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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FTA 체결을 바라보는 언론의 다양한 시각들은 매우 흥미롭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노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적의를 감추지 않았던 보수 언론들이 갑자기 그의 리더십과 결단력을 찬양하고 나선 점이다.

이에 더해 외국 언론, 특히 중국 언론의 분석은 한국이 갑자기 중국의 위협적인 세력으로 급부상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중국 언론이 한미FTA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경제적 측면이고, 둘은 동북아 정세에 관한 정치적 고려이다.

중국 언론, 한미FTA 중국경제 위협

첫번째, 경제적 측면에서 본 중국의 우려이다. <중국경제신문>은 4일 보도에서 '미국 무역상, 중국 버리고 한국에 투자'라는 매우 도전적인 제목을 뽑았다.

이번 한미FTA 체결은 한국의 역사 이래 가장 큰 무역협정이며, 미국도 1994년 북미 무역협정 이래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미국은 농목축업과 제조업 수출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03년부터 상품 경쟁력에서 한국의 지위를 대체하였는데, 이 협정 체결로 많은 기회가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즉, 한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면 미국 소비자들로서는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 의류 등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미국 상인들은 중국 상품을 한국 상품으로 대체하려고 할 것이니 이는 중국에 큰 충격과 도전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 수출 경쟁력 제고는 바로 중국 상품 수출의 위기를 의미하며, 미국 무역업자들의 중국 포기와 한국 투자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로 인한 무역 역조 현상을 주의해야만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미국은 한국의 중국 경제권으로의 진입 가속화를 저지하기를 희망하다'는 3일자 <인민일보> 기사 제목이 보여주는 동아시아 역학관계의 문제이다.

"워싱톤은 이번 조약에 정치적인 고려를 하였다. 최근 한미동맹에 동요가 있었고, 특히 북한 정책에 동요가 있었다. 더구나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무역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서 멀어져 중국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FTA 추진을 통해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려는 의도이다."

즉,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개성공단 등 북한 지역을 일종의 자유무역구로 인정하는 문제를 추후 논의라는 형식으로 열어놓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가치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필히 동북아 지역을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을 자유무역구로 인정하여 이곳의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한다는 점은 미국이 앞으로 북한을 조정할 수 있는 유효한 복안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역외가공지대를 인정하는데 있어서 과연 어떤 조건을 내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과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유용한 기제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 보수언론과 중국 언론의 시각이 왜 유사할까?

이밖에 <신화사>와 <해방일보> 등 주요 언론들이 3일 보도한 한미FTA 관련 기사 제목들 역시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한미 간 경제 유대관계의 증진만이 아니라, 양국 군사안보 동맹의 촉진제가 될 것이며 경제, 외교 안보 영역 내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다. (<신화사>)"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단순히 경제 무역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양국은 국내적으로 많은 압력을 받게 되겠지만, 한미 동맹관계는 이 협정 체결로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해방일보>)
"

중국 언론의 기본 시각은 한미FTA가 갖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우려보다는 이번 협정이 가져올 동북아 역학관계에 대한 미국 측 의도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 협정이 한미 양국 간의 경제권 연대만이 아니라 양 국가 간의 군사안보 동맹을 더욱 긴밀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경제·외교·안보 영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추진해온 황해 경제권 망 구축에 대한 우려도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한미 간의 경제 합작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한미 간에 보다 빠른 경제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일본이 성공한 탈아시아 전략이후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목표를 한국으로 향하였다. 한미 양국은 이미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니, 이 자유무역협정으로 한미경제는 융합을 앞당기는 서막을 연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시장과의 경제 경계를 허물었으며, 이로써 중국이 동북아에서 당면하게 될 압력은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중국이 추진해온 '황해 경제권 라인'은 한국과 북한 중국 대륙 사이를 하나의 자유무역권으로 묶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추진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며, 황해경제권 라인 계획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경제신문>


중국 언론의 이러저러한 시각들이 아니더라도 한미FTA는 단순히 경제적 무역통상에 머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맺고 있는 동맹 가운데에 놓여있는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모든 정치, 군사 질서의 일부분으로 한미FTA가 체결되었다는 점을 중국 언론들이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이 협정의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말해준다.

과연 중국 측 시각대로라면 한미동맹의 강화와 발전을 가져 와 불안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어 줄 것인가? 이제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경계를 허물고 '융합' 되는 것인가?

그런데, 중국 언론의 시각들이 대체로 한국 보수 언론의 시각과 유사하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참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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