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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개선문에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프랑스를 위한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곳에는 전쟁을 지휘한 장군들의 이름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의 이름까지 새겨져 있다. 프랑스 최고의 애국자의 이름을 파리의 중심부인 개선문에 새겨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의도일 것이다.

또 개선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서 망명정부를 구성하여 프랑스의 대독전쟁을 총지휘한 드골 전대통령이 프랑스의 해방을 선포한 곳이기도 한다. 이처럼 개선문은 프랑스를 지켜왔던 애국자들을 기리는 장소이다.

▲ 개선문에는 프랑스 국가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오영철
그러나 이런 개선문을 바라보며 문득 엉뚱한(?)생각이 들었다. 드골 전대통령이 나치 독일의 육사를 3등으로 졸업하고 나치 독일군에 1년간 복무하다 귀국해서 정국혼란기를 틈타 프랑스군에 입대한 후 육군소장까지 진급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는 생각이다. 만약 실제로 드골 전대통령이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드골 전대통령은 입대는 커녕 물리적인 생명까지도 잃었을 것이다. 또 나치 협력자가 정권을 잡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나치에 협력한 매국노는 '비국민'으로 분류해 사형, 종신형, 강제노동형 등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렸다. 또 나치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기간 단지 '발행'만이라도 한 언론은 폐간하고 그 언론기관의 사주, 기자들도 모두 강력하게 처벌했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때문에 프랑스에는 '전쟁에는 다시 패배할 수는 있어도 민족반역자는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 육사를 3등으로 졸업해서 일본군에 1년간 복무했던 전직대통령이 '존경하는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1등을 차지한다. 또 식민지 시대 청년들을 학도병으로 내몰고 '영미귀축'을 외치며 친일을 일삼은 신문들도 '민족지'를 자칭하며 신문시장에서 업계 1등과 3등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이런 한국 사회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이런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전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 하원의 '위안부결의안'에 대해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죄할 수 없다'는 망언을 했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존경받는 전직대통령 1등'이 위안부 문제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일본군에 복무한 사람이고, 그런 일본군에 한국 청년들을 학도병으로 내몬 자칭 '민족지'들이 여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러한 한국 사회의 비난을 아베가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처럼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부끄러운 역사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후세에 부끄러운 역사는 반복된다.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역사를 정리해내지 않는다면 이러한 역사는 언젠가는 반복될 것이다. 또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될 것이며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의 비난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정치와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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