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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환경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환경친화적 자전거문화정착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환경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환경친화적 자전거문화정착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 자전거21
"외국의 한 연구자료에 보면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이 해당 여행지에 더 이익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더 많이 쓴다는 뜻이지요. 단지 자전거가 건강에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연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8일 '환경친화적 자전거문화정착을 위한 공청회'가 환경부·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열린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우리나라 도시의 자전거 이용 및 시설 현황'), 신승경 자전거21 기획팀장('자전거 정책 모델도시 송파구, 일산지역 자전거 이용현황'), 최진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자전거 이용활성화 정책')가 각각 주제발제를 했다.

송파구 실제 자전거 분담률 4.9%에 그쳐

이중 최진석 박사는 지역활성화와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최 박사가 제안한 대표적 방안이 자전거 관광. 폐도로, 폐철로를 이용해 '머무는 관광'을 제안했다. 실제 문경, 정선, 곡성 등에선 폐철로를 이용한 자전거 기차가 운행 중이고 서울시 구로구도 곧 자전거 기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또한 농어산촌의 그린 투어리즘과 자전거를 활용한 '그린 관광'을 제안했다.

최 박사는 "프랑스에선 삼륜자전거를 이용한 배달 시스템"도 있다면서 자전거를 활용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전거에 관한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도 공개됐다. 우리나라에서 경북 상주시와 함께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송파구 자전거 분담률이 4.9%로 나타난 것. 지금까지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14%로 알려졌기에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수치다.

조사를 맡은 신승경 자전거21 기획팀장은 "레저로 타는 사람들, 외곽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모두 뺀 수치기 때문에 실제 거리에서 타는 사람들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면서 "송파구민이 실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비율을 조사한 것인 만큼 의미있는 조사"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3%, 서울은 2.4%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는 전체 도로에서 자전거도로 길이를 퍼센트로 나눈 데 불과해 실제 교통분담률과는 차이가 난다.

최진석 박사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퇴보했을 것"이라고 세간의 인식과는 다른 평가를 내놨다. 이유는 자전거 증가보다 자동차 증가가 더 많아졌다는 것. 실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13년동안 자전거는 150만대가 는 데 비해, 자동차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동안 600만대가 넘게 늘었다.

자전거 보유자 중 40%, 1년 내 한 번도 안타

신희철 박사의 조사결과는 기존 인식과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여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전거도로 길이에선 서울(591.97km), 대구(488.89km), 인천(473.91km), 전주(395.90km), 일반도로 대비 자전거도로 비율은 청주(40.4%), 부천(37.3%), 광주(29.05), 성남(26.9%), 자전거주차시설 보급률에선 진해, 전주, 대전 순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이용률에선 상주시가 가장 높았고, 전주, 나주, 청주, 울산이 뒤를 이었다.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송파구는 어디서도 순위에 들지 않았다.

또한 전국 만 15세 이상 남녀 13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전거 보유율은 52.7%로 꽤 높았지만, 자전거 보유자 중 최근 1년 이내 자전거 이용 경험률은 57.3%에 불과했다. 실제 자전거를 갖고 있는 사람 중 40%는 1년에 한 차례도 안 탄다는 뜻이다.

최근 1년 동안 자전거를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대상자들은 '개인적인 이유'(35.6%), '필요성을 못 느껴서'(30.4%) 등 무관심이 전체 66%에 이르렀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 공간이 없어서'는 11.7%에 그쳤다. 시설과 상관없이 안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방안에서 '자전거와 관련된 시설 개선'이 73.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대 환경에서도 '전용도로가 생기면'이 42.9%로 가장 높았다.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서 높게 나왔던 필요성 부분은 6.4%로 낮게 나왔다.

최근 1년 동안 자전거를 이용해본 만 15세 이상 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조사에서 대여자전거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높았다. '전혀 이용하고 싶지 않다'(6.7%), '별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30.3), '보통이다'(31.6%)로 대여자전거에 무관심한 계층이 전체 70% 가량을 차지했다.

자전거도로 '건설'보다 '활용'이 문제

토론에선 '건설'보다는 '활용'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합 부회장은 "지난해 건설교통부가 기획한 전국 해안자전거도로는 발상부터 잘못 됐다"고 비판하면서 "새로 길을 뚫기보다 기존의 한산한 해안도로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자전거도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기목 대진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자전거 정책에 돈 쓸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 교수는 "자전거 선진국인 일본의 자전거도로가 오히려 우리보다 재질이 떨어진다"면서 "중요한 것은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환승 여건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헬멧과 유니폼 입은 자전거 문화 대신 평상복 입은 자전거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최미희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사업평가팀장은 '자전거와 관광수익을 분석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김준기 서울특별시 교통운영담당관은 "자전거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아쉽다"며 자전거도로 건설 외 부분에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자전거 의원'으로 알려진 박찬석 국회의원이 격려사를 했고,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정회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강재홍 한국교통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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