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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장재완
황사가 지나간 2일 오전 7시, 전날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한 박범계 변호사가 대전시청 앞에서 '석고대죄'에 나섰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희망했지만, 당이 사실상 그를 버리고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돕기 위해 '무공천' 입장을 정하자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심 후보가 오는 4일까지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추진하는 대통합신당 창당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는 무소속 출마마저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합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혼자서 무공천하는 방식은 원칙도 명분도 없는 정치공작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뒤늦게라도 심 후보가 수구·반평화세력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기꺼이 출마를 포기하고 심 대표를 돕겠다는 것이다.

선거일 하루 전날인 24일까지 매일아침 대전시청 앞에서 1시간씩 '석고대죄'하며 탈당의 죄를 씻겠다고 나선 박 변호사를 시청 앞에서 만났다.

그는 석고대죄에 나선 이유에 대해 "창당정신을 버리고 무질서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보선에서는 연합공천이라는 모습을 통해 또 다시 무원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진성당원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용서받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같이 당을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병상련을 느낀다"며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대평 후보가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어 대통합원칙에 동참할 것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럴 경우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범계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자신을 버린 정당을 떠나면서 왜 '석고대죄'를 하고 있나? 누구에게 어떤 용서를 받겠다는 말인가?
"열린우리당이 창당할 때 대통령 비서관을 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명실상부한 개혁정당으로서 아래로부터의 공천혁명을 표방했다. 그 취지에 적극 공감해 청와대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경선을 수용했다. 아마 그 당시 청와대 출신이 경선을 수용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 때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 뒤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면서도 극심한 '무질서'를 보였고, 지금도 그러한 '무질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천과정에서도 '연합공천'이라는 말만 무성할 뿐, 원칙도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역주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 중앙당대로, 지역의원은 지역의원대로 제 각기 행동하면서 연합공천이라는 '유의미성' 마저도 훼손시키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연합공천'이 아닌, '공작정치'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무질서'를 반성하자는 것이다. 뜻은 옳지만 잘못된 행태를 용서받자는 것이다."

- 당을 떠났는데 열린우리당의 잘못을 용서받겠다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제스처'로 보일 우려가 있는데?
“그 동안 열린우리당의 당직을 맡지는 않았지만, 참여정부에 함께 몸을 담았었고, 진성당원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현재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 두 그룹이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책임정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했었다. 국민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잘 못했으면 잘 못 한대로, 잘한 것이 있는 있으며 그것대로 국민 앞에 솔직히 내어놓고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인위적으로 가미해서는 안 된다.

탈당하는 분들을 보며 열린우리당에는 창당 초심을 지키려는 사람만 남을 것으로 판단했고, 나도 그 중에 한사람으로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열린우리당은 탈당사태는 줄어든 대신,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주도권 싸움하는 분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대통합이라는 의미만 던져놓고 아무나 다 모여라 하는 식의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 없다. 그래서 당을 나갈 수밖에 없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창당정신을 그대로 간직한 채 국민들 앞에 서기 위해서 심판받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 진심이다."

- 지난 달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배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었는데, 결국은 두 분 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또 원하지 않는 탈당을 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한미FTA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도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국민 절반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너무 성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률가로서 '투자자 국가제소권' 같은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참여정부, 비판할 면도 많이 있다.

반면, 국민들이 더 이상 권력기관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 기업과 선거가 투명해지면서 우리사회가 투명해 진 것은 분명 참여정부의 성과다. 또 전국을 골고루 잘살게 하겠다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이 하나만으로도 크게 평가 받을 만하다. 인기 없는 것과 평가는 다르다. 또 달라야 한다. 때문에 여전히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당을 떠났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당이 원해서 떠났다. 동병상련의 심정이다. 안타깝다."

"심대평 후보가 대통합에 동참하면 무소속 출마 포기"

ⓒ 오마이뉴스 장재완
- 4일까지 심대평 후보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심 후보가 동참할 것으로 보나?
“대통합의 방향을 옳다고 생각하고 지지한다. 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는 열린우리당의 핵심정책이면서 심대평 후보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함께 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를 견인해야 한다고 본다. 심 후보가 생각을 조금만 수정하면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저는 그분이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이미 탈당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당인이 아니다. 당이 손을 잡으라고 해서 그 분과 손잡는 게 아니기에 나의 진정성을 유권자들이 충분히 알아 줄 것이다. 심 후보도 이러한 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기에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 심 후보가 지역균형발전정책에 함께 하겠다고 하면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반 균형발전세력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내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 한나라당이 어제 성명을 내고 박 변호사의 탈당은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탈당의 중심에는 '선명성'이 있다. 통합을 하는 것도 분명한 '선명성', 곧 '명분'이 중요하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정당, 소수 특권세력만을 대변하고 있고, 냉전적 사고를 가진 집단의 집권을 막는 게 '명분'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선명성'과 '명분'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그렇기에 '탈당'하게 됐다. 내가 가야할 길은 가시밭길이라도 원칙에 의해 갈 수 밖에 없다.

다만, 나도 정치인이다. 그래서 현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심 후보의 결단에 따라 과감히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진정성을 모르고 '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선거에는 자신 있나?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아직도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30%를 넘는다. 그들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몰라서 결정하지 않았겠나? '박범계'의 진정성과 상품성을 알게 되면 반드시 지지해 줄 것이다. 또한 대전 서구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무소속 돌풍을 일으켜 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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