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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2시경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중인 창신동 노숙인 노점상들
ⓒ 김청환
"이 나쁜놈들아, 먹고 살게 해줘야 할 거 아냐, 우린 어떡하라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리는 최선아(75) 할머니의 외침이다. 서울 창신동 노숙인 20여명은 23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본관 앞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던 노점상 기습철거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문을 막는 구청직원들 앞에 드러누워 소리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양복을 차려입은 구청직원들은 구청 정문 앞을 막고 노숙인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청계천 변) 복차길에서 20여개의 노점상을 운영 중인 노숙인들이다.

노숙인 노점상들 "용역깡패 동원 폭력행사, 불법철거였다"

노숙인 노점상들은 '용역깡패를 동원한 불법철거'에 항의했다. 이들은 "장사를 마칠 무렵인, 23일 새벽 용역깡패가 낀 단속반원 50여명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쳐 200~300만원 어치의 물품을 빼앗아갔다"며 '구청장 면담, 노점상품 반환, 철거과정 중 다친 노숙인 2명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다.

철거과정 중 두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참가자들은 "양현수(61·남), 진광화(53·남)씨가 철거반원에게 떠밀려 각각 전치 4주, 1주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드러누워서, 울면서 항의하는 노숙인 노점상들
ⓒ 김청환
시위에 참가한 박기호 창신동 노숙인 노점상협회장(47·남)은 "이번에 철거된 창신동 복차길 노점 20여개는 노숙인 자활공동체인 '더불어 사는 집' 회원들이 운영 중이던 것으로,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강제철거하는 구청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철거형평성 문제 역시 제기됐다. 이들 노점상들은 "다른 길의 노점상은 철거하지 않으면서 자활노숙인 점포만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여자 양연수(59·남)씨는 "서울시가 쉼터운영으로 예산낭비만 할 일이 아니라, 자립하려는 노숙인들이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자 김막동(58·남) 역시 "서울시·종로구청이 노숙인 자립대책을 세운 후 노점을 단속·정비하는 게 순서상 맞다"며 "외국 재래시장 활성화와 비교해도 잘못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종로구청 "철거 과정에 문제 없었다"

▲ 종로구청이 철거 중 노점상에 멱살을 잡혀 부상했다고 주장하는 단속반원. 목 주위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 종로구청
'용역깡패가 동원됐다'는 시위대 주장에 대한 종로구청의 답변은 시원스럽지 못했다. 종로구청은 "철거과정에 문제가 없었으며, 어떤 요구조건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용역깡패 동원의혹'에 대해 이종환(45·남)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직원은 "노점상 고정 단속반원을 투입해 정상적으로 철거했다"며 용역깡패 동원 주장을 부인했다. 이에 종로구청 노점 고정단속반 인원을 묻자 "서부·동부 각각 15명씩 총 30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20여명은 어디서 왔나"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또 종로구청은 "부상자는 철거 직후 출발하려는 트럭 위에 뛰어든 노점상 두 명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반원도 부상을 입었다"며 멱살을 잡혀 목 주변이 벌개진 단속반원 사진을 보여줬다.

노숙인 노점상 측의 '피해물품 및 액수' 주장 역시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구청은 "200~300만원 어치의 압수품을 내놓으라"는 주장에 대해 "철거시간이 새벽 5시인데 무슨 상품이 있었겠나"라며 "나무로 만들어진 상품진열대 외엔 가져온 게 없다"고 말했다. 허나 "과태료 부과 후에 압수품은 돌려주게 돼 있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기습철거 주장에도 구청은 "사전고지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이번 철거 전 약 14일간 3개의 횡단막과 90여개 전단지를 배포했다"며 "사전고지가 충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신동 노숙인 노점상 협회>가 들어선 곳 자체가 불법점거지"라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인근노점상과의 철거 형평성 문제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수십년 째 장사를 해온 노점상들을 단속하기는 애매한 면이 있다"며 "신규노점상은 무조건 철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 노점상 위치가 청계천 인근이어서 방치할 경우 청계천 아래까지 노점상이 진출할 위험이 있어 이를 차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노숙인의 자활을 장려하는 서울시의 정책과 종로구의 노숙인 노점상 철거정책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피했다. "청계천 아래까지 노점이 내려가면 누가 책임지나"라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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