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무렵 연구실 문을 잠그고 퇴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연구실이 있는 탐진관 건물 옆에는 벚꽃이 화사하다. 낮에 보던 벚꽃이랑 밤 벚꽃은 그 모습이 많이 달랐다.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가로등 아래의 밤 벚꽃은 어릴 적 고향 마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던 여름밤의 은하수와 닮았다. 보석을 빻아 그 가루를 여름 밤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그 찬란하던 고향 여름밤의 그 은하수 말이다.
그 흔하디 흔한 은하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은하수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시로 떠나온 이후 한 번도 그 아름답던 은하수를 본 적이 없다. 아직도 고향 마을에는 어릴 적 추억의 그 은하수가 여전히 고향 마을을 지키고 있을까?
아들에게 밤 벚꽃을 찍은 블로그를 보여주면서 아빠가 어릴 적 보았던 추억의 은하수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은 은하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은하수를 보지 못한 이가 내 아이 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인조 불빛이 추억의 은하수조차 삼켜버렸으니, 도회 아이들이 은하수 볼 기회를 갖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아니겠나.
우리가 어렸을 때 고향의 밤하늘에서 본 것은 하늘에서 빛나던 은하수만이 아니었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수많은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웠었고 밤하늘의 별들과 속삭이기도 하였다. 어른이 된 지금 봄 밤 가로등 불빛 아래 핀 벚꽃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의 은하수를 상상한다. 그리고 어릴 때의 우주처럼 광활했던 꿈을 추억하고 또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