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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황원갑 선생(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이) 오른쪽으로 수필가 김병권 선생(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소설가 김지연 선생(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우리나라 삼국지>의 저자 임동주 교수가 차례로 앉아 있다.
ⓒ 지요하
최근 <한국사 제왕열전>이라는 열두 번째 저서를 펴낸 소설가 황원갑(62) 선생은 나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기이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나는 중편소설 부문, 황원갑 선생은 시나리오 부문에서 당선됐다. 그래서 시상식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러나 첫 만남 이후 오랫동안 교류를 하지 못했다. 서로 사는 곳이 다르고, 생활 방편이 다른 탓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언론인 생활을 했다. 한국일보 출판국 기자와 월간편집국 기자를 거쳐 서울경제신문 문화레저부장을 역임했다. 신문사 기자 노릇을 오래 한 덕에 이런저런 일로 전국 곳곳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일찍이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던 듯싶다.

오랫동안 서로 교류를 하지 못했던 우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기라는 인연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한 때는 5-6년 전이다.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로운 몸이 된 후 <한국소설가협회>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한국소설가협회 홈페이지에 그와 내가 함께 글을 올리게 되면서 쉽게 연결이 되었다.

그는 강직하면서도 호쾌한 성품을 지녔다. 무인풍(武人風)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성품이다. 여기에 보태지는 투철한 정의감은 문인의 기본 덕목일 터이다. 또한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고, 정이 많은 만큼 술도 좋아한다.

하지만 당뇨 관리를 하며 살아야 할 신세가 된 탓에 예전처럼 호주를 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호주(豪酒)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걱정 없이 호주(好酒)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연민을 갖게 하는 일이다.

<한국사 제왕열전>이 출간된 배경

이태 전에 그의 열한 번째 저서 <부활하는 이순신>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도 기술한 얘기지만, 그는 사료에 매우 능통한 작가다. 그처럼 사료 공부를 철저히 한 작가도 드물 것 같다. 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투철한 역사 인식은 사료에 기초를 두고, 사료로부터 발현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사료에 대한 깊고도 폭넓은 섭렵으로 말미암아 그는 두 권의 창작집 외로 무려 열권의 사료 관련 저서들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의 저서 <한국사 제왕열전>은 현재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 삼국지>(전 10권)의 저자 임동주(林東主)씨가 운영하는 '도서출판 마야'에서 출간되었다.

임동주씨는 서울농대 수의학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도 하는 수의사이며, <마야무역>이라는 기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 각 방송사들의 사극 드라마들이 마구 저지르는 역사 왜곡 현상에 분개하면서 <우리나라 삼국지>를 저술했다고, 얼마 전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 그와 역시 방송 드라마들의 역사 왜곡을 개탄하는 황원갑 선생이 쉽게 '의기투합'을 할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므로, 그들의 '찰떡궁합'에 의해 황원갑 선생의 <한국사 제왕열전>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일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열두 번째 저서 <한국사 제왕열전>을 펴낸 황원갑 선생은 이번에도 가까운 인연지기들을 초대하여 조촐한 자축 행사를 가졌다. 지난 13일(금) 저녁에 서울 종로구청 근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이 행사에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그야말로 조촐한 출판 자축행사

▲ 재치 있는 사회로 좌중을 즐겁게 한 소설가 이은집 선생(한국소설가협회 이사)이 사회에 열중하는 모습
ⓒ 지요하

나는 황원갑 선생의 출판 자축 행사에 세 번 참석한 셈인데,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원갑 선생은 원래 6일(금) 저녁에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날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수난 성금요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정을 안 황원갑 선생은 행사를 13일로 연기했다. 나 한 사람 때문에 행사를 일주일 후로 미룬 것이다. 그것이 너무도 고맙고 미안하여 그 자리에 부부동반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지내신 김지연 선생,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이은집 선배, 방영주 김동권씨 등 소설가 몇 분과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신 수필가 김병권 선생, 임동주씨를 비롯한 출판사 직원들, '민족혼 되찾기' 운동본부의 장병영 선생, 황원갑 선생의 옛 직장 동료 등 20여 명이 참석한 정말 조촐한 자리였다.

