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민지씨.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민지씨. ⓒ 박준규
먼저, 생후 백일이 지나 원인모를 경기와 고열로 장애를 얻었다는 고민지(여·뇌병변)씨를 만났다.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릉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하며 사회복지사 꿈을 키우는 중이다.

어렸을 때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아 외출하기가 싫었다고 털어 놓는 그녀. "지금은 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겹고 어려운 일"이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쳤다.

고씨는 2004년 9월 지인의 소개로 강릉시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사회에 발을 들여 놓았다. 시설에서 하는 일은 장애인 회원 관리와 시설에서 처리하는 각종 행사 그리고 모임에 대한 사무를 처리하는 일이다. 불편한 몸으로 일하는 데 어렵지 않나 질문하니 "국장님과 직원들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일하기 때문에 별로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 "뇌병변(뇌성마비)이라는 말 자체를 아직도 생소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뇌병변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제일 소외 받고, 인정을 못 받는 것이 안타깝고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단다.

이렇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그녀에겐 '사회복지사'라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부터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하여 낮엔 직장생활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녀.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게 된 동기는 무언지 질문하니 "예전부터 사회복지 공부하는 지인들을 보며 공부를 하고 싶었고 하고 있는 일이 장애인 관련 일이다 보니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답했다. 더불어 "자격증 취득 후 작은 장애인 시설을 만들어 나보다 힘든 장애인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지인들과 밝게 생활을 하며 봉사모임에도 가입해 활동을 하는 그녀에게선 장애인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그늘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밝은 목소리는 나만의 프로정신

일본 여행 중인 김경숙씨
일본 여행 중인 김경숙씨 ⓒ 김경숙
또 한명의 커리어우먼은 충남에 위치한 모 대학병원에서 6년째 진료예약 일을 하고 있는 김경숙(여·뇌병변)씨다. 김씨는 후천적으로 뇌신경이 파괴되면서 고등학교 때 뇌병변장애 판단을 받았다고 하며 대학을 마치고 병원에 취업해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는 밝은 자신의 목소리에 프로정신을 갖는 직장인이다.

더불어 활동적인 성격으로 인터넷 모임이나 직장동료와의 모임 등에 잘 적응해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좋아질 만큼 그녀의 성격은 밝고 마음도 곱다.

일하며 불편한 것은 없었는지 질문하니 "전화로 진료 예약을 해주는 업무상, 주변 환경이 조용하면 좋았을 텐데 처음 입사했을 때는 원무과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서 일을 해야 했기에 좀 시끄럽고 산만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료예약센터라고 번듯한 사무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서 그 어려움은 해소 됐다"며 일하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답했다.

그녀 역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미 지난 2년간 사회복지의 한 분야인 노인복지를 전공했고 직장생활을 하며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해야 했기에 적응시간만 6개월이 걸렸다한다.

공부하며 어려웠던 점은 "개별과제가 주어지는 날에는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다음 수업 때까지 밤을 새워서 준비해 간 적도 있고, 조별 과제 역시 각자 분량을 조금씩 분담해서 준비는 것들이 가장 어려웠다"고 지난 일들을 회고 했다.

복지사가 되어 의료 사회사업 일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어려운 가정에 있는 환우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주고, 환우 가족들에게도 정신적인 힘이 돼 줄 수 있는 상담도 함께하고 싶다고.

장애인으로서 사회에 요구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질문하니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보다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하고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가능한 업무를 마련해 주어야할 것이다"라며,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장애인 복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또한 "장애인 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는 촉구시위도 하는데, 무엇보다 장애인이 올바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을 하려면 교육부터 장애인에 맞게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LPG지원 폐지법이나 노인/장애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방침을 거두고 현 서비스를 유지해주기를 바란다"고 현 복지법에 대한 바람과 불만을 내비쳤다.

날마다 밝게 고객들과 대화하는 그녀의 목소리 뒤에 감추어진,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서 진정한 사회복지사로서의 자질이 느껴졌다.

이렇듯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맡은 바 일에 열정을 쏟는 이들. 나아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삶의 목표조차 없이 사는 이들에게 충분히 각성제 역할을 해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이블뉴스와 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