하나의 은사철편을 맨손으로 움켜잡았다.

“타핫----!”

자신의 병기를 상대가 잡는다면 대개의 반응은 병기를 회수하려고 힘을 주어 잡아당기는 경우가 많다. 은사철편을 잡힌 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가 힘껏 잡아당기자 능효봉은 오히려 그 탄력을 이용해 빛살처럼 그 자에게로 쏘아갔다.

“허헉---!”

사내는 급히 은사철편을 놓아버렸지만 이미 코앞에 닥친 능효봉을 막을 수 없었다. 급히 몸을 날리려 했지만 턱에 느껴지는 고통은 정신을 잃게 했다.

퍼퍽---!

능효봉의 오른쪽 팔꿈치가 정확하게 사내의 턱에 적중되자 사내의 얼굴이 마치 반으로 뭉개진 듯 보였는데, 이미 턱뼈가 으스러진 것 같았다. 사내는 입안 가득 뭉개진 턱뼈와 피가 고여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능효봉은 사내 대신 나무 위에 올라 쥐고 있던 은사철편을 세 겹으로 접더니 빨래를 짜듯 비틀자 그것은 놀랍게도 적당한 두께의 봉(棒)처럼 변했는데 빳빳하지는 않지만 꽤 쓸모 있는 병기를 가지게 된 셈이었다. 이것은 과거 무당이 자랑하던 속습성곤(束濕成棍)의 재간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어떠한 물건이라도 내력을 실어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함이었다.

따당---츠츠르---

그것은 곧 바로 능효봉을 노리고 광폭한 변화를 보인 단혁의 검을 쳐내는데 사용되었고, 본래 질긴 은사철편인지라 보검에도 잘리지 않는 훌륭한 무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곧 바로 두 장로가 쏘아온 통에 능효봉 역시 몸을 빼낼 시간이 없었다.

단혁과 두 장로의 공격이 더욱 광폭해졌다. 자신들이 공격을 하는 와중에서도 수하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맹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억----!”

갑자기 마지막 남은 백철등이 꺼지며 비명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는가 싶더니 미세한 움직임이 들리며 또 다른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악---!”

능효봉을 몰아치던 단혁이 몸을 빼내며 비명이 들린 곳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소리친 것은 동시였다.

“웬 놈이냐...!”

분명 누군가가 움직이며 수하들을 살해하고 있었다. 능효봉에게 이미 네 명이 당했고, 비명소리가 두 번 터져 나왔으니 이제 데리고 온 수하 중 한 명만이 남았다. 단혁은 나무 사이를 누비며 움직이는 인영을 향해 쏘아갔다.

그러나 그것 역시 또 실수였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수하들을 죽이고 있다면 마지막 남은 수하 쪽으로 가 보호하는 것이 마땅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혁이 채 괴 인영을 따라붙기도 전에 또 하나의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악---!”

나무 위에 있던 수하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보였다. 단혁의 검이 어둠을 가르며 맹렬한 기세로 나무 위에 있는 괴 인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단혁의 검이 새하얗게 빛나며 끊임없이 주위에 잔영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검에 주입해 공격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는데 그로 인해 주위의 모습이 언뜻언뜻 들어왔다.

차창창----!

나타난 인물이 팔뚝으로 단혁의 검을 막고 있었다. 팔뚝으로 막고 있음에도 쇠가 부닥치는 소리가 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는데 그것을 본 능효봉이 소리쳤다.

“빌어먹을 자식... 오려면 좀 일찍 오든가 하지....”

그의 음성에는 느긋함이 서려 있었다. 단혁이 빠지자 조금 여유가 생긴 탓이었고, 단혁의 수하들을 모두 처리한 이상 일찍 끝낼 수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따라오지 말라고 극구 말린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딴소리요? 그래도 걱정 되서 왔더니 이제 왔다고 핀잔을 주는구려.”

설중행이었다. 단혁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말할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말에 능효봉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쥐고 있는 은사철편의 봉(?)으로 두 장로를 오히려 몰아쳐 가며 재차 소리쳤다.

“봐줄 것 없이 일찍 끝내....! 시간이 없다.”

그 말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이제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무공을 사용해야 한다는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굳이 능효봉이 먼저 단혁의 수하들을 죽이려했던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혹시나 단혁의 수하들이 그 광경을 보고 도망이라도 한다면 매우 귀찮아질 것이었다.

이제 단혁의 수하를 모두 처리한 이상 그들만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었고, 상대 역시 그 무공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인물들이었다.

“이런 미친놈들 같으니라구....”

자신들은 안중에 없는 듯 지껄여대는 능효봉과 설중행에 대해 울화통이 터지는 듯 한 장로가 맹렬히 공격하며 노갈을 터트렸다. 허나 능효봉은 병기를 왼손으로 돌려 잡으며 오른손을 내뻗었다.

공격을 가하는 장로들의 얼굴색이 짙게 변하는 것을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보였고, 그들 역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능효봉과 엉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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