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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잠실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박상천 후보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박상천 신임 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범여권 통합논의가 벽에 부딪혔다. 범여권 일각에서 추진되던 통합교섭단체 구성 논의가 결렬된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민주당의 부정적 입장. 민주당이 주도하는 중도통합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박상천 대표는 통합교섭단체 구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념과 정책이 서로 다른 세력들이 하나의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대통합에 부정적인 박상천 대표

민주당이 범여권 대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반대로 민주당이 빠진 상태에서 범여권 대통합을 논의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이 통합논의를 해봐야 '도로 우리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중심론'이라는 당심(黨心)에 힘입어 대표로 선출된 박상천 대표는 당분간 요지부동의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 체제 등장으로 범여권 통합 논의는 한층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박상천 체제는 통합보다는 독자생존을 통해 18대 총선을 기약하는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맞서 통합신당모임 측에서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독자창당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라도 통합신당 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역시 소(小)통합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그림이다.

열린우리당은 그 같은 움직임들을 비판하고 있다. 범여권의 모든 세력이 하나로 모이는 대통합신당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통합신당모임이 구상하는 소통합으로는 대통합의 길로 갈 수 없다는 것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정파들은 열린우리당과 손잡는 것 자체를 주저하고 있다. 함께 죽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입장 차이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외부세력의 정치참여 등을 통해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 범여권 통합논의는 답보상태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FTA 찬반 갈등도 통합에 암초

여기에다 범여권 대통합에 또 하나의 암초로 등장한 것이 한미FTA라는 변수이다. 한미FTA 타결 후 범여권은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으로 양분돼 있는 상태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직계세력, 중도보수성향 세력이 찬성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개혁진보성향 세력과 민주당 등이 반대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전개되게 돼있다는 점이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둔 정기국회가 비준을 둘러싼 대결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FTA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당에 범여권 내부의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이 하나의 통합신당을 만든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이 같은 당을 해봐야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셈이다. 다른 일과성 사안과는 달리 한미FTA 문제는 대선정국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등장과 한미FTA 비준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범여권 대통합에 심각한 난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범여권 통합신당 추진세력에겐 대형 악재라고 할만하다.

이대로 가면 과연 범여권 통합신당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마저 드는 상황이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일정당이 최선이고, 안 되면 단일후보로 가야 한다"면서 "해보다가 안 되면 단일후보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지금 같아서는 범여권 단일정당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범여권 통합신당이라는 최선의 길을 찾아도 12월 대선이 쉽지 않은 마당에, 범여권은 각개약진 속에서 선거연합을 통한 후보 단일화라는 차선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고서도 12월 대선을 기약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막판 역전극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는 것이 정치의 속성인지 모른다.

#박상천#민주당#한미FTA#범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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