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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는 송도 경제자유구역, 청라지역, 가정오거리 뉴타운 개발, 부평․남구 등을 비롯한 구도심 125곳에 대한 재개발․재건축 등의 개발이 예정돼 어느 때보다 개발업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지역이다.

이외에도 인천은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로 사회기본시설 확충과 경기장 건설 사업 등이 이뤄질 예정이라, 개발로 인한 외형적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소외계층의 소외의식과 생존권은 인천시와 우리 사회가 다 같이 풀어야할 숙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부평구청에 들어서면 구청을 지키는 청원경찰보다 철거민 남연희(35)씨를 먼저 만나게 된다.

▲ 3월 22일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갈 곳을 잃어 버린 남씨는 벌써 구청에서 노숙한지 한달이 넘어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고 있지 못 한 상태다.
ⓒ 한만송

집회와 1인 시위 등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년째 걸치고 있는, 땀 냄새로 찌든 조끼를 입고 있는 철거민 남씨는 2002년 대한주택공사가 부평구 십정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면서 살고 있던 월세방에서 쫓겨나면서부터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 벌써 6년째 주거권 쟁취를 주장하며 부평구청과 주공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구청 직원들과 정보과 경찰 등은 남씨를 ‘철거민 남씨’라고 부른다.

남씨는 수년째 주공과 부평구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다, 2004년부터 부평구청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구청 정문에서 만나면 언제나 남씨는 뽀얀 이를 드러내며 아침 인사를 한다.

철거민 남씨는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군을 제대하고 떠나와 20대말에 인천에 정착해 보일러공, 도배, 인테리어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왔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부평구 십정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내 셋방을 얻어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씨가 정착해 살기 시작한 곳은, 몇 년 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착수되면서 다 철거됐다.

인천 부평 십정1지구 주거환경개산사업은 지난 1996년 6월 지구지정 공람공고를 거쳐 1997년 6월 지구지정, 2001년 공사가 착공돼 2005년 7월 21일 아파트 1천여 세대가 분양됐다.

문제는 남씨가 1998년 8월 21일자로 사업지구 내로 전입 신고해 지구지정 공람공고가 이뤄진 1996년 6월 26일 이후 세입자로 들어왔기 때문에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점.

▲ 철거민 남씨는 2002년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철거를 당한 후 6년째 주거권 실현을 위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남씨는 부평구청 앞에서 벌써 수년째 집회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남씨가 구청 정문을 바라보고 있다.
ⓒ 한만송
남씨는 “시골 촌놈(?)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졸지에 갈 곳을 잃어 억울하다”며 당시 부평구 십정동 철거민 대책위(철대위)와 투쟁을 시작해 어느덧 홀로 6년째 지난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남씨가 살던 곳엔 이미 아파트가 들어와 있고, 거기에서 쫓겨나 2002년경 인천 백운역 철도변에 무허가로 지은 천막도 지난달 22일 행정대집행으로 없어지고 말았다.

갈 곳은 잃은 남씨는 부평구청에서 노숙하며 싸우고 있다. 남씨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해 먹고 오전 7시에 구청 문이 열리면 씻고 8시 35분경 경찰서에 찾아가 집회 신고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집회신고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남씨는 “사람들이 언제 올지 몰라 집회 연장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후 남씨는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저녁 8시 이후에는 부평구청 광장 구석에 침낭을 깔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남씨는 구청 공무원들이 모두 퇴근하는 밤 10시경 구청 건물 한구석에서 침낭 하나에 몸을 맡기고 잠을 청한다.

갈 곳이 없는 남씨에게 식․주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물자 “전국철거민연합 동지들이 가져다준 쌀과 시장에서 사온 김치 등 식사를 해결하고 가끔 목욕탕에 간다”며 끝말을 잇지 못한다.

“선 대책, 후철거와 순환식 개발로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없기를”

남씨의 이런 지난한 싸움에 대해 부평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나 남씨를 매일 같이 만나는 경찰들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남씨를 도울 법적 방법은 없어 보인다.

너무 힘들게 싸우며 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남씨는 ‘씨익’ 웃을 뿐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수년째 부평구청을 출입하며 얼굴도 자주 봤고 담배도 나눠 피우던 사이인 필자에게도 말하지 않을 정도로 남씨는 어찌 보면 폐쇄적 사고를 하고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철거민 남씨는 현재 자신의 투쟁에 대해 “무차별적인 철거와 개발 만능주의로 인해 나같이 힘없는 사람은 두 발 뻗고 기거할 곳도 없다”며 “일방적 개발이 아니라 철거민에 대한 대책을 먼저 수립한 후 철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열악한 지역을 순환식으로 개발해 가난한 사람들도 자신의 일터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정든 사람들과 일방적으로 멀어지지 않도록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씨는 주공을 상대로 순환식 개발과 선 대책, 후 철거라는 주장과 함께 6년 동안 투쟁하느라 발생한 물적․정신적 피해보상과 함께, 2번에 걸친 철거 당시 철거된 생필품 반납, 영구임대 아파트 등을 보상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6년 동안 싸우느라 가족과 젊음이 사라지는 등 피해가 너무 큰 거 아니냐는 물음에 남씨는 “지난 추석에 집에 내려갔는데, 엄마가 싸움에서 질 거면 집에도 내려오지 말라며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남씨와 함께 주공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는 전국철거민연합 총무 임경숙씨는 “남연희씨는 철거 후 비닐천막을 치고 6년 동안 싸우며 살아왔고, 철거 당시에도 있던 짐 다 가져가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라며 “부평구청은 주거환경개선 사업 시행자인데도 철거민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주공이 가난 때문에 갈 곳이 없어 이제는 노숙하는 철거민을 배려한다면, 경기도 공영개발이 시행하고 있는 가이주단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수원 권선3지구의 경우 철거민들이 3년간 거주할 수 있는 가이주단지를 조성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반면 주공 인천본부 관계자는 “남씨는 2000년 지장물 조사 당시 주소지에 세입자로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주민등록상 기준일 이후 세입자라 주택공급대상에서도 제외돼 분양권을 줄 수 있는 자격 여건이 안 됐고, 도시계획 시설에 무허가 천막을 짓고 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3월 행정대집행을 했다”며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상금은 수용할 수 없으며, 보상금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해야 한다”며 “지급 기준을 판단할 잣대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수용 단지에 대해 “전세임대, 영구임대는 동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는 엉뚱한 답을 했고, 가이주단지에 대해서는 “세부적 지식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행정 관청인 부평구청 관계자는 “주공에서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천원이라는 저가의 임대 주택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피해 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남씨 같은 철거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도 있고, 부유한 사람도 모두 공존하는 곳이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고민 없는 개발 만능주의에 우리가 빠져 살고 있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ne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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