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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아이들의 꿈이 피어나고, 자라고, 이루어지는 터'라는 뜻을 가진 청소년 무료 공부방 '늘꿈터' 입학식 기념 사진.
ⓒ 임정훈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 (중략) -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희망을 노래하는 것 - 간디학교 교가로 널리 알려진 '꿈꾸지 않으면'의 일부

여기 '배우며 꿈을 꾸고, 가르치며 희망을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는' 특별한 모임이 있다.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공부방 '늘꿈터'가 바로 그것.

지난 2일 (사)평택시민아카데미(원장 황우갑, 아래 아카데미)에서 열린 입학식이 특별하고 의미 있었던 건 '늘꿈터'가 단지 무료 공부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늘꿈터' 이전에도 청소년 무료 공부방은 있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의 우리말 '온새미로'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공부방이 2003년 12월부터 평택 부락종합복지관의 도움 아래 교실 한 칸을 빌려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2003년부터 운영되던 '온새미로'가 체계를 갖추어 둥지를 옮겨 마련한 것이 바로 '늘꿈터'다. '늘 아이들의 꿈이 피어나고, 자라고, 이루어지는 터'라는 의미를 담아 새로 지은 이름이다.

2003년 12월 '온새미로'라는 이름으로 당시 중학교 1학년 4명과 함께 시작한 것이 이제는 학생이 15명으로 늘었고 시설도 웬만한 학교 부럽지 않게 되었다.

▲ 입학식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수업 교재를 받았다. 한 학생이 관심있는 듯 교재를 훑어보고 있다.
ⓒ 임정훈
'온새미로'는 2003년 전교조 효명분회의 교사들이 발벗고 나선 참교육 실천 활동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공부방의 체계도 잡히지 않고 여건도 많이 부족해서 선생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제는 힘이 돼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이렇게 훌륭한 입학식을 하게 되었다" 며 공부방의 초대 교장을 맡았던 최종래 교사(당시 전교조 효명분회장)는 기쁨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2003년부터 공부방 활동의 중심이 돼서 5년 남짓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김선숙(늘꿈터 교장) 교사는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며 시종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아래 박스기사 참조).

이날 입학식에는 '늘꿈터'에서 꿈을 키우게 될 중학생 15명을 비롯, 각 교과담당 교사들과 멘토링 담당자들, 황우갑 원장을 포함한 아카데미 관계자들 등 여러 후원회원들이 참석했다.

또, 유정희 전교조 경기지부장과 전교조 평택안성사립지회(지회장 김영후, 아래 평안사립) 소속의 교사들이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특히 평안사립 소속 모든 교사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여 공부방의 재정 마련에 힘이 돼 주고 있었다.

전체 80평 규모의 '늘꿈터'에서는 평택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교과활동과 인권, 논술, 성교육, 향토사교육, 음악치료, 멘토링 등의 다양한 특별활동, 월 1회의 문화답사나 자연탐사 등의 체험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수업 시간은 매일(토일 제외)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이며, 11시 30분까지 공부방이 개방돼 컴퓨터실과 독서실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늘꿈터'의 특별한 입학식에는 아카데미의 도움과 협조가 컸다. 아카데미에서는 강의실, 독서실, 식당 등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저녁 급식 지원을 위해 평택 시청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과 도움을 계속할 예정이다.

▲ '늘꿈터' 공부방 입학식에는 전교조 경기지부 유정희 지부장도 참석해 적극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임정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가르치는 것"
[인터뷰] 청소년 무료 공부방 '늘꿈터' 교장, 김선숙 교사

▲ 앞으로 형편이 더 나아지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방을 열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김선숙 교사
ⓒ임정훈
'늘꿈터'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한 평범한 현직 중학교 교사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있었다.

오직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으로 '온새미로' 시절부터 사실상 청소년 무료 공부방 활동을 제안, 시도하여 오늘에 이르게 한 김선숙 교사. 그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어떤 계기로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시절 성당에서 선교사 신부님을 도와 공부방 운영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교사가 되면 제대로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교육)으로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평택지역은 미군부대 주변에 유흥업소가 700여 개나 있는데 청소년 시설은 한 곳 뿐이다. 그러다보니 중학생의 경우 방과 후 방치돼 있어 탈선의 우려가 높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관내 청소년 복지 프로그램도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지역적 환경들이 자연스레 공부방 활동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 2003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솔직히 말하면 사실 항상 힘들다. 공부방 아이들이 말을 안 듣거나, 아픈 가정사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방을 못 나오게 되거나, 강사 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 등 많다. 그러나 이제는 힘이 돼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혼자 고민하고 속 끓였던 적이 많았는데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모든 분들께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2월 '온새미로'에서 3년간 함께 한 아이들이 졸업을 했는데 5년 남짓한 공부방 활동 가운데 가장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 현재 강사진은 모두 전교조 선생님들만 있나?
"아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비조합원인 현직 교사도 있고, 수학 선생님은 회사원이다. 멘토링을 맡은 선생님들은 관련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이다. 물론 모두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다."

- 공부방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누구를 고쳐줄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교사이므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가르치는 것이다. 공부방 활동은 내 관심과 능력의 영역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하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사실 중학과정의 공부방은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상당한 결손을 경험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타깝다. 형편이 더 나아진다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방을 열어 보고 싶다." / 임정훈

덧붙이는 글 | 청소년 무료 공부방 '늘꿈터'를 후원해 주실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세요.

● 늘꿈터 공부방 카페  http://cafe.daum.net/paktuonsae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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