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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뒤, 올 초부터 유럽전역에서 팔리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씨드(cee'd)'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씨드는 지난 3월까지 총 3만3000대가 생산되어 1만2000대 가량이 판매된 상태이며,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에 판매된 기아차 전체 판매대수의 15%에 해당되고 1만9000대가 판매된 피칸토(국내명:모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이다.

또한 씨드는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로부터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C 세그먼트 (준중형급)' 9개 차종의 비교평가에서 기아 씨드를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종합 1위로 평가하며, 특히 편의사양에 있어서는 동급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씨트로엥 C4, 도요타 야리스 등을 앞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투어링>역시 경쟁차량 보다 3500달러가량 저렴한 씨드의 가격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담아낸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 기아자동차 씨드는 독일의 <아우토빌트>, 오스트리아의 <오토투어링>등 유럽의 각종 자동차 전문지들로부터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다.
ⓒ 기아자동차
이처럼 유럽시장에서 씨드가 선전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유럽공동체(Community of Europe)의'CE'와 유러피안 디자인 'ED'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들의 기준을 맞추고자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이를 위해 기아자동차는 씨드의 디자인과 설계를 현대. 기아차 유럽디자인 센터에 맡겼고 2004년 4월부터 10억 유로를 투자해 슬로바키아 질리나 시 50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생산규모를 갖춘 씨드 전용공장을 지난해 말 준공했다.

두 번째로 씨드는 기존 한국차와 차별화된 요소를 곳곳에 반영했다. 차체 디자인은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심플하면서도 차돌같이 단단한 이미지의 해치백 스타일을 채택했고 인테리어부분에서는 대쉬보드와 각종 트림에 적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선해 내부 재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유럽에서 선호도가 높은 '오렌지색 조명'을 계기반 및 각종 스위치에 사용한 점은 인상적인 부분이다.

▲ 넓은 실내공간과 짜임새 있는 레이아웃은 '씨드'의 장점이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까다로운 유럽소비자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부재질 향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 기아자동차
또한 차량설계 면에서는 앞바퀴의 윤거(바퀴사이에 거리)와 뒷바퀴의 윤거를 각각 1546mm, 1544mm로 설정해, 그동안 한국차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앞. 뒷바퀴 간에 윤거를 균형 있게 맞췄으며, 경쟁차종인 폭스바겐 골프보다 긴 축거(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 골프는 2590mm, 씨드 2650mm)는 안정감 있는 스탠스와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해준다.

이와 함께 딱딱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유럽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하드튜닝 서스펜션’을 적용했고 국내메이커의 준중형차로써는 처음으로 ‘17인치 휠’을 장착했다.

마지막으로 씨드는 가격에 비해 ‘편의사양'이 부족한 유럽 경쟁차종들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운전석, 조수석 및 측면 커튼 에어백과 추돌사고로부터 경추를 보호하는 엑티브 헤드레스트, MP3 재생기능과 CDP 기능을 갖춘 오디오를 기본사양으로 제공하며, 일부 상위모델에는 USB와 애플사의 아이팟을 연결할 수 있는 포트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두루 갖췄다. 그리고 '씨드 스포티웨건', 스포츠 쿠페 '프로씨드', 컨버터블 형태의 '익씨드'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을 준비하고 있다.

▲ 기아자동차는 기존의 5도어 씨드의 가지치기 모델로 '씨드 스포티웨건', 스포츠 쿠페 '프로씨드', 컨버터블 '익씨드'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익씨드'의 컨셉트 모델)
ⓒ 기아자동차
하지만 유럽시장을 공략을 위해 기아 씨드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만회하는가의 문제이다. 유럽의 소비자들은 한번 차를 구입하면 보통 10년 정도로 차를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제품의 뛰어난 품질 못지않게 오랫동안 구축해온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심이 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한다.

또한 폭스바겐 골프와 같이 유럽 경쟁차종들이 보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5단 자동 변속기'가 아직 씨드에는 장착되어 있지 않은 부분(수동모델을 제외하고 현재 씨드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됨)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의 각축장인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차는 변변한 히트차종 없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품질'을 무기로 까다로운 유럽소비자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낸 기아자동차의 '씨드(cee'd)'. 차 이름의 또 다른 의미처럼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유럽시장에서 한국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희망의 '씨앗(ceed)'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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