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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구청은 간판의 외국어표기 병기를 의무화하는 지역과 권장지역을 상세히 나눠놓았다. 국제외국인학교와 문화의 거리는 의무지역이고, 대학가 주변은 권장지역이다.
ⓒ 노원구청

서울시 노원구청(구청장 이노근)의 관내 간판 정비 사업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정지역의 관내 업소들을 대상으로 "신규로 간판을 다는 경우에는 외국어를 병기하라"고 고시했기 때문이다.

노원구청은 지난 20일 노원구청장 명의로 된 '옥외광고물등의 외국어표기 병기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제한 고시'를 통해서 옥외광고물 등에 외국어 병기를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고시는 "국제화시대에 부응하여 광고물 수준향상 및 도시환경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목적을 적었으며, 상세도를 첨부해 외국어표기 병기 의무지역과 권장지역을 알리고 있다.

이는, 지난 21일 '한글문화연대' 게시판에 '노원구민'이라고 밝힌 사람이 '한글문화연대에 호소합니다'라는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노원구청에서 이번에 관내 간판 정비 사업을 하면서 관내 업소를 대상으로 '간판에 영어를 병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물론 '권장' 사항이지만, 권장한 대로 안 하면 간판을 철거하겠다니 이것은 장사하는 사람에겐 명령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8년 동안 제 작은 식당에는 아직 외국인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외국인이 찾을 만한 곳도 아니고요. 왜 간판에 영어를 써야 하지요?"


"암글 버리고 영어쓰니, 도시미관 '럭셔리'해지겠군"

▲ 노원구청 자유게시판에 올라 온 '간판의 외국어 표기 병기'에 대한 항의 글들.
ⓒ 노원구청
현재 노원구청 자유게시판에는 노원구청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민들은 이런 것을 행정지도 하라고 세금내고 있나 보네요. 이런 것을 행정이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하면 조금 있으면 한자도 병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꼭 써야해도 국어는 꼭 안 써도 괜찮다는 것인지요? 혹시 미국에서 온 분들만 노원구청에 있습니까? 댁들이 간판 글씨 못 알아보아서 바꾸게 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국적 불명의 간판들이 난무하는데 이런 것이나 제대로 정비하고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아주 노원구를 미국의 한 주로 편입시키시지요. 노원구청에 계시는 분들 앞으로 주민들이 가면 반드시 영어 사용하십시오. 시시하다고 여기시는 우리말은 다 버리시고. (이혜경)"

"도시미관이요? 세종대왕이 만든 '암글'은 무식하고 천한 것들이나 쓰는 것이니 아무래도 세계 최강대국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어버이의 나라' 미국의 '럭셔리'하고 '엘레강스'한 영어가 낫겠지요? 간판에 영어병기하면 도시미관 참으로 좋아지겠습니다. (민병우)"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게시판에도 노원구청을 질책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영어마을이 판을 치고 그 마을에 영어(로마자) 간판이 판을 치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영어 못하면 출입도 못하게 생겼군요. 요즈음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굉장한 일들을 벌인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서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정 대한민국과 우리 겨레를 위해 속깊은 정책을 펴시라구요!!! (꿈돌이)"

"노원구청에 민원과 전화 항의를 하였습니다. 250여 명이 다닐 외국인 학교 앞과 노원역 주변에 간판을 정비한다고 합니다. 새로 신고하는 간판에 영어를 표기하도록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부분 신고하지 않은 간판이라 정비 대상이 될 것이고 영어를 함께 적어 간판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250명의 학생이 주변 상가를 얼마나 이용한다고 저럴까요. 그들이 간판보고 가게를 찾을까요? 직무유기 해놓고 애꿎은 구민만 돈 들게 하는군요. (지킴이)"

노원구, 외국인학교와 문화의 거리 주변지역 간판 외국어 병기 추진

▲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 온, 노원구청을 비판하는 글들.
ⓒ 다음
노원구청 건축과의 한 관계자는 관내 간판의 외국어 표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간판의 외국어 병기는 2007년 8월 16일 들어설 월계동 염광학교 내 '아시아퍼시픽 국제외국인학교'와 구의 중심 상업지역인 '노원역 문화의 거리'를 특화구역으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에 따른 조치이다. 의무지역은 두 곳뿐이고, 그것도 신규로 간판을 달 경우에만 해당한다. 권장지역의 경우 행정지도 이외에 달리 외국어 병기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고시에 따르면, 오는 5월 1일부터는 의무화지역의 경우 신규와 변경 간판은 외국어표기가 의무이고, 기존 간판은 2회에 한하여 연장승인을 처리하되 보완개선을 유도한다고 돼 있다. 권장지역의 경우는 외국어 표기를 병기하도록 적극 행정지도를 한다고 나와 있다.

한편 지난 23일 한글 학회(회장 김승곤)와 한말글 문화협회(대표 문제안)는 회장과 대표 명의로 "영어 숭배에 앞장서는 노원구청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성명서 중 일부 내용.

"서울시 노원구청은 거리 간판 정비를 핑계 삼아, 관내 상가 운영자들에게 영문 간판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노원구청은 관내에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빌미로 노원역 주변과 외국인 학교 주변의 상가들에는 영문자를 나란히 표기한 간판만 허가해 준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미국말 숭배 풍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 노원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백 걸음 물러난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이다. 거리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간판의 크기와 거는 자리, 빛깔 등을 제한하여 주민 불편을 예방하고 도시 미관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도 아닌데, 간판 말글을 미국말로 고치는 것이 어떻게 '간판 정비'가 될 수 있는가? 우리의 아이가 학용품을 사러 가는 문구점 이름을 왜 영문자로 적어야 하며, 우리와 우리 이웃이 시장기를 덜기 위해 들르는 음식점 이름을 무엇 때문에 영문자로 적어야 하는가?"

태그:#노원구청, #광고물 외국어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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