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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개월째 아파트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평일 오후인데도 불이 꺼진 사무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수개월째 아파트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는 것.

지난달 초까지 상가 내에 43개 중개업소가 영업을 했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 10개가 폐업을 했다. 그나마 남은 중개업소는 대부분 직원 수를 줄였거나 개점휴업상태였다. 도곡동 고려공인 박두성 대표는 "올 들어 거래가 한 건도 성사된 게 없다"며 "요즘에는 아예 드나드는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개포역 인근 개포주공 단지내 제일공인 고재영 대표 역시 "매물은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간혹 찾아오는 손님들도 아파트 보다는 상가나 땅 투자 문의만 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그래도 부동산은 오를 것"이라고 점치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의 하락 안정세가 거듭되자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뚝 끊겼다.

정부 "집값 5~6년간 장기적 하락" 자신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전국의 집값이 2년 3개월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하면서 집값의 안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집값이 잡혔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은 지난 27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집값이 한번 하락세로 돌아서면 5, 6년간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60년대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며 주택가격의 장기적 하락을 자신했다.

실제 정부의 이 같은 자신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최근 14주째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 초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하던 강북구 집값이 하락세에 동참하면서 전국적으로 하락했다. 전국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이를 향후 5~6년 간의 집값 하락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최근 들어 시장에서의 거래는 뚝 끊긴 상황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 건수는 총 312건. 최정점이던 지난해 10월 1232건이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70% 가까이 급감했다.

정부 강력한 '돈줄죄기' 투자수요 억제

▲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종부세 논란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강남권의 10억원 이상 고가 재건축 단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 정연경

이처럼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대출 규제와 세금 강화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약효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강력하게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억제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으로 인해 주택 수요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일단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1·31대책' 때 발표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의 영향이 컸다. DTI란 '집값에 상관없이 대출자의 소득에 맞춰 돈을 빌려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6억원 이하 아파트까지 DTI 규제가 확대 적용됨에 따라 은행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여기에 '1인1건 대출' 조치로 신규 투자수요마저 뚝 끊겼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대부분의 신규 투자수요는 기존 1주택 보유자가 투자 목적으로 추가로 구입하는 경향이 많은데 '1인1건 대출' 조치가 이 같은 수요를 억제시켰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난 것도 대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1774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12월 1081가구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은 "정부가 올해 초부터 강력한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사실상 시장의 잠재 수요자들이 사라지게 됐다"며 "DTI 규제 강화가 시행되는 3월부터 최소 두 달간 집값은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강타 급매물조차 외면

대출 규제가 잠재 투자수요를 억제했다면 종합부동산세는 시장에 급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종부세 논란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강남권의 10억원 이상 고가 재건축 단지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과 양천구 등 종부세 과세 대상이 밀집한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팔려는 집들이 쌓이고 있다. 양천구 목동 5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의 급매물만보고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자들이 급매물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에 따르면 올해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보유자가 내야하는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38만세대로 평균 320만원의 종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종부세 과세 대상자인 23만세대의 경우 올해에는 평균 470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는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값상승과 과세표준 인상에 따라 집부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실제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2배 이상 올랐으며 과표 적용률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80%로 높아졌다.

서초구 시티랜드공인 안시찬 대표는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 때는 보유세 부담이 큰 강남권의 매물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나머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적어도 과세 기준일인 오는 6월 1일까지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비롯해 전체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어도 2분기까지는 아파트값 반등 어려울 듯

▲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적어도 2분기까지는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 역시 최근의 집값 안정 흐름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무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들은 분양가상한제를 기다리며 매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준석 팀장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시세보다 30%가까이 싸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며 "급매물이 나와도 실수요자들이 쳐다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동안 국내 부동산 투기수요를 부추겨 온 수백억대 자산가들도 최근 들어서는 해외 부동산펀드나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적어도 2분기까지는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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