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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허물어진 소금창고
다 허물어진 소금창고 ⓒ 정현순

"어머나 이게 웬일이야 웬일이야? " 하루에 하나씩 무너진다고 하더니 그말이 맞나보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친구와 나는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뒤쪽에서 봤을 땐 소금창고가 무너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뒤를 돌아 앞으로 오니 바닥은 소금창고 모습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너무나 아까웠다. 그런 그곳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센 바람이 불면 곧 쓰러질 것같은 소금창고
조금만 센 바람이 불면 곧 쓰러질 것같은 소금창고 ⓒ 정현순

쓰러져가는 소금창고 안의 모습
쓰러져가는 소금창고 안의 모습 ⓒ 정현순

반쪽만 남은 소금창고
반쪽만 남은 소금창고 ⓒ 정현순

6일 오후, 오랜만에 봄 기분을 내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안성맞춤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공원산책이라도 나갈까 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렇게 좋은 날에 무엇을 하고 있냐?"
"그렇지 않아도 산책이나 갈까하고."
"그래 나도 나가려고 하고있었는데."

친구의 마음도 나와 똑같았다. 그래서 난 "그럼 우리 염전이나 가볼까"라고 물었고, "정말? 그래 가자"라고 답한 친구와 경기도 시흥시 포동에 있는 옛염전을 찾았다.

예전에는 그곳을 폐염전이라고 알고 있었고 나도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폐염전이란 말이 하기가 싫어졌다. 폐염전이라고 하면 너무나 그곳이 아깝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무튼 우린 그렇게해서 그곳에 도착을 했다. 집에서 먼곳은 아니지만 나는 가끔 그곳을 가곤한다.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우린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면서 좋아했다.

뼈대만 남아있는 소금창고에서 본 파란 하늘
뼈대만 남아있는 소금창고에서 본 파란 하늘 ⓒ 정현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소금창고 안으로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더 쓸쓸하고 눈물이 날 것같은 느낌이 든다.

불에 타다만 흔적들이 여기 저기에 남아있었다
불에 타다만 흔적들이 여기 저기에 남아있었다 ⓒ 정현순

여기도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앉았다
여기도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앉았다 ⓒ 정현순

옛소금창고를 따라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갔다면 그렇게 용감하게 그렇게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다. 햇볕이 벌건 대낮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의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구경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무너져가는 소금창고 가까이 가노라면 바람에 들썩들썩, 덜컹덜컹 소리가 나기도 한다. 마치 그곳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소금창고 옆 땅은 소금에 찌들어 땅 색깔도 하얗게 빛이 바래있었다. 무너진 소금창고 안으로 들어갈 땐 몸에 거미줄이 몇개나 걸려 그것을 떼어내야만 했다. 그만큼 인적이 끊긴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바람이 불면 지붕 위에 덜렁덜렁 몇개 남아있는 널판지가 언제 떨어질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니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너져내린 소금창고 앞에는 불에 타다 남은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지난주에 그림공부를 갔을 때였다. 한 친구가 "거기는 누군가가 일부러 방화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아요. 하루에 하나씩 불에 타 없어질 정도래요" 했었다. 불탄 흔적을 보니 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그는 "난 그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무서워요" 했었다. 소금창고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요즘 내가 2003년에 찍어놓은 소금창고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멀쩡한 소금창고
그래도 조금은 멀쩡한 소금창고 ⓒ 정현순

갯벌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듯
갯벌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듯 ⓒ 정현순

청둥오리떼들의 비상
청둥오리떼들의 비상 ⓒ 정현순

곧 쓰러질 것같은 소금창고를 지나니까 조금은 멀쩡한 소금창고가 보였다. 난 반가운 마음에 "야 저기는 그래도 쓸만하네" 했다. 사진 찍기에 열중했던 친구는 "얼마나 많이 무너진 것만 봤으면 저걸 보고 쓸만하다는 소리가 나오네"하며 웃는다. "야 그래도 저 정도면 아주 양호하잖아." 친구는 그곳에서 계속 사진을 찍고 난 갯벌이 보이는 건너편으로 슬슬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갯벌에 조용히 앉아있던 청둥오리들이 '퍼드득퍼드득'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로 비상을 한다. 저쪽에서 날아오는 청둥오리들이 놀래서였을까? 한동안 청둥오리들의 유희는 계속되었다. 갯벌은 지금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그 갯벌을 되돌려 달라고 하듯이.

폐염전에서 만난 화사한 꽃들
폐염전에서 만난 화사한 꽃들 ⓒ 정현순

꽃마리와 소금창고
꽃마리와 소금창고 ⓒ 정현순

지천으로 깔린 쑥과 소금창고
지천으로 깔린 쑥과 소금창고 ⓒ 정현순

친구와 난 좁은 염전 길을 걸으면서 "우리나이에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렇지"하면서 계속 걸었다.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그렇지 않으면 구경을 해도 좋은 곳이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의외로 구경할 것도 많은 곳이기도 했다. 나보다 친구가 그곳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기에 "여긴 왜 이대로 놔두는 거니"라고 물었더니, "왜긴 시에서는 개발을 하려고 하고 환경단체에서는 개발을 하면 안 된다고하니까 아무도 손을 못대고 있는 거지" 한다.

"그럼 무너지는 소금창고 관리를 좀 잘 하면 좋을 텐데. 이대로 놔두면 우범지역이 될까봐 걱정된다" "글쎄 누가 아니래니" 우리가 아무리 걱정을 해도 방법이 없는 일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족히 2시간은 걸은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바꾸었다. 그때 쑥이 지천으로 깔린 곳과 방긋이 웃고 있는 작고 귀여운 꽃다지 무리를 발견했다.

그것들을 소금창고와 함께 찍기 위해 우린 거의 땅바닥에 눕다시피 하며 그것을 찍었다. 우린 서로 사진을 찍을 때 "좀 더 좀 더 누워야지"하며서 장난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누가 우리모습을 봤으면 "미쳤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린 정말 즐거웠다. 그것이 비록 반나절 짧은 여행이었지만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라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

노란 꽃다지와 깨끗한 쑥의 무리들을 보니깐 그곳을 도시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잘 보존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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