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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의 건포도는 토벽으로 사면이 통풍이 되는 건물을 지어 자연그늘을 만들고, 덥고 건조한 바람을 이용하여 말린다.
투루판의 건포도는 토벽으로 사면이 통풍이 되는 건물을 지어 자연그늘을 만들고, 덥고 건조한 바람을 이용하여 말린다. ⓒ 조수영
카레즈가 엄혹한 자연의 도전을 이겨낸 예라면, 2천여 년 간 가꾸어 온 포도는 자연환경을 슬기롭게 활용함으로써 이룬 또 하나의 문명적 산물이다. 가는 곳마다 오래된 포도밭을 볼 수 있으며, 거리마다 집집마다 포도넝쿨로 덮여있다.

시내 중심에서 동북쪽으로 10㎞쯤 떨어진 골짜기에 이르니 멀리서부터 향긋한 포도 냄새가 풍겨온다. 그곳이 화염산 기슭에 자리잡은 거대한 포도농원, 곧 '포도구'다. 어귀부터 포도가게가 길 좌우에 쭉 늘어섰는데, 가게마다 형형색색의 포도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투루판에서는 사면이 통풍이 되는 토벽 건물을 지어 자연그늘을 만들고, 덥고 건조한 바람을 이용하여 포도를 말린다. 벽돌을 쌓은 방식 또한 독특하다. 두 개의 벽돌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둔 채 지그재그로 쌓았다. 건조한 공기가 창고 안으로 쉼없이 통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씨 없는 흰 포도, 검은 포도, 자색 포도 등 수십 가지의 품종이 있고 연간 6천여 톤을 생산한다고 한다. 그 중 씨없는 녹색 포도는 달고 맛있어 '투루판의 녹색 진주'라 불린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녹색 진주'가 넝쿨져

마당에는 갖가지 포도와 화미과, 수박, 포도주 등이 차려진다.
마당에는 갖가지 포도와 화미과, 수박, 포도주 등이 차려진다. ⓒ 조수영
매력적인 위구르 소녀의 춤이 이어진다. 그들의 생김새와 언어, 문화는 한족과 확연하게 다르다.
매력적인 위구르 소녀의 춤이 이어진다. 그들의 생김새와 언어, 문화는 한족과 확연하게 다르다. ⓒ 조수영
위구르 소녀들이 맞아주는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은 포도넝쿨과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로 운치있게 꾸민 포도터널로 이어진다. 바닥은 평상을 깔아 휴식공간으로 쓰인다. 마당에 갖가지 포도와 화미과·수박·포도주 등이 차려진다. 위구르 전통복 차림의 소녀가 흥겹게 춤을 춘다.

위구르족은 몽골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투르크계 유목민족이다. 자신들을 '웨이우얼'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연합' 혹은 '단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과거 몇 세기 동안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에 거주하며 중국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들의 주거지가 가진 전략적 위치는 이들로 하여금 동양과 유럽 사이의 중개상인으로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위구르인들은 양을 치거나 오아시스에서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이나 원유굴착·무역업·운송업 등에 종사한다.

하지만 이들의 식생활은 여전히 과거 조상의 것을 물려받았다. 매끼 육식을 하고 매일 낙농품을 먹는다. 우유와 함께 차를 마시기를 좋아하고, 옥수수나 밀가루로 구운 빵이나 국수를 먹는다. 남녀 모두 화려하게 수놓아진 사각형 모자를 쓰고, 여자는 화려한 스카프와 원피스를 좋아한다.

중국 안에 있지만 언어로 중국어가 아닌 터키어 계통의 위구르어를 사용한다. 시내 곳곳에는 대부분 한자와 함께 위구르어가 씌어 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 한족과 많이 혼혈이 되었겠지만 이들의 서구적인 얼굴은 한족과 확연히 구별된다. 또한 종교도 10세기경 전파된 이슬람교에 의해 불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여 중국의 문화와 뚜렷하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위구르족이 빈 라덴의 지원을 받는다고?

