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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숲학교, 개인산방(開仁山房)입니다!
ⓒ 이덕근
지난 토-일요일(17-18일) 이틀간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더불어숲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이 시대 소리꾼으로 널리 알려진 장사익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초 '백두캠프'와 함께 했던 해돋이백두산 천문봉 등정으로 인한 인연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사익 선생의 노래 강의와 인생철학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 한걸음에 내달렸습니다.

'더불어숲학교'는 2003년 10월 성공회대 교수인 신영복 선생께서 열었습니다. 지금은 신 교수의 뒤를 이어 신경림 시인께서 교장선생으로 계십니다. 더불어숲학교는 한국의 비경인 내린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미산계곡의 개인산방(開仁山房)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내린천의 비경
ⓒ 이덕근
장엄한 암벽과 소나무와 개울이 어우러져 실경산수화를 재현하고,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계곡이라고 해석하게 된 비조불통(非鳥不通) 계곡의 원시미가 이웃하고 있는 곳입니다.

더불어숲학교에서의 강의는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줄 문화적 주제들에 대해 특별하고도 중요한 분들을 모시어 강의를 듣고, 토론하고 나아가 대안도 모색하며 살아 숨쉬는 문화공동체로 나날이 커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른바 세계적인 문화학교로 알려지고 있다지요. 틀림없이 훌륭한 분들이 끊임없이 오고, 그 분들이 다음 고객들을 위해 채워 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물론 가족의 일원으로서 기꺼이 참여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등굣길 이야기

▲ 푸근한 할머니의 메밀전병입니다. 아! 그 맛이란...
ⓒ 이덕근
가는 길에 홍천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먹거리를 접하고 싶어 일찍 길을 서둘렀습니다. 홍천시장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와 할인점들로 인해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새로 개설한 신시장에 들어섰더니 시장번영회 회장께서 바로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쉴 틈도 없이 이 가게 저 가게를 소개하며 음식설명과 함께 어려운 점을 품목별로 소개해 주었습니다.

강원도 이런 시장에 가시면 메밀전병을 꼭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메밀전병과 메밀부침, 그리고 올챙이국수를 먹었습니다. 올챙이국수가 본래 채반을 가만두어야 꼴깍꼴깍 올챙이 모양으로 나옵니다만, 요즘은 채반을 휘휘 흔들어 길게 뽑아내더군요. 따라서 올챙이 모습을 보기는 좀 어렸습니다.

미산리 가기 전에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으며 만난 선우회관(식당)의 사장인 전평화씨는 매우 진솔한 생활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이름부터가 모든 평화를 주도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분은 4월이 되어 버들강아지가 피면 개울에서 탱구리, 미꾸라지 등등이 엄청 잡힌다고 하면서 꼭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5월말께에는 제가 오매불망 그토록 그리던 곰취가 밭떼기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낫으로 베어도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 지역에는 곰취 마을이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말 반가운 말만 골라서 해 주는 분이었습니다. 4월에는 탱구리 잡으러, 5월에는 곰취, 참나물 뜯으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아! 장사익,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 혼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강의
ⓒ 이덕근
이번 등교의 최대 목적인 장사익 선생의 강의를 듣기 전에 금번 50여명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일정 안내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부부지간, 가족, 쌍쌍이 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야 남자들끼리 4명만 참가 했습니다만. '더불어숲학교' 2번 이상 등교하는 분들이 약 절반 정도 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장 선생을 탁배기 한 사발 생각나게 하는 특유의 목소리와 가사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 시대의 소리꾼이라고 평했더군요. 이번 소리강의에서도 어김없이 듣기 어려운 구수한 이야기와 그윽한 미소와 함께 그만의 노래를 미산계곡에서 풀어 놓으셨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가슴으로부터 파동을 느끼게 하는 소리들을 쏟아내셨습니다.

장 선생은 소리를 들려주시는 것과 함께 46세부터 시작한 소리인생에 대해서도 들려주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혼신을 다해 하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평소에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작은 향기로부터도 감동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어떤 분이 평하시기를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머리 뒤쪽이 아련히 시려오고,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라거나 "즐겁거나 슬플 때나 그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목청이 터져라 따라 부르면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온다"는 평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또한 대개의 청중들이 느끼게 되듯이 선생의 노래는 가요도, 국악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었듯이 반주가 필요 없는 새로운 장르에 속한다고나 할까요. 그의 인생과 소리와 미소가 아직 아련히 남아 있습니다.

뒷풀이, 그리고 하굣길

▲ 살둔마을을 감싸듯이 굽이쳐 흐르는 내린천
ⓒ 이덕근
9시부터는 오대산 특주인 동동주를 곁들인 뒷풀이가 있었습니다. 대체로 소리강의에서 받은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아 조금 흥분된 상태에서 자신이 받았던 감동의 파동을 서로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희 일행 4명은 서울에서 온 '부사모(부부사랑모임)' 4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담소와 박장대소와 EDPS(아시죠? 음담패설)들이 오갔습니다.

동해안 가는 길에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의미의 살둔 마을을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에 속합니다. 단종 복위를 꾀하던 이들이 숨어들면서 마을이 최초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도 일곱 군데의 피난처인 삼둔사가리 중 한 곳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난리를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곳 삼둔사가리가 모두 살둔을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홍천군 내면의 월둔, 달둔, 살둔이 삼둔이고,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연가리, 곁가리, 명지가리가 사가리입니다. 모두가 험준한 산세를 품어 쉽사리 접근이 어려운 지형들로 오지 속의 오지로 손꼽히는 곳들이지요.

▲ 동명항에서 바라 본 매혹설경의 설악산
ⓒ 이덕근
살둔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번엔 가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인이 살고 싶은 1백대 집'으로 꼽히기도 한 침풍루(살둔산장)가 그것인데, 언론사 기자 출신의 이상주씨(57)가 산장지기로 있다고 하네요.

살둔마을을 뒤로 하고 저희는 당초 계획대로 동해안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전날 뒷풀이 장소에서는 '부사모' 4가족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 같아 저희들만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침 7시 반에 동해안 동명항으로 내달렸습니다.

동명항은 속초에 있습니다, 대포항과 달리 자연산 회만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3만원 정도면 자연산 회를 떠서 4명이 먹고도 남습니다. 요즈음 제철 맛이 난다는 문어도 샀습니다만 kg당 2만원하더군요.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밤사이 온 눈이 멀리 보이는 설악산을 황홀한 설경으로 바꾸어 놓아서 동명항에서 바라 본 대청봉 봉우리의 설경은 항구를 찾은 이들의 맘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번 소리강의를 들은 뒤 느낀 점을 다시 정리해 보면 무엇보다도 장사익 선생이 강조하신 바와 같이 내가 잘 할 수 있고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좀더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제 나름대로의 삶을 다시 생각하겠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든지 정리하겠습니다. 진솔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 미시령 넘는 길에서 본 울산바위
ⓒ 이덕근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홈페이지(http://dklee.icon.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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