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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계곡의 도로변 야산에서 만난 구슬봉이
대원사계곡의 도로변 야산에서 만난 구슬봉이 ⓒ 김정수
지난 4월 15일 산청군청 주최로 산청투어가 열렸다. 산청투어란 타 시군에서 운영 중인 시티투어와 비슷한데, 올해는 4~10월까지 모두 18회 진행되며 이용료는 무료(입장료 및 식대는 개인부담)이다.

모두 3가지 테마 코스로 운영 중인데, 1코스는 한방약초산업, 2코스는 문화유적, 3코스는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산청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매회 선착순 40명을 접수받아 진행한다.

이번에 진행되는 코스는 3코스로 지리산 주변 명소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산이 지리산인지라 인터넷으로 신청한 후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30여 명의 관광객을 민향식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함께 떠났다. 오전 9시 30분 단성IC 인근에 자리한 목면시배유지에 집결해 인원점검을 한 후 목면시배유지를 둘러보고, 내원사를 찾았다.

대원사 계곡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대원사를 관람했다. 이후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 양수발전처 상부댐, 남사예담촌을 둘러본 후 목면시배유지로 돌아와 각자 집으로 향했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 만난 각시붓꽃
대원사로 가는 길에 만난 각시붓꽃 ⓒ 김정수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인 곳 중 한 곳이 대원사 계곡과 대원사였다. 이곳은 필자가 여행작가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여러 차례 다녀온 곳인데, 최근에는 2003~2004년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지를 취재하기 위해 다녀왔다.

대원사 계곡 입구에 관광버스가 주차한 후 계곡을 따라 약 2㎞를 걸어 올라갔다. 지리산을 품고있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자리한 대원사 계곡은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매족이 비(최진실 분)를 추격하는 장면 중에 나오는 계곡이다.

대원사 계곡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신밭골과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들어서는 새재마을에서부터 외곡마을, 대원사가 있는 유평마을을 지나 평촌마을까지 이어지는 30여 리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지리산의 많은 계곡 중 맑고 깨끗함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원사계곡에 핀 제비꽃
대원사계곡에 핀 제비꽃 ⓒ 김정수
대원사계곡은 필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아주 조용한 계곡이었다. 그러던 것이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유명해졌다.

유홍준은 책을 통해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며 대원사 계곡을 일컬어 남한 제일의 탁족처로 꼽았다.

탁족처란 발을 씻으며 편히 쉬어가기에 좋은 곳을 말하는데, 그만큼 대원사 계곡의 물이 맑고 시원함을 나타낸다.

대원사계곡에서 만난 금낭화는 여인의 귀걸이를 닮았다
대원사계곡에서 만난 금낭화는 여인의 귀걸이를 닮았다 ⓒ 김정수
계곡에 찾아든 봄기운이 온갖 들꽃을 피워내며 나그네를 맞이하고 있어 지리한 줄 모르고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포장도로 옆의 길허리를 유심히 쳐다보며 들꽃이 올라오는 모습을 살폈는데, 제일 먼저 구슬붕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보라색 꽃 다섯송이가 올라와 자태를 뽐내는데,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조금 더 올라가자 역시 보라색의 각시붓꽃이 낮은 자세로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성미 급한 철쭉이 벌써 하얀꽃을 피우기 시작햇다. 제비꽃도 뒤질세라 봄나들이에 함께 했다.

금낭화도 바람에 넘실대며 여인의 귀걸이같은 꽃을 늘어뜨리고 서 있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양지꽃이 따사로운 햇살에 졸고 있다. 대원교에 이르자 시원스런 물소리를 내며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다리 바로 앞에는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고 낮잠을 청한다. 계곡 옆으로 붉은 철쭉이 길게 늘어선 채 꽃망울을 피워 올린다. 참개별꽃 위에 한쌍의 개미가 앉아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신비롭다.

대원사계곡에 만개한 철쭉
대원사계곡에 만개한 철쭉 ⓒ 김정수

참개별꽃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개미 두마리
참개별꽃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개미 두마리 ⓒ 김정수
다시 10여 분을 걸어가자 대원사 입구가 보인다. 대원사 관람에 앞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당으로 가다보니 도로변에 윤판나물꽃이 대롱에 매달에 노란꽃을 무리지어 피워올린다. 식당 휴림 앞의 뜰에는 금낭화, 꽃잔디, 윤판나물꽃 등 다양한 들꽃이 피어 화사한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산채비빔밤을 먹고 대원사를 둘러보았다.

대원사 입구의 길옆에서 만난 윤판나물꽃
대원사 입구의 길옆에서 만난 윤판나물꽃 ⓒ 김정수

대원사 대웅전 앞에 수선화가 만개했다.
대원사 대웅전 앞에 수선화가 만개했다. ⓒ 김정수
산청군청의 관광홍보자료에 따르면 대원사는 진흥왕 9년(548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평원사라 하였다. 그 뒤 1천여년 동안 폐사되었던 것을 1685년에 운권선사가 평원사의 옛 절터에 사찰을 건립, 대원암이라 개칭하여 후일 대원사가 되었다.

1890년에 암자가 무너져서 중건하였으며, 1914년에 불이 나서 전소한 것을 1917년 다시 지었다. 여순반란사건과 6·25로 또다시 폐허가 된 것을 1955년에 재건하였다.

대원사 경내에도 다양한 들꽃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대웅전 주변에 만개한 수선화 무리가 만개해 기분이 좋았다. 높이 6.6m의 대원사 다층석탑(보물 제 1112호)은 입구가 막혀 있어 접근이 불가능해 먼발치에서 바라다볼 수밖에 없었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임에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가까이에서 볼 수가 없고, 담장 너머로 탑의 일부만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대원사 다층석탑은 경내의 사리전 앞에 서 있는데, 2층 기단 위에 8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꼭대기의 머리장식은 일부만 남아있다.

이미 여러 번 다녀온 대원사계곡과 대원사지만 다양한 들꽃으로 인해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산청투어는 5월6일 제1코스, 5월20일 제2코스가 진행되며, 10월21일 제3코스를 마지막으로 올해 총 18회 진행된다. 투어신청은 산청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sancheong.ne.kr)에서 하면 된다.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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