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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장희용
며칠 전 황사가 심했을 때 퇴근하다가 두부 좀 사 가지고 가려고 시장에 들렸습니다. 원래 이곳은 '노점상 금지 구역'이지만 아주머니나 연세 지긋한 어르신 분들이 좌판을 벌이고는 각종 채소 등을 파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황사 탓인지 다른 분들은 장사를 안 나오시고 아주머니 한 분만 계셨습니다. 두부를 사러 가는데, 아주머니가 "싸게 줄 테니 사세요" 하더군요. 상자 안에는 쑥과 대파, 상추, 냉이 등 몇 가지 채소들이 있었습니다. 원래 두부를 사러 가는 길인지라 그냥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아주머니가 자꾸만 사라고 했습니다. 원래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인데 황사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삼간 탓인지 그날 그 순간 그 자리에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머니는 자꾸만 저에게 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자꾸만 사라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서, 마침 대파가 집에 없는 것 같아서 대파를 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거절하지 못해 마지못해 산 기분이었는데, 파를 사고 나서 "황사도 심한 데 오늘은 쉬지 그랬어요? 다른 분들도 안 나오셨는데" 했더니, "황사? 먹고 살아야지!" 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에 왠지 마음이 그랬습니다.

어설픈 동정심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왠지 그 순간에 우리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저 어릴 적에 우리 엄마도 시장에서 이렇게 장사하셔서 저 키우셨거든요. 얼마 전에는 쓰러져서 수혈까지 받으셨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하고, 그래서 생각만 해도 늘 그리운 그 이름 '엄마'. 한평생 당신의 삶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산 그 삶 앞에서 자식이라는 이름의 저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해 드렸는지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면서 죄송한 마음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날 본 아주머니 모습에서 저희 엄마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 모습이 생각나서 짧은 글 한 번 써 봤습니다. 자꾸만 세월의 강을 빨리 건너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송강 정철님의 시를 올려 봅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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