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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아버지가 동네 어귀에서 주워모은 신문, 종이상자 등을 자전거에 싣고 슈퍼마켓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 할아버지가 동네 어귀에서 주워모은 신문, 종이상자 등을 자전거에 싣고 슈퍼마켓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남소연

얼마 전 자식들이 "80대 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고 노모를 길에 버린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속으로 '남의 일 같지 않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은 자식들의 사는 정도와 입성을 가지고 성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네티즌들 또한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들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위로 오빠 하나,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워낙 가진 것 없이 자식 넷을 키우다 보니 부모님은 덜렁 집 한칸 뿐이지 가진 돈이 한푼도 없으십니다.

일 그만두신 아버지, 생활비 어떻게 하나

병으로 앞서 간 큰 오빠를 대신해 장남 노릇까지 떠맡게 된 작은 오빠는 어렵게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사랑의 덫'에 걸려 시집온 올케의 집안에서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오랜 세월 동안 시어른 모시고 살아온 안사돈어른은 시집살이 고됨을 익히 알기에, 당연히 반대하셨습니다. 한쪽에서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서로 마음맞춰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오빠 내외는 한 지붕 밑에서 4년 아옹다옹 살더니 겨우 집 한칸 마련해 분가했습니다. 아버지는 경비를 하시며 버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한 십년 어머니와 오붓하게 잘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더 이상은 운신을 못하실 정도가 되시어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몇해 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할 때부터 내심 일을 그만 두셨으면 했지만 내가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기에 딱히 관두시라고도 못했습니다.

막상 아버지가 일을 그만두시니 생활비가 당장 걱정입니다. 마땅히 나서서 도움을 드리면 좋은데, 자식 키우고 시부모 모시며 사는 저 또한 사정이 여의치만은 않습니다.

형제들 중 제일 늦게 결혼한 저는 역시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남편 형제들조차 부모를 저희에게 떠맡기고 연락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 그 홀시어머니 모시고 정말 열심히 맞벌이하며 살아 왔습니다.

몸이 고단하거나 내 삶이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남편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안으로 삼키곤 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오빠 마음도 이해하지만, 부모님 생각하면 섭섭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화장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종이박스를 깔고 잠들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화장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종이박스를 깔고 잠들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오빠 내외 역시 아직까지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올케에게 마음고생 시키고 싶지 않은 오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따로 살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좋지만, 두 노인네 한달 생활비가 꼬박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 같습니다.

합가하는 방법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데 그게 영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시어머니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저 역시 더불어 살기가 녹록치 않음을 알기에 무조건 강요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생활비를 분담할 만큼 넉넉한 형편도 못됩니다.

솔직히 고백컨데, 불똥이 튈까 두려운 제 속마음이 가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누가 더 형편이 나은지 은근히 마음속으로 따지게 되고 점점 치사해집니다. 이런 자식들 마음을 부모님께서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오빠의 사는 형편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보고도 아는 체를 하지 않는 형제들이 자꾸만 미워집니다. 돈 쌓아놓고 사는 사람 어디 있나요? 다 어렵고 바특한 살림살이지요. 그러나 노쇠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던 마음도 사라지고 자꾸 섭섭한 마음이 고개를 내밉니다.

말 몇 마디로 순식간에 형제 사이가 단절되는 것을 많이 보았던 탓에, 말 한 마디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마음 급한 저만 형편이 닿는 대로 용돈도 보내 드리고, 건강식품도 사보내곤 했습니다. '가난'이 '죄'가 되는 순간입니다.

'로또'는 저 같은 사람이 맞아야 하는데, 500원짜리 주택복권 한번 맞아본 적이 없습니다. 공기좋은 곳에 넓은 집 지어서, 천식으로 고생인 친정 부모와 시어머니 모두 모시고 알콩달콩 그렇게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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