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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 먹는 날이라서 '부알절' 이라는 주석이
삶은 계란 먹는 날이라서 '부알절' 이라는 주석이 ⓒ 김혜원
누구나 어린 시절 두세 번 정도 교회에 나가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한 겨울의 크리스마스, 가을날의 추수감사절 그리고 이른 봄의 어느 날이었던 부활절이 그날이지요.

값싼 달걀조차 흔하게 먹어보기 어려웠던 시절. 삶은 달걀 그것도 예쁘게 색칠까지 한 고급(?)달걀을 얻어먹을 수 있는 부활절은 어쩌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기다려지던 날이었을 것입니다.

시절이 많이 좋아져서 그런지 예전에는 그렇게 귀하게 생각되었던 달걀도 이제는 아이들에게 그리 인기 있는 반찬거리가 아니랍니다. 달걀보다 더 맛있는 다른 반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6살짜리 조카 주석이도 달걀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답니다.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달걀을 씌운 전들을 자주 해줘서 그런지 오히려 달걀보다는 다른 반찬들에 관심이 더 많지요.

오늘(8일)은 부활절. 유치원에서 부활절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라는 숙제를 받아온 주석이와 함께 부활절 달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주석이가 만든 부활절 계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보약보다 귀하답니다.
주석이가 만든 부활절 계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보약보다 귀하답니다. ⓒ 김혜원
"이모, 부알절이 무슨 날이야? 교회에서 달걀 먹는 날이야?"
"하하하, 부알절이 아니고 부활절이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사흘만에 다시 살아 나신 날."
"근데 삶은 달걀은 왜 먹어?"
"응 달걀을 품으면 병아리가 되잖아. 달걀 속에는 생명이 있거든."
"생명이 뭐야?"

호기심 박사가 되어 세상의 모든 일이 궁금해진 6살 주석이. 이쯤 되면 슬슬 대답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공세에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주석아, 그러니까 부활절엔 그냥 달걀을 먹는 거야. 예수님이 주석이가 예쁘다고 달걀을 주셨거든. 예쁘게 색칠해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리자. 주석이가 만들었다면 깜짝 놀라실 거야. 자, 얼른 만들어보자."

주석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부활절 달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지고 가시던 십자가를 대신 져준 사람 시몬. 그가 원래는 달걀장사였다는 군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후 시몬이 집으로 돌아가 보니 집에 있던 암탉들이 낳은 알들이 모두 무지갯빛으로 변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부활절마다 달걀을 아름답게 채색해서 나누었다는 설도 있고요.

달걀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죽음의 껍질 깨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비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활절 계란 드시고 건강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활절 계란 드시고 건강하세요 ⓒ 김혜원
그 어떤 설이 맞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값싸고 작은 달걀 한 알이라도 이웃과 나누기 위해 정성껏 삶고 색칠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어린시절 기억 속의 부활절 달걀이 그랬듯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달걀 한 알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출출함을 달래줄 수 있는 훌륭한 간식이 될 테니 말입니다.

오늘 주석이는 특별히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부활절 달걀을 만들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삶은 달걀 위에 예쁜 스티커를 붙이면서 몸이 아프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부활의 생명과 같은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도했답니다.

"하나님,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석이가 만든 부활절 달걀을 드시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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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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