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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협상을 진행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는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서 한미FTA 협상 타결 내용을 보고한 뒤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핵심 쟁점이었던 농업과 자동차 분야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개방 폭이 크거나 이득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우리가 강하게 요구했던 미국의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분야에선 예상대로 미국쪽 입장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가전분야도 미국은 관세철폐 기간을 대부분 3년이상으로 해, 실제 협정이 발효되는 시점과 철폐 기간을 따져볼때 얼마나 이득이 될 지 미지수다. 이미 미국쪽은 전기, 전자쪽에서 대부분 무관세이거나, 2% 수준의 낮은 수준이다.

섬유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부 화학섬유의 경우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원사기준 원산지 판정 방식(얀 포워드) 완화 품목은 겨우 6개에 그쳤다.

외교통상부는 4일 국회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미FTA 분야별 최종협상 결과' 보고서(아래 첨부파일 참조)를 제출했다.

8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총칙과 함께 19개 분과(2개 작업반 포함)의 모든 협상 내용이 요약돼 있다. 한미FTA 최종 협정문은 다음달 중순께 공개될 예정이다.

☞ [첨부파일 받기] 한미FTA 최종협상 결과문

농산물 양허협상 결과

양허 유형

주요 품목

양허제외

현행관세, 수입쿼터

오렌지(성출하기), 식용대두, 식용감자, 탈지·전지분유, 연유, 천연꿀

계절관세

포도, 칩용 감자

세 번 분리,

장기 철폐

사과, 배

장기 철폐, 세이프가드

쇠고기, 돼지고기(냉장), 고추, 마늘, 인삼, 보리, 맥주맥·맥아, 전분

15년

호두(미탈각), 밤, 잣, 감귤, 송이버섯, 표고버섯, 필터담배

12년

닭고기(냉동가슴살, 날개), 냉동양파, 수박, 보조사료

10년

복숭아, 감, 단감, 감귤주스, 잎담배

9년

딸기

7년

맥주, 아이스크림, 살구, 팝콘용 옥수수

2014. 1. 1 철폐

돼지고기

6년

옥수수유, 호두(탈각)

5년

완두콩, 감자(냉동), 토마토주스, 오렌지주스(기타), 위스키, 브랜디

3년

해조류

2년

아보카도, 레몬

즉시 철폐

오렌지주스(냉동), 산동물, 화훼류, 커피, 포도주, 밀, 사료용 옥수수, 채유용 대두, 아몬드

ⓒ 오마이뉴스
[농업] 밀·커피·사료용 옥수수... 미국산이 몰려온다

정부가 밝힌 농업분야의 개방안을 보면, 우선 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쌀은 이미 WTO(세계무역기구)에서 개방안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협상결과 품목에 쌀이 들어 있었다.

현재 관세가 유지되는 품목은 모두 6개 품목에 불과했다. 오렌지(이것도 우리나라 감귤이 생산될 시기만), 식용대두, 식용감자, 탈지-전지분유, 연유, 천연꿀 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당장 철폐되는 품목도 공개됐다. 오렌지 주스(냉동)를 비롯해 산동물, 화훼류, 커피, 포도주, 밀, 사료용 옥수수, 채유용 대두, 아몬드 등 10가지다. 오렌지 주스의 경우 제주 지역 농민들이 오렌지와 함께 개방에서 제외해줄 것으로 강하게 요구했던 것이었다.

물론 커피, 밀과 사료용 옥수수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품목들이다. 최근 국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포도주도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특히 쇠고기가 15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지는 것과 달리, 민감품목중 하나인 돼지고기(냉동)는 2014년에 관세가 없어진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박은 것은 돼지고기가 유일하다. 냉장 돼지고기의 경우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자동차] 세금 연간 4000억원씩 줄고, 미국산 일본차 수입길 열려

자동차세 : 5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

차 종

경차

(800㏄ 이하)

소형차

(800~1000㏄,

1000~1600㏄)

중형차

(1600~2000㏄)

대형차

(2000㏄ 초과)

현 행

80원

100원

140원

200원

220원

단계축소

80원

140원

200원

ⓒ 오마이뉴스
협상의 핵심중 하나였던 자동차분야는 어떨까.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은 배기량 3000㏄ 미만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는 즉시 없앤다. 또 3000㏄를 초과하는 승용차는 3년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중소형 승용차의 경우 수출이 늘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비율이 해마다 높아져 3년후엔 전체 수출물량의 70% 가까이 된다. 관세 철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한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3000cc 대형차 3년후 관세철폐로 이 분야 수출기대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우리도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 8%를 즉시 없앤다. 또 10%인 특별소비세를 5%로 낮춘다.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제도 5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됐다. 미국 요구를 거의 다 줄어든 셈이다.

이로써 정부는 매년 자동차쪽으로부터 거둬들일 세금 4000억원이 줄어든다. 물론 미국차는 관세와 특소세 인하 등으로 평균 15%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또 대형차 중심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 등도 지적된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일본 자동차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미국 부품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일본차 '캠리'는 미국산이기 때문이다.

[가전·전자] 미국내 수출 증대 효과 별로 없을듯

▲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가 강점을 가진 디지털TV의 경우 관세철폐가 3년 후로 미뤄지는 등 FTA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한 가전 매장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국내 업체가 수출한 디지털TV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전자와 가전쪽의 경우는 이미 상당부분이 미국시장에선 관세가 없다.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산업용 전자제품과 반도체 등 전자부품은 무관세다. 따라서 이번 협정체결에 따른 효과는 없다.

