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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조로 흙갈색빛을 띠는 시화호 상류 이물은 안산천 하류까지 밀려 올라갔다.
ⓒ 김장회
4월 이후에나 발생하는 시화호 적조 현상이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3월 25일부터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수질개선대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어 시화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시화호 오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화호 수질관리는 주 관리처 없이 4~5원화 되어있다. 시화호 수질관리는 관련 법에 따라 지천은 수질관리 및 조사는 '안산시 환경과', 호수관리개발은 '수자원관리공사', 수질 연구는 '해양연구소', 수질자동측정은 '서해수산연구소'(적조 감지 기능은 없음), 공단환경지도 악취관리는 '산업지원사업소 공단환경지도과' 등으로 얽혀 있어 체계적 측정과 수질관리 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화호 적조가 해마다 발생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어느 곳도 시화호 수질 보전과 개선을 위해 조치를 취하거나 대책을 수립하는 움직임은 없다. 안산시 환경과는 시화호는 해수면이므로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수자원공사는 "단속권이 없어 수질개선에 한계가 있고 특히 초기 우수에 있어서는 '공단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용량 한계로 초기 빗물을 송수시킬 경우 부하가 걸려 어쩔 수 없다"며 오염된 초기 우수를 모두 정화하려면 안산시만 한 하수종말처리장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수관의 오·폐수관 오접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안산천 하류에까지 밀려 올라온 적조. 이 적조는 예년보다 한달 가량 빠른 3월 25일부터 시작하여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 김장회
이에 안산시 환경과는 시화호 지천의 수질관리는 하고 있지만 시화호의 경우 '반월특수지역'으로 지정되어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적조 현상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시화호 오염원의 하나로 지적되는 초기우수와 오접의 관리감독 책임 부서인 하수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오접은 없다'고 하다가 기자가 사진을 보여주자 '하수과는 지속적으로 오접을 잡고 있다'면서도 관계자가 자리에 없다며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화호 가까이 해양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해양연구소에서 만난 한 박사는 "시화호 오염과 대책에 대해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정보수집과 정보공유가 필요한데 지금의 시화호 관련 수질 정보는 각 기관마다 따로 해 시화호 연구에 어려움이 있어 시화호 관련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각기 다른 조사체계를 정비하고 정보를 한곳에 모아 공유화하여 심층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접이 있다는 것을 간접 증명하는 검은 폐수가 펌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수처리장 과부하를 이유로 비가 내리면 이 펌핑은 중단된다. 물막이 위로 30cm 정도 높이로 흘러 넘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넘친 이물은 정화없이 그대로 시화호로 흘러 들어간다.
ⓒ 김장회
시화호지킴이로 유명한 최종인(52)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시화호 지키기에 한계를 느껴 안산시 환경과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공무원 같지 않게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최종인씨는 "매년 4월에 시화호에서 적조현상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빨라졌다. 시화호의 수질악화의 요인 중 공단지역에서 흘러드는 초기 우수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도로청소를 월 1~2회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시화호는 오접들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고 오접의 폐수가 평소에도 흐르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인해 오염된 퇴적물과 폐수가 어떠한 정화 없이 초기 우수와 함께 그대로 시화호로 흘러들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시화호 적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수자원공사와 시화호 주변 자치단체들이 송산시티(화성시측이 추진하는 시화호 남측 갈대 습지 위에 세워지는 신도시 사업), MTV(시화호 북측 갈대습지 위에 첨단산업공단과 상업지역 건설사업) 등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발에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 하지 말고 시화호와 시화호 지천의 수질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수질개선과 환경에 등한시하고 개발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창수 전 안산시의원은 "올해는 유난히 겨울에 눈이나 비가 적어 퇴적물이 그대로 쌓인 상태에서 비가 오자 오염된 퇴적물이 그대로 시화호로 흘러 들어가 적조가 빨라진 것 같다. 특히 갑문의 개폐를 변경한 것이 한 요인으로 아니냐"며 갑문 개폐 횟수 축소로 물의 순환이 줄어 시화호 수질이 악화됐다는 갑문 개폐 조정 의혹을 제기했다.

▲ 비가 오지 않음에도 반월공단 우수토구에서 오염된 검은 물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 김장회
취재 결과 시화호 수질 오염 주요인은 비 정화 폐수의 유입이라는 것이 공통적이었다. 실제로 시화호로 유입되는 공단의 우수관로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폐수가 흘러나오고 있어 오접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10mm 이하의 적은 비에도 우수관에서는 평소에 침전된 오염된 슬러지들이 초기 우수와 함께 쏟아져 내려 정화되지 않은 채 시화호로 흘러든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10mm 밑도는 봄비에 초기 우수 취수장 물막이 위로 검은 폐수가 넘치고 있다. 이 폐수는 아무런 정화없이 그대로 시화호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 김장회

안산시 우수관의 총연장은 1600㎞에 달한다고 하수과는 밝혔다. 그러나 관리에 투자하는 비용은 교체 비용을 포함해 29억원이며, 10㎞ 준설에 2억원이 들어가는데 우수관 준설 발주액은 6억원에 불과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안산시 우수관리에 책정한 총예산은 교체비용 포함 35억원이다.

그러므로 산술적으로 안산시가 한해 청소하는 우수관로의 길이는 175㎞, 하수관로를 모두 청소하는 데는 9년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그동안 하수관에 오염물질은 모두 비가 청소하여 시화호로 그대로 유입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 반월공단의 한 우수구. 수종을 알 수 없는 오염된 물이 우수관에 흘러 들어 흐르고 있다.
ⓒ 김장회
실상이 이러하니 시화호 수질이 좋아질 수가 없다. 일반가정의 오·폐수관 오접은 그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고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도 고스란히 우수관으로 유입된다.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마당을 청소해도 그 물은 우수관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므로 평소 우수관에 흐르는 물과 초기 우수는 오염된 물이다.

각종 화학물질에 오염된 물들이 가는 곳은 시화호다. 초기 우수와 맑은 날 우수관에서 흘러오는 물은 반드시 채집하여 정화해 내보내야 한다. 수자원공사와 각 지자체는 개발이익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라 오염원 해결을 우선해야 마땅하다.

그나마 지금은 갈대라도 있어 일부라도 자연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송산그린시티와 MTV사업으로 이 갈대마저 사라지면 시화호는 흘러드는 오염원과 온난화가 결합해 물이썪어 '구린호'가 되어 갈대를 덮고 조성된 신도시는 '구린시'가 되고 조력발전소를 통해 서해로 썩은 물을 흘려보내게 될까 심히 염려된다.

▲ 우수토구가 흘러드는 시화호 상류변. 오염물질들이 띠풀(삘기)에 점착되어 있다.
ⓒ 김장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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