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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엔인권정책센터는 9일 오후 '유엔이 바라본 국내 이주민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월례 인권포럼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주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보는 관계 부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사)유엔인권정책센터는 9일 오후 '유엔이 바라본 국내 이주민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월례 인권포럼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주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보는 관계 부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이번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됐다. 방화로 인한 화재라도, 원인 제공은 법무부 직원에 있다. 직원들이 이주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범죄자로 봤고, '보호소'임에도 교도소처럼 가혹행위를 했다."

27명의 인명 피해를 낸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에 대해 경찰이 방화로 수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법무부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정의팔 한국국제이주연구소장은 (사)유엔인권정책센터 주최로 9일 배재정동빌딩에서 열린 '월례 인권포럼'에서 이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번 참사를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엔이 바라본 국내 이주민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것으로, 지난해 12월 방한한 호르헤 부스타만테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여수 참사는 부스타만테 보고관이 방한한지 두 달 뒤인 올해 2월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이주 노동자 단체 관계자들 간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여수 참사로 이어졌다. 불법체류, 보호소 내 부당한 대우 등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현실이 이번 참사에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는 상품 아닌 사람"

최 이사장은 "이번 참사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됐다"며 "방화로 인한 화재라도 원인 제공은 법무부 직원에 있다, 직원들이 이주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범죄자로 봤고, '보호소'임에도 교도소처럼 가혹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당시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했어야 하는데, 도망을 우려해 문을 늦게 열어 인명피해가 컸다"며 외국인보호소의 전면적 개선을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이번 참사가 이주 노동자의 우발적인 범죄이나 정신착란, 강제 추방에 대한 항의의 방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이주 노동자들이 강제 출국 조치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강제 출국 조치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등 관계 부처들이 '외국인 관리 및 처우에 관한 법률'을 준비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논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주위에 논의에 참석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번 법안 역시 이주 노동자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법무부 직원들은 재작년까지 '강력 단속으로 이주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했지만,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18만 3천명에 이르는 등 단속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주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보고 있어 더욱 대화가 힘들다"며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사면하고, 이들은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연 유엔인권정책센터 사무국장은 "3년 전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참사가 있었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가 어떻게 문제를 처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독립조사단을 구성하고, 사고를 재연하는 등 조사가 1년간 진행됐다"고 부연했다.

한편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이날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용역 경비업체 직원 등 3명에 대해 "화재 당시 상황실 당직을 서면서 잠을 자거나 인명구조를 지연시켰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또한 이번 화재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성산업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의 인권도 심각"

또다른 패널로 참석한 김민정 이주여성인권연대 정책국장은 국내 이주 여성, 특히 성산업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의 인권 상황을 짚었다.

김 국장은 "성산업에 종사하는 이주 여성들은 다양한 국적과 입국 경로를 갖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이 없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이주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는 하지만, 현장 활동가들에게 접수된 실태는 심각하다"며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실태 조사는 세 번(여가부 한 번, 문광부 두 번)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 몽골 여성 세 명이 퇴폐업소에서 일하면서 1억원 상당의 노동 착취를 당했지만, 민사소송을 포기하고 가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사건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변호사나 상담원이 동석하든지 혹은 사전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해서도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법제도가 '이들이 아이를 가졌느냐 안 가졌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출산 여부를 떠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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