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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팔라우의 도로.
아무도 없는 팔라우의 도로. ⓒ 김동희
한 시간 반을 달려 바벨다옵의 가장 끝 마을에 도달했다. 집 한 채 보이지 않더니 바다 끝에는 그래도 마을이 있었다. 다행이었다. 먹을 것을 준비해오지 않아 하루 종일 굶는가 싶었는데 마을에 가게에서 여러 가지 주섬주섬 챙겼다.

이 마을까지 온 이유는 이스터 상 같은 영문도 모르는 돌 무더기들이 바다를 보고 있다고 해서였다. 몇 번을 물어보고 찾은 이 곳은 정말이지 조용했다. 우리나라처럼 관광지를 표시하는 큰 표지판도 없었다. 길 가에 깜빡 하면 그냥 지나쳐버릴 정도로 작은 안내 표지판이 전부였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돌무더기들. 그들이 왜 그곳에 놓여져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돌무더기들. 그들이 왜 그곳에 놓여져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 김동희
그곳에 있는 원두막에는 주민들이 쉬고 있었다. 저 멀리 그 문제의 돌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다지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벨다옵의 북쪽 끝 가장 높은 언덕에서 보는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였다.

바다에서 낼 수 있는 모든 색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처럼 지금껏 보아 온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절경 속 원두막에서 한낮을 쉬고 있는 그들에게 저 그림 같은 바다는 어떤 느낌일까!

바벨다옵 끝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 바다색이 너무 다채롭다.
바벨다옵 끝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 바다색이 너무 다채롭다. ⓒ 김동희
차를 서쪽으로 몰아 코로에서 옮긴 수도 멜레케옥(Melekeok)으로 가보기로 했다. 해변을 따라 조그마한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마을마다 초등학교 하나씩은 있었다. 아주 작은 건물에 작은 운동장 밖에 없지만 길 건너면 바로 바다이다. 바다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팔라우는 지금 젊은이들이 없어 힘이 든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나오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가다 보면 이 작은 나라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기 힘들다 보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가까운 괌이나 사이판으로 유학을 간다고 한다.

그리고 유학을 가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그의 학위에 걸맞은 일이 그들의 나라에는 없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른 곳에서 직업을 얻어 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할 사람이 없어 지금 팔라우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필리핀 그리고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지금도 아주 적은 인구인데 이렇게 가다가 나라가 지탱될지 걱정스럽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니 저 멀리 언덕 높이 새로 지은 건물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새로 이전한 수도이다. 수도라고 해서 어느 정도 기반 시설이나 주변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수도라기 보다는 그냥 정부 기관이 사용할 건물이 있다는 것. 오직 그것뿐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 위에 땅을 다져 건물을 지어놓은 것이다. 높은 언덕에서 바다가 보여 조망도 좋고 건물 끝에서 팔라우의 국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지만 왠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팔라우의 새로운 수도 건물. 이곳에는 이 건물 딱 하나밖에 없다.
팔라우의 새로운 수도 건물. 이곳에는 이 건물 딱 하나밖에 없다. ⓒ 김동희
마지막으로 가장 찾아가고 싶었던 곳은 팔라우의 전통 가옥인 바이(Bai)이었다. 하지만 엉성한 지도로 찾기는 역부족이었다. 표지판도 없는 도로를 몇 번을 왔다갔다하면서 그곳으로 가는 조그만 사잇길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았다.

몇 번을 내려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어렵사리 그곳에 도착하긴 했는데 지도와는 너무나 다른 위치에다가 사잇길은 지도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이곳을 쉽게 찾아 온다는 것은 아마 행운일 거다.

남자들의 모임 장소인 팔라우 전통 바이(Bai)
남자들의 모임 장소인 팔라우 전통 바이(Bai) ⓒ 김동희
역시나 이곳도 아무것도 없는 골짜기 길 옆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관리는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방치해왔다고 하기에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건축물은 팔라우 마을에서 남자들이 모이는 마을 회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모계 사회인 이곳에서 남자들의 중요 일은 바다로부터 먹을 것을 얻는 것과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었다. 마을의 남자들은 이곳에 모여서 배를 만들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가옥의 안팎에는 오래 전부터 그들이 잡아왔을 물고기들처럼 여러 가지 그들의 삶을 나타내는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리조트 앞의 바다 풍경이 평화롭다.
리조트 앞의 바다 풍경이 평화롭다. ⓒ 김동희
저녁이 되어서야 시내로 돌아올 수 있었고 팔라우에서 가장 좋다는 리조트의 해지는 풍경이 멋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팔라우에는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드문데 오직 이 리조트만이 작은 해변을 가지고 있었고 그 곳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야자나무에 어두운 그림자가 걸친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어둠 속에 녹아 내리는 듯하다. 하루동안 울퉁불퉁한 길을 지친 자동차도 어둠 속에서 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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