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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살고 있는 옆 동네 망월동입니다. '망월동'이란 동네 이름이 무언가 잊혀진 듯하는 이름 뜻 같습니다. 물론 동네가 가난하고 더덕더덕 집들도 붙어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더불어 사는 인심과 온정 만큼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옆 동네 망월동입니다. '망월동'이란 동네 이름이 무언가 잊혀진 듯하는 이름 뜻 같습니다. 물론 동네가 가난하고 더덕더덕 집들도 붙어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더불어 사는 인심과 온정 만큼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 권성권
요즘 들어 동네 이름을 바꾸려는 흐름들이 물을 타듯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제 때 이름을 개명하는 것과는 달리 집값이나 이미지 쇄신 때문에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리 좋은 일 같지만은 않아 내 고향 이야기를 잠깐 해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 이름은 '금출동'(金出洞)이다. 보통 '서낭구지'라고도 하는데 이는 '쇠난구지'에서 변형된 말이다. 쇠난구지를 소리 나는 대로 부르다보니 자연스레 서낭구지가 된 것이다.

@BRI@우리 동네 이름이 쇠난구지간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그 옛날에 금이나 쇳가루가 나온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동네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금이 나왔다는 소리는 듣질 못했다. 더군다나 쇳가루나 쇳조각도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으니 어떤 면에서 보면 그저 허무맹랑한 이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본다면 그 옛날 촌락이 자리 잡기 이전에 누군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른바 바람몰이 식으로 사람들 마음을 붙잡아 두기 위함에서 말이다.

물론 그런 이름 뜻 까닭에 사람들이 모여 산 것은 아닐 것이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인심과 온정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모여 들지 않았나 싶다. 우리 동네가 오래전부터 홍씨 성을 지닌 사람들이 중심을 이룬 동네였지만 서서히 박씨와 나씨,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권씨 성을 가진 사람들도 곧잘 어울려 살았던 까닭에서다.

그 인심 때문인지 우리 시골 마을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휑'한 것은 아니다. 고향을 일찌감치 떠났던 젊은 사람들도 몇몇씩 돌아온다고 하니 반길 일이다. 물론 그 이유야 다들 제각각이겠지만 마을 동네에 더불어 사는 인심이 오래 전부터 깃들어 있지 않았다면 어찌 그 일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망월동에서 손주를 키우며 돌보는 할머니입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분이지요. "이 동네 살기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돕고 어울려 살거든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만큼 동네 사람들간에 인심과 온정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입니다.
망월동에서 손주를 키우며 돌보는 할머니입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분이지요. "이 동네 살기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돕고 어울려 살거든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만큼 동네 사람들간에 인심과 온정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입니다. ⓒ 권성권
요즘 들어 동네 이름을 바꾸려는 추세가 유행하고 있다. 일제 때 창씨개명을 하듯 동네 이름까지 바꾸게 된 이름들이야 다시금 우리말로 고쳐 부르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집값 때문에 동네 이름을 바꾼다면 왠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지 않나 싶다. 아무리 동네 이름을 새롭게 부른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 마음에 더불어 사는 인심과 온정이 없다면 어찌 그 동네가 새롭게 변화되겠는가?

내가 태어난 시골 마을 옆 동네 이름은 '조비동'(鳥飛洞)이다. 보통 부르는 말로 '새날기'다. 당연히 '새가 날아가는 동네'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새가 그만큼 많았던 까닭인지, 아니면 철새처럼 그 옛날 뜨네기들이 많아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를 일이다. 결코 좋은 이름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 동네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고 있다. 더욱이 우리 마을처럼 젊은 사람들도 기웃기웃 들어오는 추세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어서 먹고 살 밑천이 있는 까닭도 없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인심과 온정이 예전처럼 좋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옛날 선친들이 지은 뜻 깊은 동네 이름을 함부로 뜯어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래서 뭔가 새롭게 쇄신하고 변신하려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인심과 온정을 회복하는 것이 더욱 급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아무리 이름과 이미지를 바꾸어본다 한들, 거기에 어찌 살맛나는 동네가 될 수 있겠으며, 어찌 사람들이 몰려 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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