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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농축수산대책위와 영화인대책위가 7일 오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제작한 한미FTA반대광고 '고향에서 온 편지'는 지난해 1월 사실상 방송불가 판정인 '조건부 방송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 안윤학

"한미FTA, 그거 하면 안됩니다. 촌 사람이 잘 살아야 도시도 잘 살지. 아야(아이들아), 한미FTA 되고나면 살기가 너무 힘들단다. 너희는 도시 사니깐 잘 모르지. 한미FTA 우리는 안할낍니다. 꼭 막아내이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TV광고 '고향에서 온 편지'에 등장하는 한 할머니의 호소가 지상파에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BRI@이 광고가 지난 1월 한국광고심의자율기구에 의해 사실상 방송 불가인 '조건부 방송' 판정을 받은 데 대해 행정소송이 제기된 것. 광고는 조건부 방송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달 14~19일간 모든 음성이 삭제된 채 방송된 바 있다.

광고 공동제작자인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농축수산대책위) 및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영화인대책위)는 7일 오후 "조건부 방송 결정은 위헌·위법·재량권남용"이라며 한국광고심의자율기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방송위원회 방송법 규정에 의해 방송 광고물의 사전심의에 관련된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다.

한미FTA반대광고 '조건부 방송가' 결정에 행정소송... 정부 광고는 심의면제

농축수산대책위와 영화인대책위는 "국민들에게 한미FTA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이를 통해 민주적이면서도 공정한 여론형성에 기여하겠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소장에서 "공공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한미FTA에 관한 농축수산대책위의 생존권적 또는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면서 "이는 사전검열이자 헌법상 민주주의 원칙 및 평등권에도 반하는 위헌·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견광고 또는 정치적인 의견표시는 일반적인 상업광고와 달리 취급돼야 한다"면서 "헌법적인 가치, 의미, 평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방송광고심의규정만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처분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FTA협상이 밀실에서 굴욕적이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기도"라면서 "미국의 시각에 맞춰 경제주권을 송두리째 미국에 내주며 국민들에게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는, 정부의 위험한 홍보만 옹호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국정홍보처,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한미FTA 찬성 광고가 심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서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성 정책광고에 대해서는 심의면제와 의무편성이라는 특혜를 주는 반면 그에 비판적인 비상업적 공익광고에 대햇서는 방송광고심의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사실상의 방송불가 처분했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공익광고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정부 광고야 말로 '가능성의 민족', '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의 표현으로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어 만약 이를 체결하지 못하면 가능성 없는 민족이라거나 경쟁에서 도태될 지 모른다는 공갈성 여론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축수산대책위와 영화인대책위는 한미FTA 6차 협상 기간 동안 '고향에서 온 편지'(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김경형 감독)를 지상파TV를 통해 내보낼 계획이었다. 이 광고는 농민들이 무분별한 수입개방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이들은 광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농가당 쌀 1가마씩 모으는 '나락 모으기' 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지난 1월 이 광고에 대해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자가 한미FTA를 오인할 우려가 있다',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루는 표현이 포함됐다' 등의 이유로 '조건부 방송'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 89% "한미FTA 불투명하다"... '최악의 협상'은 '투자자 국가소송제'

한편, 이날 이찬진 변호사(민변 한미FTA 소위 위원장) 등 한미FTA 관련 전문가 54인은 '한미FTA는 평균 -4.25점(최상+5점, 최하-5점)'이라는 한미FTA 종합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89%(48명)가 '협상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한미FTA협상이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54명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미 TPA(무역촉진권한법) 시한 내 협상 타결에 대해서는 53명의 전문가가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한미FTA 중요 쟁점'(협상 중요도)으로 ▲투자자 국가소송제 ▲쌀 등 농산물 민감품목 개방 ▲무역구제 발동(반덤핑 관련 협상)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 약가 관련 정책 등을 꼽았다.

'타협 불가 쟁점(deal breaker)'에 대해선 72%(39명)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선택했고, 그 다음으로 공공서비스개방, 쌀 등 농산물 개방, 무역구제 등이 지목됐다.

'최악의 협상'은 투자자 국가소송제와 무역구제 관련 협상(모두 -.4.37점)이었다. 비교적 잘한 협상이라고 평가할만한 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항목은 전혀 없는 가운데, 그나마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및 전문직 상호 인정' 관련 협상이 -1.74점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미FTA협상을 모니터링해온 교수, 변호사, 변리사, 수의사, 시민단체 관계자, 정당 관계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협상일반(총평) 및 15가지 주요 쟁점에 대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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