그래도 '사회'를 맡은 이은집 선생이 프로그램도 준비해오고, 재치 있는 사회로 행사 자리를 매우 즐겁게 만들었다. 소설가 김지연 선생은 축사를 하면서 황원갑씨의 역사에 대한 열정적인 연구 자세와 세밀하고도 광범위한 역사 지식을 높이 평가했다.

수필가 김병권 선생의 축사와 황원갑 선생이 인터넷상에서 만나 초청을 했다는 20대 초반 독자 청년의 간략한 독후감 다음에 황원갑 선생이 '저자 인사'를 했다. 통상적인 인사말 다음에 황원갑 선생은 오늘의 '리더십 부재' 현상을 개탄했다.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을 거쳐 현 노무현 정권으로 오면서 리더십 부재 현상이 심화될 대로 심화되어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리더십 부재가 나라를 망치는 상황을 그대로 좌시할 수 없어, 리더십을 지닌 새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하면서, 오늘의 국난을 극복하는데 일조하기 위해서 <한국사 제왕열전>을 저술하게 되었다"는 말로 다시 한번 <한국사 제왕열전>의 저술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나라꼴이 엉망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믿고,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요 마음일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했다.

나는 황원갑 선생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한국소설가협회의 원정 행사에 함께 했다가 따로 떨어져 행동을 함께 할 정도로 친밀하고, 전화 통화도 비교적 자주 하는 사이다. 하지만 시국관이나 가치관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가 보수라면 나는 진보다. 그렇다고 그의 보수적 가치관과 내 진보적 가치관이 충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가급적 그런 대화는 서로 피한다. 언젠가 한번 그가 내게 "진보단체 모임이나 행사에 가지 말라"는 충고(?)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지만, 나는 가볍게 웃기만 하고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요 마음일 것으로 믿는다"는 말까지 묵인하고 싶지 않았다. 내 옆에서 아내는 한숨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사회자 이은집 선배께 잠시 발언할 기회를 청한 다음 일어서서 한마디 했다.

오래 기억될 황원갑 선생의 출간 자축모임

▲ 내가 일어서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발언을 하는 모습인지, 시낭송 또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인지 분명치 않다.
ⓒ 지요하

나는 25년 전부터 시작된 황원갑 선생과의 인연을 잠시 소개하고, 그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로 당선한 사실도 소개했다. 참석자 모두는 황원갑 선생이 일찍이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안 듯했다. 나는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옛날 왕조시대의 리더십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오늘의 리더십을 재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상에는 보수적 가치관이 존재하면 진보적 가치관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일방적 가치관보다는 상대적 가치관이 존재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또 그것이 민주사회의 바른 모습일 것 같습니다. 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긴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지지율은 낮아도 긍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는 법이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함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는 황원갑 선생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진부 고루한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는 저술 의지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관점의 저술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책의 판매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왕조시대와 부합하는 리더십 발휘로 칭송을 받는 제왕들보다는 선조와 인조, 연산군과 중종 등 나라를 망치고 역사를 그르친 왕들을 뽑아서 '암군(暗君) 열전'을 저술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료에 밝으신 황 선배님께서 이왕 '제왕열전'을 저술하셨으니, 앞으로는 '암군열전'도 저술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시의 수구적 가치관으로 진보적 가치관을 억눌려 나라를 망친 암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다 보면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시야와 더욱 폭넓은 지평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내 이야기에 가까이 앉아 계시는 김지연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해 주셨다. 황 선배보다 연상이신 김지연 '누님'께 나는 고마운 마음 컸다. 황원갑 선생은 내 발언을 반박하지 않았다. 기분 나쁜 표정도 아니었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호쾌한 성품을 다시 느끼며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황원갑 선생에게 감사하며, 저서 출간을 축하하는 뜻으로 내 애송시들 중에서 이육사님의 '광야'와 홍윤숙님의 '장식론'을 낭송했고, 가곡 '옛동산에 올라'를 불러 한껏 흥취를 돋웠다.

내 발언과 시 낭송과 가곡 열창 등으로 황원갑 선생의 출간 자축 모임 자리는 나에게는 더욱 오래 기억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황원갑 선생께 축하를 드리고, 건강과 문운 번성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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