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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노동 신나는 일터 사회적 기업 '컴윈'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인상적이다.
즐거운 노동 신나는 일터 사회적 기업 '컴윈'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인상적이다. ⓒ 김교진

"남이 버린 컴퓨터에서 돈을 벌고 있어요. 재활용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사회적 기업' 컴윈의 대표인 박진성씨가 컴퓨터 재활용사업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밝혔다.

올 7월 1일부터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다. 지난 3월 초,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알려진 컴윈의 야외 작업장을 찾았다. 작업장 마당에는 컴퓨터와 부품을 담은 마대자루가 높이 쌓여있어서 밖에서 보면 일반 고물상과 다름이 없었다.

컴윈의 작업장에 폐컴퓨터와 모니터가 쌓여있다
컴윈의 작업장에 폐컴퓨터와 모니터가 쌓여있다 ⓒ 김교진

"저, 여기 공장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여기는 공장장은 없어요. 직원들을 모두 반장이라고 불러요."

관계자에게 컴윈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들었다.

"컴윈은 폐 컴퓨터를 수거하고 부품 별로 분리하여 재활용처리업체로 넘깁니다. 시피유나 기기 판에서는 소량의 금과 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컴윈에서는 아직 자체적으로 컴퓨터에서 금속을 분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에 단지 컴퓨터를 수거하여 해체하는 수준입니다.

컴퓨터에는 철, 플라스틱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이 나오는데,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철은 철대로 분리합니다. 모니터는 상태가 좋은 것은 수출을 합니다. 한국산 모니터의 성능이 좋아서 개발도상국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컴퓨터를 차에 싣고 있다
직원들이 컴퓨터를 차에 싣고 있다 ⓒ 김교진
이번에는 그에게 어떻게 컴윈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쉰살이 넘으니 일반 직장에서는 써주지 않았는데 자활후견기관에서 컴윈을 소개받아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기자를 컴윈의 최고참인 염영숙(54)씨에게 데려갔다. "나도 자활센터의 소개로 왔어요. 컴윈에서 일하는 게 보람도 있고 해서 오래 일하고 싶어요"라고 염영숙씨는 말한다.

염씨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5명이고 서로 즐겁게 일한다고 말한다. 염씨가 하는 일은 컴퓨터 뚜껑을 열어 부품을 빼내는 일이다. 하루에 분해하는 컴퓨터는 약100대 정도. 학교, 관공서, 대기업에서 컴퓨터를 받기에 컴퓨터가 없어서 작업을 못하지는 않는다. 컴퓨터는 분해해서 재활용업체에 넘기고 있지만 쓸만한 부품들을 모아서 조립하여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주고 있다.

컴윈 직원들이 컴퓨터를 분해하고 있다
컴윈 직원들이 컴퓨터를 분해하고 있다 ⓒ 김교진
컴퓨터를 부품별로 분류하여 마대에 넣은 모습
컴퓨터를 부품별로 분류하여 마대에 넣은 모습 ⓒ 김교진
'컴윈은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우리같이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컴퓨터를 무료로 주는 일도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친환경적이고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서 보람도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의견충돌이 안 생길 수 없지만 협조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라고 염영숙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컴윈 직원 대부분은 최저생계비 수준도 벌지 못했던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었으나 자활후견기관을 통해서 컴윈에 들어오게 되었다.

염씨와 대화를 끝나고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던 때에 컴윈의 대표인 박진성씨가 작업장에 도착하여 만날 수 있었다. 직원 12명을 책임지는 30대 중반의 박진성씨로부터 컴윈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안산의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일을 하다가 컴윈을 만들 때 대표가 되었다.

"2003년 컴윈의 직원은 6명이었으나 지금은 12명으로 배가 늘었습니다. 3년 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6년도 매출은 약14억 원을 올렸습니다. 2007년에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고 합니다. 인원도 늘려서 직원이 15명선까지 갈 것입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야지요."

박대표가 의욕에 찬 계획을 들려주었지만 반면에 컴퓨터 부품을 재활용 처리 공장에 납품하는 단가가 낮아져서 고민이라고 한다. 이제 손익분기점에 들어선 컴윈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지난 3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컴윈. 그러나 좋은 일만 있었을까? 회사는 커갔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약간의 아픔도 겪었다. 컴윈은 자활공동체에서 시작하여 법인으로 바뀌었다. 자활공동체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조합원이고 일하는 것도 느슨한 편이었지만 주식회사로 바뀌다 보니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했고 일도 많아졌다.

박 대표는 직원들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겉모습은 주식회사이지만 일반 직원들과 함께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어서 의견 하나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의 재산이 컴윈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컴윈은 자활후견기관과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모은 자본금으로 설립되었다. 그래서 대표나 직원이나 같은 직원일 뿐이다. 그러나 대표로서의 책임은 더 많이 져야 하는 박진성씨.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자기 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염영숙씨가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포맷하고 있다
염영숙씨가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포맷하고 있다 ⓒ 김교진
기자는 컴윈 설립에 대한 배경과 의의에 대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서 컴윈설립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부설 자활정보센터의 조사연구팀장으로 있는 모세종씨를 찾아갔다.

기자와 만난 모세종씨는 컴윈에 대해서 자세한 말을 해주었다.

"컴윈은 IMF때 광주와 노원에서 실업자 사업단의 공공근로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컴퓨터 재활용 사업을 왜 했느냐 하면 그 당시 컴퓨터가 어떻게 처리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한 해에 수십만 대의 컴퓨터가 버려지는데 이 컴퓨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불태워지는지 땅에 묻혀지는지. 조사해보니 상당수가 불태워지거나 땅에 묻혀지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태우거나 땅에 묻는 것은 환경에 나쁩니다. 또 컴퓨터에 들어있는 비싼 금속과 재활용 가능한 부품을 버리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해이지요. 환경보호와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하여 컴퓨터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재활용 사업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여러 사람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광주, 노원에서는 사업으로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으로 하려면 폐기물 처리를 위한 시설과 인허가가 필요하고 경영구조가 필요한데 그러한 것이 없어서 실패하였습니다.

그 후에 이러한 실패를 돌아보고 '시흥작은자리자활후견기관'과 '안산 자활후견기관' 그리고 '부천실업극복컴퓨터공동체'가 합의를 통해서 컴윈을 설립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컴윈이 왔던 길이 참 어려웠습니다. 제도도 없었고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업을 하기 위한 자본과 노동력을 얻는 게 힘들었습니다. 참여한 단체와 노동자들이 많은 고생을 해서 이만큼 왔습니다. 그들이 노력한 덕분으로 사회적 기업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의 전망은 밝습니다. 사회적 기업 구성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널리 확산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인 연대가 없으면 만들어지기도 어렵고 만들어진 다고 해도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의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서 사회적 기업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지고 있는 ㈜컴윈. 컴윈의 영어 표기는 COM WIN이다.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 컴퓨터로 다시 한 번 승부를 걸어 승리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은 이윤창출이나 효율성이라는 영리적 활동을 하지만 기업주나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일반 기업과는 달리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윤을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목적은 저소득층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직업훈련 제공, 자립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사회적 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받고 공공기관이 물품과 용역을 구매 할 때에 사회적 기업의 것을 우선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 정선희

덧붙이는 글 | 현재 (주)컴윈은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로  이전하였습니다. 이전하기 전에는 작업장과 사무공간이 떨어져 있었으나 이전한 곳에는 하나로 합쳐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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