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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이 최근 '무릎팍도사'와 '무월관'이라는 2개의 히트 코너를 앞세워 주목받고 있다. 제작 초기 시청자의 사연을 중심으로 하는 재연극 포맷을 내세웠던 <황금어장>은 근래 들어 연예인 게스트를 초청해 이루어지는 토크쇼의 형태로 변화했다.

SBS <야심만만>이나 MBC <놀러와>는 여러 명의 연예인 게스트가 집단으로 출연해 일정한 주제에 맞추어 사담을 이야기하는 형식인 반면, '무월관'과 '무릎팍 도사'는 한 명의 특정 연예인 게스트를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사실 '무월관'과 '무릎팍도사'의 설정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중화반점을 무대로 한 무월관 요원들이 연예인 출연자를 상대로 '김금자인지 아닌지'를 취조한다는 설정이라면, 역술인을 연상시키는 '무릎팍 도사'는 3명의 도사군단이 매주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코너 모두 취조나 고민해결이라는 설정을 통해 출연자들에게 공격적이고 발칙한 질문을 해 '청문회 놀이'를 펼친다는 점이다.

연출된 이미지는 가라, '리얼리티' 강화한 <황금어장>

반듯하게 연출된 이미지, 진부한 형식이나 설정들이 외면당하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추세 속에서 <황금어장>은 연예인들의 보다 솔직한 모습과 자연스러운 반응을 강조하는 '리얼리티 쇼'의 형식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예능오락프로그램다운 농담과 미니 게임, 벌칙놀이 같은 잔재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황금어장>의 진가는 고상한 품격이나 형식을 벗어던지고 연예인들의 루머와 스캔들, 네티즌의 여론 등을 예능프로그램에서 본격적으로 까발리는 '진실게임'의 쾌감에 있다.

예의나 품격 같은 것은 <황금어장>식 토크쇼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무월관'의 첫 게스트로 출연했던 이효리는 막춤을 추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캡쳐사진을 공개해야했고, 장나라는 '파파걸'이 아니냐는 루머에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릎팍도사'는 한술 더 뜬다.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차승원에게 "영화홍보 하러 나온 것이 아니냐'고도 하고, 이경규에게는 "몰래카메라가 짜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주영훈과 이영자에게는 과거의 민감한 스캔들과 개인사에 대하여 질문하기도 하고, 이승철에게 표절의혹에 대한 해명을 유도해냈다. 신해철과 싸이에게 대마초 비범죄화이나 인터넷 다운로드, 예술의 전당 개방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질문해 거침없는 발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실제로 <황금어장>의 토크쇼는 아슬아슬한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TV 방송분에서 일반 예능오락 프로에서는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발언들이 넘쳐나는 것을 감안할 때 3시간이 훌쩍 넘는 미방영 편집분의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게스트를 살펴보면, 톱스타도 많았지만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거나 과거 민감한 스캔들 등에 연루되었던 논쟁적 인물들, 혹은 소위 '비호감'쪽으로 구분되는 연예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예능오락 분야는 항상 연예인들로 넘쳐나지만, 정작 그들에게서 자기 개인사나 시사적 문제를 아울러 솔직한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황금어장> 매력, '쿨~' 함에 있다

<황금어장>의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이런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연예인들 역시 나름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단선적인 이미지와 스캔들로만 소비되지 않고도 연예인들의 '사회적 발언'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어장>의 본질이 예능오락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최근 들어 <황금어장>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업고 출연자들의 발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반 프로그램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솔직한 발언을 끌어내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그램 자체가 스캔들이나 개인사에 대한 조명보다는 자극적인 논란 자체를 소비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두드러진다.

또한 최근 들어 '무릎팍 도사'나 '무월관' 자체가 연예인들의 솔직함을 발굴해내는 무대라기보다 오히려 연예인들의 지나친 자기주장이나 변명의 무대로 변질되는 듯하다. 공격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으로 출연자들에 밀리지 않는 배짱토크를 구사하던 MC들의 입심이 출연자들과의 친분이나 사안의 민감성에 흔들리며 최근 들어 많이 무뎌진 것. 최근 가수 싸이가 "예술의 전당이 대중가요 가수를 차별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인 것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하여 연예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식의 편집은 아쉽다.

<황금어장>의 매력은, 연예인들의 고해성사를 클라이맥스로 삼는 감상주의적 편집보다는 끝까지 발칙한 시비와 딴죽걸기를 잃지 않는 '쿨'함에 있다. 가벼움과 진지함, 경박함과 솔직함 사이를 넘나는 <황금어장>식 토크쇼의 실험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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