다만 가정용 전자제품의 경우 미국시장 관세가 평균 2% 수준이라 이것이 즉시 없어질 경우 중국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협정문을 보면, 우리가 강점을 가진 디지털TV의 경우 관세철폐가 3년 후로 미뤄졌고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섬유건조기 등은 무려 10년에 걸쳐 철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미 이들 제품의 경우 상당수가 국내 생산보다 미국이나 멕시코 등 현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쪽은 LCD모니터를 비롯해 캠코더, 컬러TV, 전구, 전기앰프 등의 경우 협정 발효 즉시 관세를 없앤다. 우리도 미국산 승용차를 비롯해 통신용 광케이블, 항공기 엔진, 에어백, 전자계측기, 백비러, 디지털프로젝션TV 등에 대해 관세를 즉시 없애야 한다.

이들 품목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미국이 기술우위에 있는 품목들이고, 관세도 높았던 것들이다.

[섬유] '얀 포워드' 미국식 잣대에 밀려

섬유는 미국입장에선 '한국의 농업'과 같은 분야였다. 그만큼 우리쪽에서 강하게 요구했던 부분이었다. 미국도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관세(평균 12.5%)를 유지해 왔었다.

섬유업계는 이번 협정을 통해 그동안 내리막길이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협상 결과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관세 즉시철폐 비율이 61%(품목수 기준으로 87%), 우리나라는 72%(품목수 기준 97%)다.

문제는 관세즉시 철폐비율도 60%대로 당초 기대보다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산 섬유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려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원사기준 원산지 규정(얀 포워드)을 통과해야한다.

한국은 그동안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얀 포워드 완화의 숫자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린넨과 여성재킷, 남성셔츠, 레이온, 리오셀, 아크릴 등 6개 품목에 그쳤다.

예를들어 중국산 원사로 만들어진 제품은 중국산이므로, 관세철폐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식 규정을 뚫는데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국내 섬유업계의 경우 대부분이 중국산 실을 원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관세철폐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얀포워드 완화 요구가 관철되지 못할 경우 섬유쪽 수출 증가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이 그동안 정치적 이유를 들어 강하게 거부했던 TPL(관세특혜할당)을 얻어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개성공단] 한·미간 동상이몽?

▲ 개성공단내 삼덕스타필드 공장에서 신발을 제작하고 있는 북측여성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개성공단 문제 역시 이번 협상의 핵심 이슈중 하나였다. 특히 협상 타결이후 개성공단을 둘러싼 한미간 표현 차이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양국은 협정문에서 별도로 '개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다만 '역외가공지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핵심은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주느냐다.

인정문제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를 설치해 이곳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받을수 있다.

문제는 지정 조건의 현실성 여부다. 외교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기준 등이 충족돼야한다는 것.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노동과 환경기준을 맞출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영향 등도 추상적이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3일 "이번 한미FTA 협상 성과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협정 체결까지 여전히 논란이 될 사안이다.

[무역구제·의약품] 대부분 미국쪽 요구 들어줘

무역구제 부분은 당초 우려대로 결론이 났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의 반덤핑 관세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한국 협상단도 협상초기엔 나름대로 미국쪽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법률 개정 사항은 받기 어렵다며 완강히 버텨왔다.

결론은 미국쪽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졌다. 외교부 보고서를 보면, 한미 양국은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안을 협의하겠다는 것.

또 미국의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사건에 대해 우리쪽이 제품 가격이나 물량에 대해 합의안을 제시하면 미국은 이를 '적절히(due) 고려하고 우리측에 적절한(adequate) 협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들 조항 대부분이 '고려'와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으로,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떨어진다. 물론 정부는 이번 미국과의 FTA 체결로 과거와 같은 정도의 무역 보복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의약품 협상에서도 신약 특허기간 연장, 약값 결정에 대한 독립적인 이의신청 절차 등 미국쪽이 요구한 사항 대부분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와 소비자들은 의약품 값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갖게 됐다. 물론 정부에선 미국이 요구한 신약 최저가 보장은 받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신약특허 연장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생산과 개량 신약 개발이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 양허단계별 주요품목

한국

미국

즉시

승용차(8), 크실렌(5), 통신용광케이블(8), 항공기엔진(3) 에어백(8), 전자계측기(8), 백미러(8), 디지털프로텍션TV(8) 등

3,000cc 이하 승용차(2.5), LCD 모니터(5), 캠코더(2.1), 귀금속장식품(5.5), 폴리스티렌(6.5), 컬러TV(5), 기타신발(8.5), 전구(2.6), 전기앰프(4.9) 등

3년

요소(6.5), 실리콘오일(6.5), 폴리우레탄(6.5), 치약(8), 향수(8) 등

DTV(5), 3,000cc 이상 승용차(2.5), 컬러TV(5), 골프용품(4.9), 샹들리에(3.9) 등

5년

톨루엔(5), 골프채(8), 면도기(8), 살균제(6.5), 바다가재(20) 등

타이어(4), 가죽의류(6), 폴리에테르(6.5), 스피커(4.9) 등

10년

페놀(5.5), 볼베어링(13), 콘텍트렌즈(8) 등

전자레인지(2), 세탁기(1.4), 폴리에스테르 수지(6.5), 모조장신구(11), 베어링(9), 섬유건조기(3.4), 화물자동차(25) 등

10년 이상

명태(30), 민어(63), 기타 넙치(10), 고등어(10) 등

특수 신발

* 괄호 안은 관세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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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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