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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사람의 수가 많은 만큼 음식의 수도 많으며 맛 또한 다양하다"고 하면서 남편은 음식점에 갈 기회가 되면 항상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맛을 보게 하였지요.

하지만 중국요리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저의 입맛에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얼큰한 한국 음식이 입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뜩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중국요리를 한국식으로 바꿔서 먹으면 더 괜찮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죠.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감자탕'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간 식당은 동북요리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함께 온 중국인 직원들이 주문한 동북요리들은 우리 눈에 제법 친숙한 요리들이 많았습니다.

맛은 한국과 조금 다른 만두, 탕수육들도 있었지요. 요리들이 하나하나 나오는 가운데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등뼈! 등뼈로 요리된 것이었습니다.

▲ 짱구지아라는 동북요리. 매운걸 잘 못 먹는 아이들이 먹기엔 괜찮더라고요.
ⓒ 박병순
"어, 등뼈다. 이 요리 이름이 뭐야?"
"짱구지아."
"근데 감자탕으로 먹으면 더 괜찮겠는 걸. 이거 사다가 한번 해볼까?"
"이 걸로? 해보는 건 머라 안 하는데 이미 이렇게 간이 되어 있어서 맛이 날까?"
"그래도 괜찮을 거 같은데. 저녁에 형님(시누이)네 식구들도 부르자."
"누나네도? 오호∼ 자신이 있나 보네."
"당연하지."


워낙 감자탕을 좋아해 '짱구지아'라는 요리를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가웠던지 호들갑을 떨며 남편한테 자신 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자 '내가 너무 오버했나? 한번 해 보고 맛이 괜찮으면 그 담에 초대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짱구지아를 먹어보니 한약제 등을 넣고 같이 삶아서 그런지 냄새도 괜찮았고, 이미 푹 삶아져 있기 때문에 오래 삶지 않아도 돼 오히려 더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맛있게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전에 감자탕을 직접 요리해 볼 생각으로 시장에 가서 등뼈를 찾아보았지만 매번 실패를 했습니다. 중국말이 서툴러 아줌마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 점도 있고, 살을 다 발려서 뼈만으로 국을 끓여 먹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음식문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장에서 등뼈 사기를 포기했었지요.

먼저 집에 가져 온 등뼈를 살짝 삶아 첫 번째 물을 버렸습니다. 그리곤 다시 물을 붓고 감자와 김치, 파, 고춧가루를 넣고 끓여 감자가 익을 때쯤 들깻가루를 뿌려주었습니다. 드디어 완성. 요리시간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초스피드 '감자탕'을 만들었습니다.

▲ 요리한 감자탕
ⓒ 박병순
잔뜩 기대하고 있는 가족들에서 짜자잔∼ 감자탕을 내놓았습니다.

"오∼∼ 맛있다.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맛이야."
"이렇게 먹으니까 진짜 괜찮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사오는 건데."
"걱정마. 앞으로도 먹어줄게. 그 말은 자주 해 달라는 말이지. 하하하."


▲ 감자탕 국물에 밥까지 비벼서 먹었어요.
ⓒ 박병순
남편뿐 아니라 함께 시식에 동참해 주신 시누이 식구들도 모두 맛있다는 칭찬의 말에 요리하는 자신감 100% 충전돼서 그날의 기분은 룰루랄라였습니다.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남편도 맛이 꽤 괜찮았는지 가끔 비가 오는 날이나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에는 짱구지아를 집에 사오더라고요. 요즘 회사일로 바쁜 남편을 위해 오늘 야식으로 '감자탕'을 준비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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