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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는 송혜교
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는 송혜교 ⓒ youtube.com
"동물을 셀 때에는 '마리'라고 해요. 고양이 세 마리."
"아! 풀하우스! 곰 세 마리!"

"네. 맞아요. 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 노래 나왔지요?"
"그 드라마 볼 때, '곰 세 마리가'에서 '마리가'가 뭔지 몰랐어요."

"'마리가'에서 '마리'는 동물을 세는 단위명사이고 '가'는 주격 조사예요."
"아! 그 '마리'가 그 '마리'였어요?"


이번 학기 초급 2반 학생들은 모두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모든 내용들을 한국 드라마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물론, 교실에 들어서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도 모두 그 주에 어떤 드라마를 봤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뭘 어떻게 했고 하는 내용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 구은희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필리핀 학생 김정미씨의 영향으로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를 섭렵하는 중이다. 이미 <풀하우스>는 다 봤는데, 그 '풀하우스'에서 송혜교가 율동과 함께 불렀던 '곰 세 마리'를 한인 학생 상진씨가 생각해 낸 것이었다.

지난 학기에 '마리'를 배울 때에는 '메리는 작은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있어요(Mary has a little lamb)' 노래로 '마리'와 '메리'를 연결해서 외웠는데, 이번 학기 학생들은 스스로 '풀하우스'의 '곰 세 마리'를 통하여 '마리'가 '곰'이라는 동물을 세는 것으로 단위명사 '마리'를 외울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송혜교가 '곰 세 마리'를 부른 장면을 찾아서 함께 보면서 따라 부르기도 했다.

"송혜교가 나오는 영화가 곧 나올 거예요."
"아, 알아요. 황진이…."
"북한에서 찍었대요."

북한에서 찍었다는 <황진이>에 송혜교가 나온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학생들의 정보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학생들과 말이 통하려면 교사인 필자도 꾸준히 한국 연예계 소식에 민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은 일부러라도 인터넷에서 연예계 소식을 찾아보곤 한다. 한류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방법에 있어서도 좋은 자료가 되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질문 있어요?"라고 했더니 강수진씨가 손을 들고 뜬금없이
"아픈 사람한테 어떻게 이야기해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빨리 나으세요"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주면서 "그런데 왜요? 누가 아파요?"하고 다시 물었더니 "네. 아는 사람이 아파요"하는 것이다.

그 학생은 필리핀 학생이라서 아는 사람이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사람이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네. 슈퍼주니어요. 교통사고가 나서 이번 헐리웃볼에서 열리는 한국 축제에 못 온대요. 그래서 '빨리 나으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요."

5월 5일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볼에서 열릴 한국 축제에 참석하는 수진씨는 슈퍼주니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이번에 참석하지 못 하게 된 슈퍼주니어 멤버에게 빨리 나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한국 축제에서 슈퍼주니어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수진 씨는 교통사고로 인해서 참석하지 못 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면서 수진씨는 6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 '비'가 와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모두 다같이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를 예쁘게 불러서 학생들로 하여금 단위명사 '마리'를 쉽게 배우게 해 준 송혜교씨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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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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