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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 소속 이주노동자와 인권활동가 50여명이 지난 20일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번 농성은 지난 2월 발생한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에 대한 정부의 사죄 및 보상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교계에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호소하는 성격도 있다.

외노협 사무처장 우삼열 목사는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조속하고 공정한 정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 목사는 특히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추방 정책 현실 속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호소할 곳이 없다"며 "매달리는 심정으로 교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KNCC를 농성장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1일 오전 KNCC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우 목사와의 일문일답.

"방화든 누전이든, 여수 문제의 본질은 시스템 부재"

- 농성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월11일 이주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은 여수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한국에 들어와 문제가 해결되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와 배상합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조속하고 공정한 정부 배상 촉구를 위해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이와 함께 죽음의 낭떠러지 끝에서 하루하루 죽음의 고통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20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도록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 여수화재참사 경찰 수사 발표 문제는 어떻게 보나.
"방화 혐의에 대한 부분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방화 증거가 불충분하다. 비록 라이터가 발견됐지만 직접적 화재 원인이라 단정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으며, 발화 장면이 포착된 것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보호시설이다. 누전이든 방화든 국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 내 화재 진압과 인명대피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그럼에도 스프링클러가 없고 경보기도 작동되지 않은 데다가 철창문도 즉시 열리지 않았다. 관리요원들도 사람들을 제대로 대피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총체적인 관리 시스템 사안은 뒷전이고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범죄로 왜곡시키고 있다."

-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보존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 '학생 신분'이라는 허울을 씌워 노동착취를 해온 산업연수생 제도를 금년부터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지만 올해도 산업연수생은 들어온다. 또, 해외투자법인 연수생 제도는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방문취업제를 통해 국내 거주하고 있는 중국 등 해외동포들에 대한 합법화를 실시했다. 미등록상태에 있는 동포들을 합법화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타민족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제도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정책은 인종차별정책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합법화되고 그 이외 노동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남겨두는 것을 인종차별 정책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겠나.

이번 여수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절반의 성공인 합법화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타민족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면적인 합법화를 실시해야 한다."

"보호시설, 3곳이나 있을 필요가 없다"

- 보호시설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전 세계에 보호시설이 없는 곳은 없다. 때문에 보호소 폐지를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호시설 축소가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화성·청주·여수 세 곳의 보호시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있다.

보호시설은 우선 여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간다. 그러나 이들이 1주일만에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더 이상 보호시설에 감금되지 않도록 해 줄 수 있다. 현재 어느 나라는 임시여행 증명서 발급이 1주일 정도 걸리는 나라가 있는 반면, 6개월 이상 걸리는 나라가 있다.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이 늦어지는 국가에 대해선 정부가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대응해서 1주일 내에 국내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3개월, 6개월 이상씩 보호시설에 감금될 이유가 없다.

보호시설로 가는 또다른 이유는 임금체불 문제가 맞물려 있다. 이를 해결키 위한 채당금 제도의 실질적 시행이 절실하다. 채당금제도란 임금을 체불 당한 노동자가 노동부에 권리 구체 요청을 하면 회사가 망한 경우에 노동부가 먼저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을 준다. 이어 노동부는 회사 청산과정에서 구상권을 행사해 미지급된 임금을 그 회사에서 받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제대로 시행만 한다면 죄를 짓지도 않았으면서 1년씩이나 감옥에 구금돼 목숨을 잃은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권 문제와 채당금 문제만 해결하면 보호소 3곳 중 2곳의 폐쇄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국민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이주노동자 인권도 보호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 고용허가제 문제점은 무엇인가
"노동허가가 아닌 고용허가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의 고용 여부를 판단하고 정부가 허가를 내리는 제도가 고용허가제다. 이는 고용주를 위한 제도지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키 위한 취지는 빠졌다. 또, 이주노동자가 인권 피해를 당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와 고용주와의 갈등 발생시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그런 권한을 갖고 있는 조직이 없다는게 큰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고용허가제는 고용주 중심의 정책이기에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 선진국이 펴는 이주노동자 정책은
"우선 인권선진국들은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 번 받아들이면 평생 같이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제약이 있지만 이민을 받아들이면 그 다음은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단기 로테이션 정책을 쓴다. 3년을 기점으로 이주노동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는 영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기체류 자격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어와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적응하고 나면 내쫓겨야 하는 상황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나 폭행, 인격모독 등 차별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이미 한국사회에 적응된 이들을 내쫓고 새로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의 반복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절대 끊지 못할 것이다.

노동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 정책은 본받을 만하다. 업종과 지역에 제한을 두지만 그 제한이 한국처럼 문제가 크진 않다. 이들은 한 허가된 업종과 지역내에서 직장을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하고 이동하는데 제약이 없다. 국내를 예로 들면 경기도 내에서는 제조업 분야를 충분히 선택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 고용허가제는 원천적으로 직장 이동을 금하고 있다. 직장 선택과 이동의 권리를 이주노동자들에게 줘야 함에도 정부가 막고 있는 것이다.

한구정부는 인권선직국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회는 이주노동자에 관심 가져야 한다"

- KNCC를 농성장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들이 의지할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게 큰 이유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추방 정책 현실 속에서 한국사회에 호소하고 싶어도 어느 곳 하나 호소할 곳이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심정으로 교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농성장을 KNCC로 정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인도주의적 문제다. 이에 대해 교회가 휴머니즘 정신에 입각해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

- 농성은 25일까지 이어가는 것인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5일 집회를 준비했지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FTA 저지 집회에 맞물려 방향 설정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독자적 집회를 준비를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와야 하는데 그날 경찰 병력이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포진돼 검문·검색을 펼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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