위구르족의 민가 내부. 바닥과 벽이 카펫으로 덮여있고 보온을 위한 화덕이 있다. 한족의 입식 문화와 차이가 있다.
위구르족의 민가 내부. 바닥과 벽이 카펫으로 덮여있고 보온을 위한 화덕이 있다. 한족의 입식 문화와 차이가 있다. ⓒ 조수영
아랍춤과 비슷하면서도 동작이 시원시원하고 화려하다.
아랍춤과 비슷하면서도 동작이 시원시원하고 화려하다. ⓒ 조수영
이 지역은 17세기 중국 청나라와 충돌하다 청나라에 흡수되었다. 지금의 신강 위구르 자치지역에 속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치열한 독립운동을 시작했으나, 1949년 인민해방군의 우루무치 진격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을 벗어나 독립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1949년 중국에 의해 점령당한 신강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신강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저항운동이 지속되어 왔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현재 위구르 독립운동단체로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동투르키스탄해방기구(ETLO)' '세계위구르청년의회(WUYC)' '동투르키스탄정보센터(ETIC)'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ETIM은 신강에서 위구르인이 주체가 된 동투르키스탄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ETIM와 더불어 가장 많은 조직원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ETLO는 2005년 10월 중국에 대해 처음으로 무장투쟁을 공식 선포했다.

중국은 "9·11 테러 이후 신장의 분리·독립단체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 등이 신강의 분리주의자들에게 무기와 탄약, 통신 및 운송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2002년 유엔은 ETIM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ETIM의 소탕을 목표로 키르기스스탄에서 해외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일로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희생되었다.

언론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이들의 활동상이 현지 위구르인들에게는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과의 교류 증대와 인터넷의 발달로 분리·독립운동 단체들의 존재가 알려지고 여기에 참여하려는 위구르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33년 위구르족은 카슈가르에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국'을 건국한 바 있다. 인종과 언어·종교·문화가 중국의 한족과는 전혀 다른 신강의 위구르족 문제는 앞으로 중국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화려한 위구르족의 민속춤

우리나라 해금과 비슷한 현악기와 소금와 비슷한 관악기, 양금과 비슷한 현악기를 연주하는데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까지 흡사하다.
우리나라 해금과 비슷한 현악기와 소금와 비슷한 관악기, 양금과 비슷한 현악기를 연주하는데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까지 흡사하다. ⓒ 조수영
허리에 손을 올리고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 오락실에서 본 테트리스 인형같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 오락실에서 본 테트리스 인형같다. ⓒ 조수영
위구르족의 민속공연을 보기로 했다. 숙소 뒤뜰 공연장에서 음악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린다. 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땋은 여자가 나와서 중국어에 이어 위구르어로 이야기한다. 두 언어가 확연히 다르다. 공연내용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길게 양쪽으로 머리를 땋은 여자들이 나풀거리는 민속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 춤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랍여인들의 춤과 비슷하면서도 동작이 시원시원하고 화려하다.

남자들은 깃 장식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긴 상의에 두꺼운 벨트를 했다. 헐렁한 바지에 부츠를 신었는데, 허리에 손을 올리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춤을 추는데, 예전에 오락실의 테트리스를 시작할 때 나오는 러시아인의 춤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해금과 비슷한 현악기와 소금와 비슷한 관악기, 양금과 비슷한 현악기를 연주하는데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까지 흡사하다. 탬버린 모양의 작은 북은 리듬의 흥을 더욱 북돋아준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무용수들이 관람객을 무대로 끌어내어 함께 춤을 추면서 막을 내렸다.

뜨거운 투루판을 식혀주는 야시장

투루판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야시장이다. 이곳의 낮은 너무 덥고 해가 길어 한낮에는 전체적으로 쉬고 저녁식사를 늦은 시간에 먹는다. 대부분 시내에 있는 야시장에서 양꼬치·물만두·낭 등을 즐긴다.

꼬치는 양고기 외에도 내장이나 소고기 등 재료는 다양하다.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구워주는데 향신료와 고춧가루, 소금을 뿌려 맛을 낸다.

사실 우리 일행은 음식보다 일하는 위구르 여성들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동서양의 장점만 지닌 묘한 매력의 아가씨들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야시장에 사람들은 계속 몰려든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여기저기서 지글거리는 연기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투루판의 야시장.
투루판의 야시장. ⓒ 조수영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양꼬치를 구워준다.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양꼬치를 구워준다.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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