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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책 겉그림 ⓒ 문학세계사
어린 시절 명절 때마다 등장했던 영화가 있다. 이른바 이소룡이나 성룡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다. 이소룡이 쌍절곤을 돌리거나 성룡이 취권을 펼쳐 보였을 때 가장 압권이었다. 명절 때면 그들의 영화들이 늘 되풀이 되었는데도, 질리지 않고 흥미로웠던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렸을 때 품었던 영웅담 때문이지 않나 싶다. 뭔가 닮고 싶고, 뭔가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들…. 그 까닭에 그 영화들이 끝나면 곧장 아이들과 어울려 뒷동산이나 묘지 위로 올라가 똑같은 동작을 취하곤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작가 강풀은 <영화야 놀자>(문학세계사·2007)에서 좀 더 다른 이야기로 풀어간다. 그것은 이소룡이나 성룡이 다른 배우들과 달리 엑스트라를 쓰지 않는다는 것, 이른바 자신들이 온 몸을 던지고 날렸던 까닭에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이소룡이야 단명했다지만 그도 온 몸을 던져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성룡도 마찬가지다. 성룡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이 나서서 온 몸을 던지며 연기를 소화해 내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가.

그렇듯 <영화야 놀자>는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영화들을 강풀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고 풀어쓴 영화 이야기이다. 물론 모든 내용들이 만화로 돼 있고, 강풀 특유의 입담과 재담이 어우러져 있어서 더욱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세상에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 내게 맞는 영화와 내게 맞지 않는 영화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찌 보면 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영화는 하나이지만 보는 눈이 만 개라면, 만 개의 새로운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한다."(작가의 말)


지극히 맞는 말이다. 영화는 하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그런 입맛과 시각들, 그리고 수많은 감정과 감동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영화를 보는 관점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그가 보는 홍콩 영화의 관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느와르' 곧 의리를 테마로 한다는 것이다. <영웅본색>이나 <소마>, <첩혈가두>, <천장지구> 등 모든 영화들의 근간이 의리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그렇지만 그것도 혈기가 들끓던 젊은 시절에는 공감이 갔지만 나이 들면 점차 처세술과 물질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법이다. 강풀도 홍콩의 느와르 영화들이 좀 더 변할 것을 바라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 강풀 특유의 만화로 그려낸 책 속 한 꼭지 부분이예요.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 강풀 특유의 만화로 그려낸 책 속 한 꼭지 부분이예요. ⓒ 문학세계사
"더 이상 순진하게 낯간지러운 '의리'니 '우정'이니 부르짖어 봤자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기는 어렵다. 언제까지 값싼 감상만으로 외면하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179쪽)

그렇다면 할리우드 영화는 다른가? 미국영화들이야말로 인류의 정의와 세계 평화를 그려내는 게 많다. 그렇지만 <아마겟돈>이나 <트루 라이즈>, <블랙호크 다운>, <진주만>, 그리고 <에어포스 원>,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그것들이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부르짖는 것 같지만 속내는 다르지 않은가? 겉으로는 세계 인류의 정의감을 고취시키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미국의 우월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 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단다. 이른바 미국 영화가 온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요, 그것을 안 볼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정도나 영화와 현실이 닮아 있는가를 항상 명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다고 전혀 미국 영화를 안 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 아닌가…? 솔직히 미국 영화를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으니 말이다. 그저 다만, 혹시 영화를 보게 되더라도 그들에게 속지 말자."(207쪽)

그 밖에도 이 책은 극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비롯하여, 영화와 현실의 큰 차이, 소설과 영화의 비슷한 점, 혼자서 영화를 보는 재미, 극장에서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 어떻게 하면 영화와 가까워 질 수 있는 지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물론 그 모두가 만화로 돼 있다. 만화로 돼 있으니 무엇보다도 쉽고 편하고 또 재밌을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결코 만화책일 수 없을 테니까…. 아무쪼록 강풀 특유의 만화로 그린 영화 이야기 속에 모두들 푸욱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유익하고 재밌을 테니까….

영화야 놀자

강풀 지음, 문학세계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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