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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어느 곳과도 닮지 않은 곳, 마치 외계의 어느 행성에 와 있는 듯 기암괴석이 즐비한 터키의 카파도키아 지방. 태양이 강렬히 내리쬐던 그곳에 관한 짧은 여행 이야기.

가기 전부터 이메일로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을 성실히 답해주고, 공항 셔틀버스 예약 등 이것저것 잘 챙겨주었던 무싸(musa)와 시난(sinan)이 운영하는 괴레메의 SOS 펜션에 큰 기대를 안고 도착했다.

무싸의 동생 시난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오느라 피곤할 테니 체크인은 나중에 하고 짐을 풀고 샤워부터 하라고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2층의 트윈룸에 묵었는데 방에 들어서자 발코니 너머로 다음과 같은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 펜션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괴레메의 풍경
ⓒ 김태환
동생과 나는 한동안 감탄사만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샤워를 하고 리셉션 옆의 야외 탁자에서 체크인을 했는데, 사람 좋게 생긴 무스타파(mustafa)가 환영하는 의미라며 시원한 애플 차이 한 잔을 주었다. 또, 이틀 뒤 돌아가는 날 아침의 공항 셔틀 버스 예약을 부탁하자, 터키항공 사무실 등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예약해 주었다.

첫날은 근처의 괴레메 야외 박물관 등을 슬슬 걸어 다녔고, 이튿날 여러 나라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카파도키아 지방을 효율적으로 둘러보는 '그린투어'를 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단 무리하게 정신없이 많은 곳에 들르지 않고, 데린쿠유(지하도시)-으흘라라계곡-셀리메- 젤베 등등 4~5곳만 돌아보는 코스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가이드가 성실하여 한 곳, 한 곳을 제대로 설명해 주었다. 으흘라라계곡 점심 먹은 곳의 경치도 참 좋았다.

▲ 으흘라라 계곡의 깎아지른 절벽
ⓒ 김태환
으흘라라 계곡의 모습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시원한 계곡물 사이를 하이킹 하는 것,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린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마지막날 저녁, 무스타파가 한국식으로 닭도리탕을 만들어 주었는데 놀랍게도 아주 맛있었다.

세계 3대 요리(프랑스, 중국, 터키) 중 하나답게 터키 요리는 하나같이 맛있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터키 사람들의 요리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하여,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터키 여행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이다.

아껴둔 소주를 꺼내서 무스타파랑 나눠 마셨는데, 무스타파는 라크(터키의 독한 술)를 즐겨 해서인지 소주를 쓰다고 하지도 않고 안주도 없이 잘 마셨다. 잠시 후 시난이 합석하여 또 소주를 나눠 마시면서 1시간가량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영어가 짧아서 나는 주로 질문을 던지고, 시난이 대답해주고 자기 얘기도 많이 해주고 그랬다. 시난은 예전 여자친구가 잉글랜드 사람이라 그런지 영어를 꽤 잘했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또 아무리 터키말을 잘 몰라도 여행 다니면서 언어가 장벽이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손짓 발짓 해가며 나누는 정겨운 몸짓언어, 그리고 소주 한 잔 함께 나누는 마음... 이런 것들은 언어 그 이상의 것이었다.

▲ 괴레메 SOS 펜션의 야경
ⓒ 김태환
SOS 펜션의 야경이다. 저 멀리 우치히사르가 보이고, 저 자리에 앉아서 착한 펜션 주인 시난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게 괴레메에서의 마지막 밤은 저물어 갔다.

▲ SOS 펜션 옥상의 빨래줄
ⓒ 김태환
펜션 옥상에 올라가면 이렇게 빨래줄이 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빨래 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햇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빨래를 널어놓으면 30분만에 다 말라 버린다.

평화로운 풍경들만큼이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괴레메 SOS 펜션에서의 추억을 가지고, 우리는 또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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