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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P / 연합뉴스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동원은 강제적이었다는 사실이 미국 정부 문서인 미 육군 조사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강제적 동원의 근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미국 문서도 거짓이라고 우길 텐가. "위안부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모두 강제로 끌려갔거나 대부분이 속아서 갔다"며 '이는 강제연행이며 유괴'라고 시나모 미노루 전 마이니치 신문 기자를 비롯해 일본의 전직 언론인들과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학 교수까지도 증언하고 나섰다.

한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세상이 다 아는 엄연한 사실을 놓고, 국제적인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분노도 잊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다른 날도 아닌 3·1절에 아베 일본 총리가 과거 침략의 만행을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일제 때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어찌 망언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침략 때문에 온갖 희생과 고통을 겪은 이웃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는 접어두자. 어쩌면 과거의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어 들쑤실 수 있는 것인지, 결코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될 야만적인 행위다. 한국은 물론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집단의 성노예로 유린당한 30만명의 동북아, 동남아 여인들이 통곡할 노릇이다.

지난 2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정신대'에 관한 청문회를 진행한 미 하원 에니 팔리오마베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민주. 사모아)도 통곡과 같은 증언에 통곡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한 평생 영어를 써 왔지만 오늘 증언을 들으니 그 비통함을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는 할 말을 잊었다고 한다. 증언 내용이 오죽 처참했으면 그럴까.

일본의 반인륜적 기만 행위는 국제적인 규탄 대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1999년 국제노동기구의 결의안,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 국제법정의 유죄판결, 2005년 국제사면위원회의 일본 정부 책임 촉구 등의 규탄이 있어왔지만, 일본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처럼 일본이 지난날의 잘못과 과오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 같은 짓을 또 다시 되풀이할 위험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규탄 받아야 마땅하다.

이러한 일본이 '국제공헌론'을 들먹이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니 뻔뻔한 일이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을 두고 온통 들끓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그것과는 결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신들의 반인륜적 행위부터 먼저 바로잡는 게 도리며 순서다.

그럼에도 가증스러운 것은 미국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 태도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공식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이 결의안에 대해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이 결의안은 전혀 구속력이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결의안이 못마땅하다는 적반하장의 태도다.

'미일 친선관계 악화될 수 있다'는 일본의 협박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고이케 유리코 안보 담당 보좌관 등을 미국 워싱턴에 보내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미일 친선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느니 협박까지 하면서 결의안 통과를 막으려고 필사적인 로비 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심지어는 1993년 일제 때 종군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일본군과 일본 관리들의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까지도 재검토해 얼버무리려는 일부 움직임마저 나타났다.

국제사회가 뭐라든 일본은 막무가내로 보인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문에 일본은 한국 및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벌써 몇 년째 못하는 상태지만, 이웃 나라들의 말은 별로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일본은 한반도 비핵화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걸핏하면 들고 나오며 딴전을 쳐 다른 참가국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틈만 나면 '대북 강경 제재론'을 펴 문제의 해결을 꼬이게 한다. 6자회담 '훼방꾼'처럼 보이는 일본이다.

일본의 이러한 오만한 횡포는 상황에 따라 누그러지는 척 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심해질 추세다. 일본의 집권세력이 군사대국화를 위한 민족주의 전략을 계속 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사건을 기회 삼아 일본의 신민족주의 바람을 일으켜 톡톡한 재미를 본 인물이다. 북한 미사일 문제 등 '북한 때리기'로 정치적인 급성장을 한 끝에 총리까지 됐으니 민족주의 전략에 대한 그의 집착이 여전하지 않겠는가.

아베 총리의 망언도 자신의 지지율 하락 등 안팎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족주의 전략의 일환이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의 입맛에 맞추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역사문제나 영토문제를 일으켜 이웃 나라들과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자신들의 보수적인 정치기반이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계산이다. 이 기반을 넓혀 헌법을 고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일본이 오만해지는 또 다른 배경은 미국의 패권전략에 편승한 군사대국화 전략이다. 중국 봉쇄로 나타나는 미국의 패권전략과 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활용해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일으켜보겠다는 속셈이다.

이런 속셈을 가진 일본인만큼 한국이나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보다 긴장과 갈등의 관계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나라들과의 긴장과 갈등은 군사대국화를 위한 민족주의 전략의 추동력이라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 보수세력은 '북한 문제'가 자신들의 민족주의 전략의 '에너지'로 여길 터이니 내심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겠는가. 이들이 6자회담 해결 기미가 보일 때면, "미국과 북한의 평화조약 체결은 미일 군사동맹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면서 아예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과의 긴장과 갈등을 선호할 일본이라면 한국이나 중국의 비판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턱이 없다. 이런 터에 미국이 일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일본의 오만이 갈수록 드세질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이 일본의 오만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오만을 근본적으로 견제할 나라는 미국이다. 그래서 오는 3월말 미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종군위안부 결의안 결과가 매우 주목된다. 1996년 이후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8번이나 폐기된 터에 이번에도 또 좌절된다면 일본의 오만은 그야말로 마냥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미국은 이제야말로 일본의 오만에 제동을 걸고 나서야 한다. 일본의 군사 민족주의가 발호하게 되면 이미 때는 늦다.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은 이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미국이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견제하여 일본의 승리를 도와주고, 태프트-가쓰라 밀약으로 조선 지배를 인정함으로써 일본을 키워준 결과가 어떠했던가. 일본의 제국적 민족주의의 침탈이 미국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 진주만 공격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 민족주의 추세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바로 동북아시아 평화의 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포럼을 하루빨리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실현이 일본의 군사적 민족주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태그:#종군위안부, #아베신조, #일제, #야스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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