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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꽃을 찾은 빌로오드제니등에
양지꽃을 찾은 빌로오드제니등에 ⓒ 김민수
봄꽃들이 한창 기지개를 켜고 피어나 꽃을 찿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꽃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꽃은 지천이되 아직 풀섶에 곤충들은 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지천인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만나기 힘든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 속성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곤충들과 어우러진 모습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그들은 홀로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함께 있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서로가 서로를 아름답게 하는 자연의 사랑법을 보는 것이지요.

꽃 한송이만으로도 행복하고, 꽃 한 송이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다녀와도 기쁘기만 하던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요즘은 대목인데 지천에 꽃이니 좋은 모델이 아니면 애써 눈맞춤한 꽃들과 눈을 피하고는 성큼성큼 다른 길을 걸어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정한 것이 사람이지요.

참당귀 이파리를 찿은 대나물벌레
참당귀 이파리를 찿은 대나물벌레 ⓒ 김민수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을 걸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힘든 길이라도 누군가 걸어갔을 터이니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며 걸어갑니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 간혹은 여럿이 함께 다니기도 하지만 홀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너무 외진 숲 속이라 누구와도 눈맞춤할 수 없는 외로운 꽃들과 눈맞춤하는 것, 그 깊은 숲 속에 피어 있지만 '너를 만나고 싶어 이렇게 찾아온 사람이 있잖아'할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나 홀로 독점해서가 아니라 그 곳에도 그 꽃이 피어 있다는 것으로 인해서 기쁜 것입니다.

대나무벌레부부가 봄나들이를 나왔습니다. 곤충들의 위장술을 보면 참 신비스럽기만 합니다. 그 작은 곤충들도 살아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들을 다 가지고 있으니 어릴적 보았던 것들 우리가 무심하게 대했어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한계가 있겠지요. 그들을 만날 수 있을 때,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 있고자 할 때 그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동의나물과 꽃등에
동의나물과 꽃등에 ⓒ 김민수
꽃마다 작은 곤충들이 날아듭니다. 어떤 꽃들은 아예 날아다니는 곤충은 접근도 못하게 하고 작은 개미들만 드나들게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곤충이 날아드는 꽃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자연과 하나된 듯 있으며 귓가에 '위잉!'하는 날개짓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꽃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힘찬 날개짓에 꽃들도 화들짝 좋아라하며 그들을 반깁니다.

꽃은 꿀을 주고, 곤충들은 꿀을 먹는 대신 수정을 시켜줍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인식하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꽃이 벌에게 벌이 꽃에게 '내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냥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데 서로가 서로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사랑법입니다.

그것은 다른 자연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물, 바다, 바람…. 모든 것이 자기대로 살아가지만 그것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생명의 축제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 잔치에 자연의 본성을 잃어버린 인간이라는 이물질이 끼어들어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주의와 자연의 이기주의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연의 이기주의는 소유개념이 없는데 인간의 이기주의는 소유개념이 너무 강합니다.

양지꽃을 찾은 손님은 아예 떠날 줄을 모른다.
양지꽃을 찾은 손님은 아예 떠날 줄을 모른다. ⓒ 김민수
양지꽃 피어 있는 할머니 무덤가에 양지꽃이 화들짝 피었습니다. 무덤가 잔디밭이 너무 푸근해서 오랫동안 온 몸을 땅에 붙인 채 양지꽃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수 많은 손님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한 송이 꽃만큼은 손님 하나가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독차지를 해도 밉지 않더군요. 편견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다른 꽃들도 화들짝 피어 있고, 비어 있는 꽃들도 많으니 홀로 그 꽃을 차지한다고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네요.

'독식',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이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아파했는지 모릅니다. 말 뜻 그대로 독식은 '혼자 먹는다'는 뜻이지요. '밥상공동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밥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 그것은 혈연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단풍나무의 꽃을 찾은 꽃등에
단풍나무의 꽃을 찾은 꽃등에 ⓒ 김민수
꽃을 피우면서도 꽃이 있나 싶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단풍나무일 것입니다. 단풍나무는 꽃보다는 가을에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이파리가 더 사랑을 받지요. 오죽했으면 '단풍놀이'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그래서 어쩌면 단풍나무의 꽃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곤충들이 있지요. 그 작은 꽃들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기에 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자연의 사랑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구호도 없습니다.
이론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위해서 그들에게 다가갈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연은 이기주의적인 사랑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들입니다.
봄날,
꽃을 찾은 작은 곤충들을 보면서 나도 자연의 사랑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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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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