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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사
서양선교사들이 한국 땅에 발을 들인지 200년이 넘었다. 바야흐로 한국 땅에 뿌리를 내린 기독교가 200년의 역사를 지닌 것이다. 지난 2세기 동안 한국 교회들은 그들로부터 많은 빚을 졌다. 그들이 전한 성경말씀, 신학사상, 그리고 신앙 위인들로부터 많은 가르침과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학사상과 신앙 인물들을 한데 모은 책이 나왔다. 토니 레인이 쓴 〈기독교 인물 사상 사전〉(2007·홍성사)이 그것이다. 이른바 초대교회시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기독교에 이르기까지, 2천년 기독교 역사 속에 나타난 주요 인물들과 그들이 다룬 핵심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의 기독교인들에게 지난 시대를 이끌었던 기독교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역사 분야에서 순전히 학문적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거나, 우리가 과거의 모든 사상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식별력을 가지고 읽으면서 과거의 여러 모범과 실수들로부터 배워 나가야 합니다.”(11쪽)

그렇다.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서양의 기독교 역사에 비해 유서가 깊지 않다. 그 까닭에 한국의 기독교는 그들의 조예 깊은 신학사상을 배워야만 한다. 배움이 없이는 깊이 있는 신학의 지평을 열 수 없는 까닭에서다. 더욱이 깊이 있는 신학의 통찰력 없이는 결코 걸출한 신앙위인도 탄생될 수 없는 법이다.

토니 레인은 이 책에 나타난 신앙위인들의 역사와 사상을 들여다 볼 때 거울로 바라보기보다는 창문으로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거울 속에 비친 역사가 제한되는 반면, 창문으로 꿰뚫어 보는 역사는 그만큼 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지닐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흔히 말하는 공시적 접근방법과 통시적 접근방법의 차이가 그것이다.

주후 100년에서 500년 사이, 이른바 초대교회 시대에서 크게 부각된 일은 무엇인가? 그때만 해도 신약성경이 묶이지 않았고, 사도신경도 채택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틀에 짜 맞춘 예배 형식도 없었다. 다만 세례의 형식과 장로와 감독 등의 직제만큼은 일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당시 유명한 인물로는 순교자 저스틴과 이단에 맞서 싸운 이레니우스, 그리고 라틴 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터툴리안과 오리겐 등이 있다. 기독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들어봄직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설명할 때는 당시 유행한 플라톤과 그리스 철학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 사상과 성경적 기독교는 여러 면에서 비슷했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삼위일체 논쟁은 기독교 내에서조차도 뜨거운 감자였다.

“그리스인들은 유일신을 믿었지만, 그 신은 인간이 되어 고난당하신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 아무런 감각도 없는 불변의 존재였다.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그리스도의 ‘말씀’ 개념 역시 성경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스 사상은 인간에게 ‘구원’이 필요함을 인식했으나, 구원을 기독교 복음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25쪽)

“이 신앙규정은 고대의 네 이단들을 논박하기 위해 네 가지를 강조했다.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참된 신성(아리우스와 대항해)과 참된 인성(아폴리나리스와 대항해)이 한 위격 안에서(네스토리우스와 대항해) 혼동됨 없이(유티케스와 다항해) 불가분의 관계로 연합해 있다는 것이다.”(98쪽)


그렇듯 초기 기독교시대의 내외부적인 논쟁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것이 중세로 이어지면서 성경의 무오설 논쟁, 교황과 마리아의 무흠설 논쟁, 성상(聖像)의 신비화 논쟁, 교황과 황제 사이의 알력 다툼 등으로 번졌다. 그 때문에 여러 공의회를 반복했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 사이에서 정통과 이단이 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본래 보편적인 교회를 지향하던 가톨릭교회가 동방과 서방으로 나뉜 뒤, 훗날 종교개혁을 거쳐 프로테스탄트가 탄생했다. 이른바 개신교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 개신교는 여러 지역적인 문제와 성찬과 세례 등 여러 신학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더 많은 분파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그 갈등들 역시 초대교회에서 진일보한 논쟁이요 더 분화된 논쟁이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면 초대교회 시대의 논쟁거리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현대의 신학자 중 〈물소 신학〉을 쓴 일본의 ‘고야마’라는 신학사상가를 기록한 점이었다. 그가 그러한 신학사상을 내세운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나 칼 바르트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보다는 일본 농부들의 필요에 눈을 떴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인간이 처한 상황에 직면하여 여러 문제들을 고심했던 신학자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십자가 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네 가지로 설명하면서 결론짓고 있다. 첫째, 우리는 파괴가 아닌 창조를 위해 있다. 둘째, 우리는 이 세계와 우리의 운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셋째, 우리는 인종차별의 우상과 전쟁의 우상 등 여러 우상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십자가 신학은 우리에게 참된 하나님과 거짓 우상들, 참 된 예언자들과 거짓 예언자들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준다.”(445쪽)

기독교선교 100년의 역사를 맞이한 한국기독교는 서양 기독교에 비해 그 유서가 깊지 않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일본 신학자처럼 세계를 뒤흔들만한 신앙위인이 나온 적은 없다.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초대교회부터 현대신학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성경과 세상을 들여다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한 신앙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은 없을 듯하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책들이 다음에 또 엮어진다면 그땐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위대한 거성들이 이들 반열에 오르길 기대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2천년 기독교 역사의 맥을 이어주는 이와 같은 신앙 서적들을 더 많이 더 깊이 고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기독교 인물 사상 사전

토니 레인 지음, 박도웅.양정호 옮김, 홍성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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