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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0일 오후 3시 55분]



범여권의 영입대상 후보 1순위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총장은 30일 오후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17대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정시간인 오후 2시보다 5분쯤 늦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정 전 총장은 "정치는 비전과 정책제시만이 아니라 이를 정치세력화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태껏 그런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 본 적이 없는 저는 국민들 앞에 정치지도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지도자로 나설 준비 안 됐다"

▲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출마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총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뒤 질문을 받지 않은채 입을 굳게 다물고 경호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전 총장은 "제가 지식인으로서 소중하게 여겨 온 원칙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낼 만한 능력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장은 또 "제가 그동안 차분하게 정치참여에 대해 생각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면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 상황에서 저의 고민이 정치적인 계산과 소심함으로 비추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두가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회견장을 빠져나간 뒤 대기하고 있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바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약 50여명의 취재진과 정 전 총장쪽 관계자들이 엉키면서 잠깐의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정 전 총장에게 "고향(충청도)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문 낭독에 걸린 시간 3분을 포함해 전체 5분 만에 모두 끝났다.

최근 결심, 지난주에 기자회견 예약

정 전 총장이 사라진 뒤, 그를 대신해 그의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전 교수는 '대선출마 포기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지식인으로서의 몸가짐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정치인으로서의 몸가짐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오셨다"면서 "그런데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렵게 된 결과 오늘 기자회견을 하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출마를 결심한 시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이라고 답했다.

또 "정치자금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이냐" "4·25재보선 이후에 바로 결정을 내렸는데,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지식인으로서 살아왔던 모습과 정치인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야하는 모습 사이의 고민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에는 아직 구체적 향후 계획이 잡힌 것 같진 않다"면서 "정 전 총장은 당분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총장은 지난주에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 세실레스토랑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주 금요일(27일)에 예약됐다. 정 전 총장은 지난 주말께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그의 정치적 후견인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에게 이같은 결심을 통보했다.

정운찬 퇴장으로 손학규·문국현 등 부각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정전 총장과 정동영 전 의장, 손학규 전 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경쟁시키려던 범여권의 대선구도는 차질을 빚게 됐다.

공교롭게도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지지조직인 선진평화연대를 발족시킴에 따라,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손 전 지사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범여권의 문국현 사장에 대한 관심도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정운찬 전 총장의 기자회견문 전문.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 선거 참여를 권유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저 역시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달 간 정치 참여에 대해 신중히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생각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활동만이 아니라 세력화 하는 활동이다.

국가의 미래와 방향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위해서는 세력화 통해 국가지도자로 인정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태껏 정치세력과 그 활동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

제가 그동안 차분하게 정치참여에 대해 생각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 상황에서 저의 고민이 정치적인 계산과 소심함으로 비추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두가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참여에 대해서 여러분이 따뜻한 관심과 조언을 주신 것에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한다.

끝으로 부족한 제게 많은 관심을 보여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다. 앞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겠다. 오늘 질문은 받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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