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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실비 보시에'는 고대 사회와 역사를 주제로 꾸준히 어린이 책을 써온 작가이다. 그가 이번에는 인류의 역사에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 왔는지 어린이들에게 알려줄 목적으로 책을 썼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포함해 이미 7권이 번역되었으며, 앞으로도 '인류의 작은 역사' 시리즈 4권(종교의 역사, 문자의 역사, 시간의 역사, 언어의 역사)을 더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평화를 위한 인간의 노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길을 나선 '프로티스'가 갈리아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간 이야기, 크리스트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서 흰 코끼리가 평화의 상징이 된 이야기, 2차 대전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한 '오스카 신들러' 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데, 역사의 흐름을 쫓아가기보다는 띄엄띄엄 사례를 나열해 놓아 산만한 느낌이 든다.

2장은 전쟁의 역사를 다룬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전쟁이나 평화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살아가면서 싸움을 통해 자기 집단의 삶을 꾸려 가는 것뿐이지요. 동물끼리 다툰다고 해도 그 다툼이 사람들의 전쟁처럼 대규모로, 조직적인 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38쪽)

이렇듯, 인간의 특징으로서의 전쟁의 역사를 원시 부족사회에서의 '체육대회 같은 전쟁'에서부터, 그리스의 '신성한 전쟁'인 마라톤 전투, 강력한 군대를 통한 '팍스 로마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프랑스 혁명,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20세기 전쟁의 잔혹성까지 개략적으로 살펴본 후, '물 부족'이 가져올지도 모를 미래의 전쟁 가능성까지 생각해본다.

'전쟁과 인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3장에서는 먼저 인간이 왜 전쟁을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전쟁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어떤 나라는 종교와 사상 때문에 / 어떤 나라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 어떤 나라는 석유를 얻기 위해 / 어떤 나라는 물을 얻기 위해 / 어떤 나라는 땅을 지키기 위해 / 어떤 나라는 땅을 넓히기 위해 / 어떤 나라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 어떤 나라는 상대 국가를 잘 모르고 오해해서 혹은 어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전쟁을 합니다."(70쪽)

맞는 말이다. 약간은 호기심이 동하는 제목들, 예를 들면, 대통령도 전쟁터에 나가 싸울까? 칼이 총을 이길 수 있을까? 등을 통해 책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쟁에서 이익을 얻는 군수업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나름대로의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가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일어난 원인에 관한 내용이라면, 4장부터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왔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적십자와 국제연합, 국제연맹과 같은 국제조직들에서부터, 비폭력투쟁을 전개한 간디와 마틴 루터 킹까지 간단하게 살펴본 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편은 좋은 쪽이고, 상대편은 나쁜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편 나라에서는 우리 편이 나쁜 쪽이고, 자기네 편이 좋은 쪽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이건 우리나라 사람이건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133쪽)

"……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증오심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평화는 노력의 산물이에요. 그것은 우리가 결코 눈을 떼서는 안 될 저 지평선이기도 하지요."(140쪽)


전쟁은 무조건 악인가? 라고 질문했을 때, 저자는 '불가피한 전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 또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또는 '식민지 지배를 받던 조선의 독립군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벌인 전투'가 거기에 해당된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 식민지가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국민들은 매일 죽도록 일하면서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겠지요. …… 그런 사람들에게 평화는, 지금과 같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나라를 다시 찾는 일입니다. 말로 좋게 한다고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테니 무장을 하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겠지요?"(36쪽)

이 책은 분명 전쟁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게다가 커다란 판형, 시원시원한 그림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이 책이 목표하고 있는 '초등 5,6학년' 어린이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다.

전쟁과 평화, 두 얼굴의 역사

실비 보시에 글, 장석훈 옮김, 메 앙젤리 그림, 한정숙 감수, 푸른숲주니어(2007)


#전쟁과 평화#두 얼굴의 역사#실비 보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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