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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독장수가 살고 있었습니다. 독을 많이 팔면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워낙 크고 무거워서 많이 지고 다니지 못하였다. 하루는 독장수가 큰 독 세 개를 지게에 지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독은 팔리지 않고 어깨만 빠질 것처럼 아팠다.

독장수는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몸을 잘못 가누면 독이 굴러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었다. 독장수는 조심조심 걸어 올라갔다. 독장수는 너무 힘이 들어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아이고, 저 나무 밑에서 좀 쉬어야겠다."

고개를 다 오른 독장수는 나무 그늘 밑에 지게를 내려놓고, 작대기로 받쳐 놓았다. 날아갈 듯이 몸이 홀가분하였다. 독장수는 지게 옆에 벌렁 누웠다.

"아 정말 시원하다. 저 독 둘은 팔아서 빚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 독을 팔면 다른 독 두 개는 살 수 있겠지? 그 독을 팔면 다시 독 네 개를 살 수 있고, 넷을 팔면, 가만 있자 이이는 사, 이 사 팔, 그래 여덟 개를 팔면?"

독장수는 신이 나서 머릿속으로 계속 셈을 하였다.

"야 며칠 안 가서 독이 백 개가 넘겠는걸. 그럼 독을 판 돈으로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짓는 거야. 나는 부자다. 부자! 참 부자들은 하인이 있지. 나도 하인을 두는 거야. 이리 오너라, 히히."

독장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팔을 번쩍 들었다. 그러다가 팔로 지게작대기를 밀어 버리고 말았다. 지게는 기우뚱하더니 팍 쓰러졌다. 지게 위에 있던 독들도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아이고, 망했다! 이걸 어쩐다?"

독장수는 깨어진 독 조각들을 얼른 주워들었다. 그러나 독은 이미 깨어져서 쓸 수 없게 되었다.


@BRI@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14일에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오타니 컬렉션 반환'에 관한 기사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다. 독을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하다 정작 그 독을 깨버린 독장수의 모습과 오타니 컬렉션 반환 추진위의 모습이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그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정말 털끝만큼도 없다.)

원래 우리 것이 아닌 문화재를 제 자리에 갖다 놓자는 주장은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중국 내 위구르 자치구에 있던 문화재를 다시 그 곳으로 돌려놓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문화재를 다시 돌려주어야 할 곳이 위구르인이 세운 나라 안의 위구르가 아니라 중국인이 지배하고 있는 위구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1월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005년 중국 공안은 신장에서 분리독립운동에 관여한 테러혐의자 1만8000여명을 체포했다"면서 "이들은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테러활동을 한 혐의로 구금되었는데 이중 상당수는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구금되어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위 내용은 동일 매체인 오마이뉴스 모종혁 기자가 올렸던 기사에서 뽑아온 내용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신장위구르 지역에 살고 있는 위구르인들이 여전히 독립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위구르 지역 문화재를 중국에게 돌려준다면?

쉽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여전히 일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예전 우리 지역에서 강탈했던 문화재를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그럴 경우 그 문화재를 우리나라가 받을까 아니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는 일제가 받을까?

그리고 만약 그 후에 우리나라가 독립 된다면 일제가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던 그 문화재를 정말 원래 제 자리에 그대로 갖고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일제가 과연 그 문화재들을 순순히 우리에게 돌려주고 갈까? 일제 시대 때 일제가 저질렀던 만행을 생각해보아라.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오타니 컬렉션을 반환하고자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에게 돌려줄 지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일제 시대라고 생각하고 답을 구해본다면 오타니 컬렉션을 반환한다는 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장수는 독이 잘 팔릴 경우를 상상하다 실수로 독을 깼다. 아주 조심스럽게 독을 갖고 다녔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꿈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우리 문화재를 돌려 달라는 요구만 하지 말고 나아가 남에게 문화재까지 돌려주자는 주장은 백번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오타니 컬렉션을 반환한다고 해서 우리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우리는 식민 지배의 아픔을 아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불과 2년 전에 독립 운동 조직이 중국에 의해 체포된 지역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오타니 컬렉션을 갖다 주어도 결국은 위구르인이 아닌 중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오타니 컬렉션 반환 문제는 그 의의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후에 위구르인들이 독립해서 자신들의 문화재를 중국에 주어 버린 우리를 맹비난하면 어쩔 셈인가? 지금 우리가 돌려주면 과연 그들이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언제 독립을 할 지 어떻게 알고 계속 갖고 있냐고?

우리는 일제 시대 때 독립이 될 줄 알아서 그렇게 많은 친일파가 생겼던가. 중국이 위험한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에는 소수 민족이 이탈을 할까 싶은 이유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어렵게 말하지 말고 아주 쉽게 말해보자! 보존상의 문제는 둘째 치고 당신의 집에 있던 문화재를 당신의 집을 강제로 빼앗은 사람에게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날까 생각해보라. 당신이 힘겹게 싸워 당신 집을 찾았는데 그 집에 있던 귀중품들을 강제 점령했던 이가 다 뺏아가고 그 중에 당신이 그 집을 점령한 이에게 주었던 물건도 들어 있다면 당신은 과연 그 물건을 준 당신을 칭찬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나는 위구르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재를 돌려주고 나서 우리가 얻을 정당성만 생각하지 말고 그 행위로 말미암아 일어날 불행한 일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보다 옳은 자세 아니겠는가. 기본적으로 반환에 대한 생각은 공감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말 돌려주어야 할 주인이 집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자.

덧붙이는 글 | 오타니 켈렉션을 반환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곳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에게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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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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